[기자리뷰] 당신의 과녁
[기자리뷰] 당신의 과녁
  • 김준현 기자
  • 승인 2020.02.2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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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 백석역 열수송관 파열사고 원인이 ‘용접불량’이라는 보도가 난 적이 있다. 당시 경찰은 1991년 최초 배관용접한 용접공을 찾아 과실치사상 혐의로 형사입건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열수송관이 고온에서 27년이나 버티게 해준 용접공의 기술을 칭찬해줘도 모자란 것 아닌가 싶지만은.

이와 관련해 기자는 하루아침에 연쇄살인범으로 몰려 십수 년을 옥살이 했던 한 남자의 이야기를 전하는 N사 웹툰 ‘당신의 과녁’을 떠올렸다.

완벽한 물증이라고 판단한 정부와 사법, 여론은 모두 그 남자를 향해 비난의 화살을 쏴댔고, 결국 그는 사형선고라는 강력한 처벌을 받았다.

검경은 주인공이 연쇄살인범이 아닐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전혀 열어두지 않고 수사했고, 법원은 여론이 원하는 사형이라는 ‘처벌’을 단호하게 내렸다는 것이다.

이렇듯 대형사고가 발생하면 사고책임을 한 곳에만 집중하고 하나의 주체만을 향해 비난의 화살을 쏴대는 일이 부지기수다. 편리하면서도 후련한 조치다. 화풀이 대상을 찾는 여론이 갈팡질팡하지 않고 쉽게 공감해줄 수 있으니까.

최근 건설기술진흥법 시행령 개정안을 두고 연일 시끌벅적하다. 안전을 위한 대책이 단 한 곳의 책임만을 겨냥하기 때문이다. 한 곳만 파야 한다면 가장 만만하게 볼 대상은 기업이다.

수시로 사망사고 발생 건설사 명단을 공개하며 건설사에게 안전강화를 경고하고 있고, 국민들은 이를 보며 “역시 건설업계는 비리와 고위험성이 산재한 곳”이라고 인식한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이같은 조치만으로는 안전사고를 줄일 수 없어 최근 ‘건설안전 혁신방안’ 마련으로 분주했다. 관련업계들과 두 차례 회의를 열었고, 건설업계는 혁신방안이 혹 처벌위주로 가는 건 아닐까 염려해 선제적으로 건설안전경영 실천 결의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혁신방안이 나오기 전에 건설업계는 건진법 시행령 개정안이 처벌위주 정책으로 나와 부당성을 외치고 있다. 핵심은 부실시공 벌점제도 산정방식 개정과 벌점제도 강화다.

국토부는 “공동수급체 대표자 책임강화로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고, 현재 PQ(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 감점 불이익에 크게 영향이 없어 처벌강도를 높이고자 개정한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제도가 추구하는 것은 국민안전임에도, 이 모든 것이 행정편의주의 발상에서 나오는 편견이자 병폐다.

그래서 묻는다. 이달 발표될 건설안전 혁신방안 대책도 하나의 주체만을 향해 맹렬하게 화살을 쏴대고 있진 않은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