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ESS 시장... 대책 없나?
무너지는 ESS 시장... 대책 없나?
  • 조성구 기자
  • 승인 2020.01.14 17: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20년 이후 소수 사업자만 존속할 수도"
ESS 국내시장, 해외시장 40~50% 차지하던 시장 규모 절반 하락
거창 풍력 ESS 화재 사고 모습.
거창 풍력 ESS 화재 사고 모습.

[국토일보 조성구 기자] 지난 2018년 정점을 찍은 ESS 국내 시장 규모가 지난해 절반 가까이 줄었다. 업계는 다양한 원인과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마땅한 대응책이 없어 생존이 위태로운 실정이다.

S사, H사 등 업계를 이끌던 일부 대기업들은 사업에 손을 뺄 것이라는 소문까지 들리고 있다. 새만금 등 국책으로 진행되는 일부 사업은 진행되겠지만 시장 경쟁이 작동하는 일반적인 ESS 시장은 무너질 위기에 있다는 것이다.

2017년 8월 전북 고창 풍력발전소 ESS를 시작으로 잇따른 화재는 업계에 생각지 못한 심각한 타격을 줬지만, 더 큰 문제는 화재 원인 파악조차 아직까지 확실하게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 사이 업계에 대한 불신이 커졌고 세계 ESS 시장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던 국내 경쟁력은 현재 반토막이 났다.

반면 해외는 미국을 중심으로 사뭇 다른 분위기다. 에너지 컨설팅 사 우드맥킨지는 미국의 ESS 설치량을 2018년 774MWh에서 2023년 1만1,744MWh 까지 증가, 연평균 72%의 고성장을 이룰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를 주도하는 테슬라는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을 중심으로 공격적인 합병과 시장 확대로 사업 보폭을 넓히고 있다.

이미 지난해 10월 일본 진출을 시작했고 한국전지산업협회 단체표준 인증을 거쳐 올해부터 국내 시장 판매를 노리고 있다.

삼성SDI, 모듈 내 '특수 소화시스템' 도입
업계, 대책 마련 분주...스트링 방식 ESS, 경쟁력 높다
"바닥 친 REC 가격, 해답 찾아야 근본적 해결"

문제는 화재사고가 없는 해외 제품과 달리 국내는 이어진 화재로 ESS 안전성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크다는 데 있다.

ESS 제조 및 시공 기업들은 원인 파악에 나서며 자체 안전성 강화 방안을 내놓고 있다. 삼성SDI는 지난해 10월 시스템의 화재를 막기 위해 배터리 모듈 내 '특수 소화시스템'을 도입했다.

셀과 모듈에 고전압, 고전력 등 이상 상태가 감지되면 자제적으로 차단하는 3중장치 시스템, 안전장치 대책 등에 최대 2000억 원을 투자했다.

'올인원 ESS 시스템'으로 업계에 반향을 가져왔던 기업은 산업부가 권고한 강화된 ESS 설치 기준을 반영해 '스트링 방식의 ESS 시스템'을 시장에 내놨다.

기존 국내 방식은 고전압을 직렬로 연결해 고전압의 노이즈로 불이 붙기 쉬운 방식이다. 스트링 방식은 작은 용량의 PCS를 병렬로 구성해, 고전압으로 인한 불안정성을 낮췄다.

DC 분전반에 연결된 배터리에 의한 사고 전류도 작아 화재 방지에 유리하고, 배터리와 절연TR 용량도 적어 고전압에 의한 노이즈가 발생하지 않는 원리다.

회사 관계자는 "스트링 방식 ESS는 이미 테슬라나 AES 등 미국 ESS 대기업들이 사용하고 있는 방식으로 화재에 강하다"고 설명했다.

최근 산업부에서 열린 비공개 업계 간담회에서도 정부 관계자가 이 구조가 화재 방지에 탁월하다는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업계는 REC 제도 개선이 가장 근본적인 ESS 산업 발전의 해결책이라고 말한다.

2018년 12만 원대이던 REC 가격은 지난해 11월, 3만 원대로 하락했다. 업계 관계자는 "REC 가격이 바닥을 친 상황에서 ESS를 아무리 안전한 시설로 소개해도 이윤이 나오지 않는 사업에 뛰어들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는 한전과 소수의 발전자회사만이 REC를 구매하는 구조로 시장 원칙에 위배되는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구매자는 21개에 불과하지만 판매자는 수 만개에 달한다. 공급은 많지만 수요가 적으니 가격이 낮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REC 가격 하락이 전력거래소가 실시하는 양방향거래제도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 시스템은 증권거래와 같이 매수, 매도자가 실시간으로 가격을 내고 최적가격에서 거래가 체결되는 시스템이다.

구매자가 특정 가격 이하로 내려가면 한 번에 매수주문으로 계약을 해 장기적으로 가격이 낮아지지 않는 것이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의 이윤 확대를 위해 만들어진 제도가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