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사고의 참상을 잊었는가”
“붕괴사고의 참상을 잊었는가”
  • 국토일보
  • 승인 2008.08.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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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제언] 고 병 우 前 건설부장관

 

 ‘삼풍 백화점’ 붕괴의 참상은 아직도 우리의 뇌리에 뼈 아프게 남아있다. 다행스럽게도 그 많던 부실건설 사고들이 최근에는 조용한 편이다.


그러나 건설 사고는 언제 어디에서 또 얼마나 엄청난 재앙을 불러올 지 모른다. 나는 15년 전인 1993년 6월 건설부에 재직하면서 혼신의 열을 다해 건설부실을 막아내는 노력을 했다.


그 중요한 시책으로 ‘건설기술관리법’을 개정해 책임감리제도를 도입했다. 대형 국가공사는 물론 우리 국민들이 선호하는 아파트 건설에도 감리요원들이 눈을 부릅뜨고 공사감리를 하게 했다.

 

시공부실이 있을 까봐, 안전성이 문제가 될 까봐, 건설현장에서 모두가 귀찮게 여기는 감리를 까다롭게 하며 잔소리를 하고 있는 것이 많은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본격적으로 감리제도를 도입하고자 했을 때 감리요원이 없어 300명의 공과대 대졸 출신, 제대 장병들을 선발하여 감리교육을 철저히 시키고 감리사보라는 자격증을 주며 "너희는 건설공사의 경찰관이 되어 이 나라의 모든 부실공사는 뿌리를 뽑아내라"고 사명감을 심어주는 교육을 했었다.


그 교육의 맨 첫 시간에 제도를 도입한 장관 자신이 직접 강의를 하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렇게 시작된 감리요원이 이제는 전국적으로 3만2,000명이나 된다고 하니 참으로 든든한 느낌이 든다.


나는 머지않아 내가 살고 있는 작은 주택을 다시 새로 짓게 되면 좋은 설계사와 시공사도 구해야 하지만 능력 있는 감리사를 골라 내 집을 안전하게 지어달라고 부탁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감리회사의 간판을 보기 힘들어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감리요원의 수가 이렇게 많다니 우선은 안도감이 든다. 이렇게 많은 감리회사가 왜 작은 공사에는 관심이 없는지가 궁금하다.


내 생각과는 달리 정부는 이제 감리비용을 아끼려고 공무원들로 하여금 자체감독을 하게 하는 체제로 돌아서려고 한다는 것이다.

 

또 작은 규모의 공사는 발주처나 시공업자에게 귀찮은 일을 덜어주기 위해 책임감리를 면제해 주자는 선심을 쓰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하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건설감리협회는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엉뚱한 일에 모두 바쁜 것 같다.


새 제도가 정착되려면 그 제도의 중심이 되는 분들이 꾸준한 노력을 해야 한다. 건설감리협회도 그 동안 우수인력을 선발하고 경찰공무원 보다도 혹독하고 투철한 훈련으로 정기적인 재교육을 시켜서 수요자들로부터 공무원들의 감독보다 믿음이 간다는 평가를 받았어야 한다.


그리고 해외시장에도 대대적으로 진출하고 작은 민간공사에도 세일즈를 열심히 해서 국민들의 환영속에 영역을 넓혀 나갔어야 한다.


건설감리협회와 감리회사들의 이와 같은 노력이 부족했다 하더라도 감독정책당국은 이를 탓하며 전문지식이 없는 공무원감리제로 다시 회귀하는 연구 보다는 오히려 남는 공무원들에게 감리훈련을 시켜서 전문적인 감리회사에 전직시키는 것이 옳은 정책방향이 아닐까 생각된다.


건설공사의 부실을 막고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감리대상을 확대해야 할 시기에 감리대상을 축소하려고 한다는 말을 듣고 제도 도입 15년을 기해 제도를 처음 도입한 입안자로서 한마디 건의를 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