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개혁의 시금석 돼야
공기업 개혁의 시금석 돼야
  • 국토일보
  • 승인 2008.08.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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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가 41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한 1단계 공기업 개혁방안을 내놓았다. 27개 기관 민영화, 3곳 통폐합, 12곳 구조조정 등 다양한 형태의 추진 방안을 선보였으나 예견됐듯이 여론의 반응은 한결같이 부정적이다.

 

일각에선 이미 추진 동력을 잃었다는 냉소적 평가까지 서슴치 않는다.


 우리가 보기에도 과잉일 정도였던 이명박 정부의 초기 의욕을 감안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다. 그나마 1단계 개혁방안도 첫 단추를 제대로 꿰야 2, 3단계 작업이 힘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추진력에 대한 우려감 역시 적지 않다.


 그런 점에서 용두사미 격인 1단계 개혁방안의 핵심으로 떠오른 주택공사와 토지공사의 통폐합은 관심의 초점이 될 수밖에 없으며 아울러 차질 없는 추진으로 향후 공기업 개혁의 시금석이 되어야 한다는 주문이 따르게 된다.


 그렇지 않아도 두 기관의 통폐합과 조직축소 및 기능 재조정은 공기업 개혁의 시금석으로 인식돼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직 자체가 비대한 데다 자산과 부채 모두 천문학적인 두 기관의 목표 상실과 과잉 복지 등은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의 단골 메뉴가 되다시피 했고 방만한 경영 사례와 도덕적 해이 역시 국민들의 지탄의 대상으로 곧잘 회자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가 주공-토공의 통폐합 문제만 제대로 처리해도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두 기관 개혁의 상징성은 크다고 할 수밖에 없다. 이는 곧 두 기관과 관련된 이해관계의 폭이 넓고 두텁다는 뜻이며 온갖 명분을 들이댄 이해집단과 정치세력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미 두 기관은 언론매체 광고와 상호 비방 등 기득권 수호 차원의 집단행동에 나섰고 미주노총 등 이해집단과 일부 정치세력의 비호와 동조 움직임까지 가시화되고 있는 양상은 이런 부정적 상징성을 각인시키고도 남을 정도다.


 과거를 돌이켜 보더라도 이런 거센 저항 탓에 주공과 토공의 통합 문제는 15년간이나 파행적인 시간의 역사를 헤매었으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거론되는 해묵은 과제로 등장한 바 있다.


 때문에 이번만큼은 그야말로 과단성 있고 치밀한 추진력과 이를 뒷받침할 밀도 있는 프로그램의 동원이 필수적으로 요청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두 기관의 통합방안 발표이후 통합의 명분을 약화시키거나 걸림돌로 작용할 만한 변수들이 곳곳에서 고개를 치켜드는 양상이다. 예를 들어 두 기관이 서로 다른 혁신도시로 이전하는 계획은 통합의 발목을 잡기에 충분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는 게 실상이다. 만약 두 공사가 통합을 하면 한 곳은 혁신도시를 포기해야 마땅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토공이 이전하기로 되어 있는 전북도의회의 경우 이미 “영호남 지역 갈등을 부추기는 통합 논의를 중단하라”고 주장하며 대정부 강경투쟁 방침을 천명하고 나섰을 정도다.


 이렇게 되자 정부 일각에서는 양사를 합치되 사업부 형식으로 기존 조직을 그대로 유지한 채 각각 전주· 완주(토공)와 진주(주공) 혁신도시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는 등 통합의 실효성을 의심케 하는 혼선도 빚어지고 있다.


 사실 공기업을 통폐합하거나 민영화하는 것은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여 경제를 살리자는 뜻이기 때문에 결코 노조나 정치권 또는 특정 이해집단의 저항에 휘둘려서는 원칙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

 

두 기관의 통합 문제가 무려 15년간 6차례나 추진되었으면서도 물거품이 된 배경이 이런 저항세력에 휘둘렸던 탓이었음을 재삼 상기해야 할 것 같다. 물론 정부로서도 대응논리와 대책이 있을 것으로 믿지만 행여 그렇지 않다면 지금이라도 서둘러 마련해야 할 것이다. 세상에 기득권을 선선히 내놓을 집단은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다만 너무 통합 자체에만 집착해 절차상의 무리나 강압적 수단에 경도되는 행태만은 경계해야 할 줄로 안다. 이런 맥락에서 지난 14일 국토연구원에서 치러진 주공· 토공 선진화 관련 토론회는 여론수렴에 보다 무게 중심을 두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