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일보 현장 25時] 공사비와 공기에 매몰된 철거공사 안전관리
[국토일보 현장 25時] 공사비와 공기에 매몰된 철거공사 안전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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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12.02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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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기 국토일보 안전 전문기자/ 공학박사/기술사

[국토일보 현장 25時] "철거시장 규모확대 따라 안전사고 지속 증가… 안전관리시스템 구축해 사고 재발 방지해야"

지난 1일 과천 신축현장 붕괴… 안전관리 부실 반복
대부분 원인 잭서포트 설치 원칙 미준수
상부층 아닌 하부층부터 작업하는 꼼수도 문제
구조물外서 팔길이(boom) 긴 철거장비 활용 요구
체계적 안전관리시스템 구축으로 유사사고 방지 근절해야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건설) 최명기 교수(전문기자).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건설) 최명기 교수(전문기자).

잊을 만하면 계속해서 발생하는 철거공사 붕괴사고로 인해 국민들의 심장은 불안하다 못해 이제는 타들어간다. 도대체 왜 계속해서 발생하는 후진국형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는 없는 것일까?

지난 1일 오전 9시 40분경, 경기도 과천시 중앙동의 오피스텔 신축공사 현장에서 기존 건물을 철거하던 중 슬래브가 붕괴돼 작업자 2명이 매몰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가 발생한 현장은 24층짜리 오피스텔 219세대와 25층짜리 사무실 건물, 3층짜리 상가 등 건물 3개 동을 짓는 공사 현장이었다.

불과 5개월 전에도 비슷한 사고가 발생했다. 2019년 7월 4일 오후 2시 23분경,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서도 철거 작업 중이던 지상 5층 지하 1층 건물의 외벽이 현장 옆 왕복 4차로 도로로 무너졌다.

당시 도로에서 신호대기 중이던 차량으로 철거 건물이 무너져 내리면서, 차량에 탑승하고 있던 여성 1명이 사망하고 3명이 부상당하는 사고였다. 특히 이 사고는 숨진 여성과 중상을 입은 남성이 결혼반지를 찾으러 가던 예비부부로 알려져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냈었다.

철거공사는 신축공사에 앞서 이뤄지는 공사로서 건물의 구조적 노후, 인근 건축물에 미치는 영향, 진동, 소음 등으로 인하여 일반 신축공사보다 훨씬 까다롭고 어려운 공사이다.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짧은 공사기간과 저가 공사비 수주, 기존 건물의 설계도면 부재에 따른 안전검토 부족, 전문성 부족에 따른 안전 불감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사고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서울시 건축물 재난사고 발생 현황’에 따르면 철거공사장에서 발생한 사고건수는 2015년 4건, 2016년 5건, 2017년 5건, 2018년 3건, 2019년 1건 등 18건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주요 사고유형은 철거하다 남은 폐자재 등을 반출하지 않고 그대로 건물위에 올려놨다가 하중이 커져 붕괴되는 경우와 크레인, 굴삭기와 같은 중장비를 철거 잔재물 위 불안정한 위치에 설치해 넘어지는 경우 등 이었다.

 

■ 계획서는 계획서 일 뿐, 시공은 시공자 마음대로
도심지내 건물 철거공사 중 발생한 대부분의 붕괴사고 발생 원인을 살펴보면 대부분 자격이 없는 자가 다른 현장 계획서를 짜깁기해 철거계획서를 작성하고 있다.

이에 따라 철거현장의 여건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철거계획서가 만들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더불어 철거 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철거계획서대로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지 여부를 현장에 상주하는 철거 감리원이나 관할구청에서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

하지만 제대로 된 점검이 이뤄지고 있지 않아 계속해서 사고가 발행하고 있다.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경기도 과천 철거현장의 경우에도 철거계획서대로 공사가 과연 제대로 이뤄졌는지를 면밀히 살펴보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철거공사 중 발생하는 붕괴사고의 대부분은 철거작업의 첫 번째 공정인 임시 구조보강 작업인 잭서포트를 원칙대로 설치하지 않아 붕괴로 연결되곤 한다.

당초 철거공사계획서와는 달리 짧은 공기를 단축하고 소요되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개당 20~30톤 허용하중을 가지고 있는 잭서포트(Jack Support)를 제대로 설치하지 않은 상태에서 원칙을 무시하고 무리한 시공을 하게 된다. 이로 인해 지상 1~2층 기둥과 보가 손상돼 건물이 붕괴되곤 한다.

잠원동 붕괴사고의 경우에도 공사 시작에 앞서 잭서포트를 설치하고 공사를 진행하겠다는 내용의 철거계획서를 관할구청에 제출했었지만 이 내용이 지켜지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다.

철거공사현장에서는 반드시 잭서포트의 허용하중을 고려해 안전성 검토를 실시해야 한다. 구조계산된 수량의 잭서포트를 보 밑에 설치하고, 철거는 상부에서부터 작업하면서 폐기물을 신속하게 반출했다면 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원칙을 지키지 않아서 붕괴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철거업체의 경우 대부분 전문성이 미흡하고 영세함에도 불구하고 앞선 기존의 철거현장 경험을 맹신하면서 안전한 시공순서와 방법을 준수하지 않고 공기단축과 비용절감을 위해 무리한 시공을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철거공사를 할 때에는 반드시 건물의 하부층보다는 상부층을 먼저 철거해야 하고, 계단을 한꺼번에 철거하면 균형이 잃게 되어 붕괴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철거하는 층의 계단은 적기에 철거해야 한다.

상부층부터 철거를 하면서 잔존하는 폐기물은 건물바닥에 자재 반출용 구멍을 뚫거나 유리창을 통해서 신속하게 건물 하부로 반출해 건물의 무게를 줄여야만 한다. 공사비를 줄이고 공기를 단축하기 위해 건물의 하부층을 먼저 시공해 단숨에 건물을 무너뜨리겠다는 우매한 생각을 접어야만 한다.

원칙적으로 철거되는 구조물 안에서는 철거작업을 하지 말아야 한다. 잭서포트를 설치하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철거되는 구조물 안에서 작업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가능하면 철거구조물 밖에서 팔길이(boom)가 긴 철거장비 등을 사용해 작업을 하는 방법을 채택해야 한다. 독일의 경우 철거대상 건물에 철거장비가 올라타고 작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팔길이(boom)가 긴 철거장비를 활용해 건물외부에서 안전하게 작업을 수행토록 하고 있다.

 

■ 서류상으로는 철거 감리, 현실은 현장에서 철수 감리
서울시는 2017년 1월 낙원동 사고 이후 건축조례를 개정해 사전 철거심의제와 상주감리제를 도입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막무가내식 철거가 만연해 붕괴사고가 줄지 않은 실정이다.

잠원동 사고의 경우 관할구청에 제출한 철거공사계획서와 조건부 심의 내용에서는 철거공사 감리원을 상주시킨다는 조건이 있었다. 그러나 현실은 철거공사의 안전을 감시해야 할 감리원이 상주하지 않아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에 따라 건설기술인들의 기술자존심인 장인정신과 윤리의식이 부족하다는 사회적 비판을 받았던 씁쓸한 기억이 아직까지도 남아 있다.

 

■ 철거공사 안전관리시스템 구축 운영 필요
철거공사는 안전사고 위험성이 큰 공사이지만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철거(해체)공사업 등록기준이 취약하다보니 전문성이 부족하고 영세한 비전문업체들이 난립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철거공사는 건축물 규모에 관계없이 처리기간이 1일인 철거신고만 하면 철거계획에 대한 안전성 검증없이 바로 다음날에도 공사가 가능한 실정이다. 철거공사 신고 시 층별‧위치별 해제작업의 방법 및 순서, 공사현장 안전조치 계획 등을 포함한 철거공사계획서를 제출하도록 돼있다. 그러나 현실은 관계 전문기술자의 참여 없이도 계획서 작성이 가능하고 신고제이다 보니 이에 대한 검증도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최저가만 찾는 건축주와 힘든 건설경제 환경 속에서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공사가 불가능할 정도의 저가로 공사를 하고 있는 철거업체, 그 안에서 목숨을 걸고서 불안전하고 위험한 작업지시를 따르는 작업자들을 위해서라도 철거공사에 대한 안전관리시스템을 확실하게 구축해 운영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는 공사가 거의 불가능할 정도의 최저가와 짧은 공사기간 내에 공사 수행을 요구하는 건축주들의 관행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관련 법령과 제도의 미비점을 개선해야 한다.

사전심의 단계에서는 철거업체 주도로 작성하던 철거계획서를 관계 전문기술자 등이 직접 안전성을 검토해 작성한 후 서명까지 하도록 하여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허가 단계에서는 철거공사 계약서와 감리계약서 제출을 의무화해 더 이상 철거공사 중 붕괴사고가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계획된 내용이 현장에서 제대로 이행되는지 여부를 점검하되, 만약 점검인력이 부족하다면 퇴직 건설기술인들을 활용하는 방안도 고민해 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