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리뷰] 투자 절실한 스마트 건설안전
[기자리뷰] 투자 절실한 스마트 건설안전
  • 김준현 기자
  • 승인 2019.11.29 1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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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엄 벨은 전화기를 발명할 때 시장조사를 하지 않았다.”

애플 창업자 故스티브 잡스가 남긴 말이다. 그가 시장조사 없이 혁신적인 아이템을 전 세계 시장에 내놓을 수 있었던 비결은 기술과 인문학의 교차로에서 끊임없이 융합을 했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고 있는 대한민국 역시 이 시대 기본 목표인 생산성 향상을 중심으로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3D 프린터, 정보통신기술(ICT)과의 융·복합에 의한 가치 창출에 열을 올린다.

국토교통부도 지난해 10월 ‘건설생산성 혁신 및 안전성 강화를 위한 스마트 건설기술 로드맵’을 발표하고 글로벌 건설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비전을 제시했다.

최근에는 ‘2019 스마트 건설기술·안전 엑스포’를 통해 BIM 설계와 모듈러 건축기술, 무인 건설기계, VR 안전교육, 3D 지하시설물 탐사, IoT 시설물유지관리 등 미래 건설산업을 이끌어갈 다양한 기술을 선보였다.

이 가운데 ‘안전한 미래건설’을 테마로 한 건설안전 전시관에서는 흙막이시공 계측기, 화재 자동진압, 3D 지하시설물 탐사 등이 소개됐다.

그러나 건설사망사고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추락예방과 관련된 스마트 기술은 VR을 통한 작업자 안전교육 외엔 찾아보기 힘들었다.

건설근로자를 위한 스마트기술이라 한다면 작업자의 현장안전관리를 감지하기 위한 위험요인 인지기술(IoT)이나 근로자 행동기반을 미리 예측하고 예방하는 기술(AI, 빅데이터), 또는 웨어러블 스마트 디바이스(스마트안전모·작업벨트) 등을 꼽을 수 있다.

가설안전 측면에서는 가설자재 품질을 확인할 수 있는 열화상기법과 VR을 통한 가설 설치·해체 훈련 등이 있다. 또 이러한 기술 정보를 수집하고 통합적으로 분석한 자료들을 연계함으로써 빅데이터의 완성을 꿈꾸게 된다.

왜 국토부에서 제안했던 건설근로자나 가설구조물을 위한 기술은 타 분야에 비해 기술발전 속도가 더딜까.

얼마 전 경기도는 서울 잠원동 철거 붕괴사고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가설구조물 ‘잭서포트’에 센서를 부착해서 모바일로 안전성을 검토하는 IoT를 접목한 스마트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정부지원 4억원을 받고 2021년까지 수행되는 사업이지만 현장에서는 크게 환영받지 못하는 분위기다.

가설자재 업계는 잭서포트를 하나라도 더 제대로 설치하는 것이 하중을 분산시키는 것에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고, 시공사는 공기단축과 비용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일이 구조물마다 센서를 부착하는 것은 무리라는 계산이다. 또 구조전문가들은 연관성이 있는 자격자들이 제대로 검토만 한다면 안전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견해다.

문제는 결국 시장성이라는 접근이다. 개발된 제품이 상용화되기 위해서 누군가는 지원을 하거나 투자를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니 스마트 건설안전 기술개발이 이벤트로만 전락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시설안전공단 관계자는 “개발되고 있는 스마트 건설안전 기술이 현장에서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국토부의 정책적 뒷받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내년부터 6년간 진행될 스마트 건설안전 기술개발은 현재의 기준에서 판단할 것이 아니라 미래 발전을 위한 긍정적 시각을 가지고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황과 맞물려 ‘우리의 미래, 스마트건설과 함께하다’, ‘건설공사 추락재해 절반 줄이기’ 등의 슬로건을 내세운 국토부가 그레이엄 벨을 자청하고 기술과 안전의 교차로에 서서 혁신적인 융합을 이끌어낼 수 있는 대대적 투자를 선행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