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리뷰] 신기술과 관행
[전문기자리뷰] 신기술과 관행
  • 이경옥 기자
  • 승인 2019.10.25 1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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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일보 이경옥 기자] 고속도로 터널의 78%가 재난발생 시 라디오 재난방송 수신이 어렵다고 한다. 라디오 방송 중계설비가 오래되고, 옛날 기술 방식에 머물러 있어서다.

기술 발전 속도는 빠르지만, 그것을 도입하는 속도는 느리다. 공공기관일 경우 더욱 그렇다. 이미 검증된 것, 혹은 오랫동안 해왔던 것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자칫 새로운 것을 도입하기에는 위험부담이 크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고속도로 터널 재난방송 수신 관련도 마찬가지다. 업계에서는 이미 옛날 방식이 아닌 새로운 방식의 기술이 개발됐지만, 적용해주는 곳이 없어 기술개발이 무의미한 경우가 많다고 토로한다. 현재 터널은 모 중계기 한 대나 두 대로 방송을 송출하고 있는데, 새로운 방식은 소출력 중계기 여러 대를 달고 무선 중계를 하는 경우도 있어 관심을 가져볼 만 하다는 설명이다.

유선 방식이 아닌 무선 방식 개발로 주파수 이동률을 높이고 송출 출력도 자동 조절할 수 있도록 한 기술들이 시중에 나와 있는데도 이것이 적용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3D 프린팅 기술로 주택을 건설하는 사례도 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보편화된 것은 아니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사람이 거주할 수 있는 주택이 지어지고 있다. 3D 프린팅 건축은 전통 건축물의 대안으로 꼽히고 있고, 2024년이면 시장 규모가 15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국내에서도 최근 스타트업 기업이 건축용 3D 프린터로 완성한 국내 1호 3D 프린팅 건축물이 등장했다. 서울 중구 장충동 현대BS&C 사옥 앞 경비실 건물이 주인공이다. 높이 2.2m, 넓이 10㎡의 경비실 건물을 짓는데 단 14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전통적 건축방식과 달리 3D 프린터가 입력된 설계도대로 특수 콘크리트를 뿜어 구조물을 올리는 방식이 적용됐다.

새로운 기술이 현장에 제대로 적용되기까지 한계도 있겠지만, 새 시대를 불러오는 계기가 될 것임은 틀림없어 보인다.

각 업종마다 비슷한 사례는 다양하다. 십수 년 전부터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이나 가상현실(VR), 3D프린팅 기술 등 다양한 신기술을 개발하고, 시도하는 업체들도 많았지만 아직도 기술 적용이 보편화된 분위기는 아니다. 특히 건설업계는 유독 ‘전통’처럼 관행이 이어지고 있다.

미래 먹거리 창출? 좋다. 신기술 개발? 다 좋다. 그런데 잠깐, 예전 그대로 하려는 관행부터 깨는 것은 어떨까.

kolee@ikl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