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한국공항공사, 폭염 대비 활주로 노동자들 '수박 한통'으로만 달래
[국감] 한국공항공사, 폭염 대비 활주로 노동자들 '수박 한통'으로만 달래
  • 김준현 기자
  • 승인 2019.10.17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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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공사 “조업사 노동자는 항공사와 계약”
윤영일 “책임 회피 발언… 말로만 노동자 안전 강조해”

[국토일보 김준현 기자] 한국공항공사가 한여름 가마솥 무더위에 무방비 노출된 공항 활주로 노동자에게 지원한 것은 고작 수박 한통이 전부거나, 그 조차도 지원하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공공기관 안전강화 종합 대책’(기획재정부, 3.28)을 통해 폭염 등으로부터 노동자의 안전을 지키겠다던 정부의 약속은 공항 활주로 노동자들에게는 공염불에 불과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윤영일 의원(대안신당, 해남‧완도‧진도/사진)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한국공항공사의 ‘여름철 폭염대비 지상조업 근로자 지원 계획 제출(19.9.18.)’ 자료에 따르면 여수공항과 포항공항은 폭염에 대비해 노동자들에게 지원한 사실 자체가 없었고, 무안공항·사천공항은 수박 한통(2만원)을 지원했다고 조사됐다.

지상조업 노동자들은 비행기가 착륙하면 주기장으로 유도하고, 승객의 수하물과 화물을 관리하며, 활주로로 견인하는 일 등을 수행하는데, 지열과 비행기 엔진 열기로 여름 활주로 위의 체감 온도는 50도 이상에 이른다.

이러한 이유로 언론 등에서는 지난해 폭염 등에 의한 직간접적 영향으로 9명이 쓰러지거나 한명이 숨졌고, 열악한 근로 환경으로 퇴사가 속출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 지상조업 노동자에 대한 정부와 공항공사의 관심과 대책은 쉽게 찾기 어렵다. 지상조업 노동자들은 공항공사가 아닌 항공사와 계약관계를 맺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책임은 공항공사가 아닌 항공사에 있다는 이유다.

실제 국토부는 하계 성수기(하계 휴가철 특별교통대책기간 7.25~8.11)가 지나고, 더위가 이미 한풀 꺾인 8월 21일에서야 양대 공항공사 및 지방항공청 등에 ‘폭염 속 공항 야외작업 근로환경 개선 협조’ 요청 공문을 발송했다. 뒷북행정이다.

국토부의 협조 요청 역시 자발적이라기보다 공항 활주로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로 환경에 대한 언론 보도가 난 이후 조치된 것으로, 국토부는 언론 보도를 의식해 관련 기사의 제목과 매체명, 보도 일시 등을 상세히 설명했다.

양대 공항공사 역시 마찬가지다. 공항공사 측은 폭염에 대비해 공항 활주로 노동자들을 위해 이동형 휴게시설 등을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공항공사가 마련한 것이 아니라 항공사와 계약을 맺은 조업사가 운영하는 것이고, 이 역시 특정 항공사 소속 조업사 노동자들만 사용할 수 있어, 노동자들 간에도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

윤영일 의원은 “‘노동 존중 사회’를 외치는 문재인 정부의 국토교통부와 공항공사가 항공사와 계약 관계 운운하며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에 관심 갖지 않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다”면서 “정부가 직접 나서서 폭염과 낙뢰 등에 무방비 노출된 공항 활주로 노동자들에 대한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