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역세권 청년주택 월임대료 최고 78만원, 보증금 1억 이상도
[국감] 역세권 청년주택 월임대료 최고 78만원, 보증금 1억 이상도
  • 이경옥 기자
  • 승인 2019.10.17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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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흙수저’ 청년에게는 ‘그림의 떡’

[국토일보 이경옥 기자] 서울시 역세권 청년주택의 임대료가 비정규직이나 청년이 부담하기에는 지나치게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는 주거비용 부담이 상대적으로 높은 청년층의 주거안정을 위해 지난 2016년부터 ‘역세권 청년주택’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역세권 청년주택은 서울시로부터 용도지역 상향, 용적률 완화, 사업절차 간소화, 건설자금 일부 지원, 주차장 기준 완화 등 특혜를 받는 민간사업자가 공급하는 주택이다. 대신 민간사업자에게는 최대 8년간의 의무임대기간, 공공임대주택 공급 등의 의무가 부여된다.

서울시는 2022년까지 공공임대 1만6천호, 민간임대 6만4천호 등 총 8만호의 역세권 청년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다. 현재 38개 사업지구에 15,443호가 사업인가를 받았다.

민간이 소유하고 있는 역세권 지역을 개발해 1차로 공공임대주택을 확보하고, 2차로 민간임대주택을 저렴하게 공급하는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은 최근 큰 사회적 문제로 부각하고 있는 청년층의 주거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좋은 취지를 갖고 있다.

그러나 역세권 청년주택사업은 청년층이 부담하기 어려운 높은 임대료, 민간 사업자에 대한 과도한 규제완화 및 특혜라는 문제가 있다.

실제로 안호영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서울시가 지난 8월 29일 발표한 서대문구 충정로와 광진구 구의동의 역세권 청년주택의 모집공고를 보면, 임대료가 매우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서대문구 충정로에 공급되는 역세권 청년주택 중 신혼부부 대상인 민간임대 39㎡형 주택의 임대료를 보면, 임대보증금 비율이 30%일 경우 임대보증금이 8천 5백만원이며 월 임대료는 78만원이다. 임대보증금을 40%로 할 경우에는 임대보증금은 1억 1,280만원, 월 임대료는 66만원이다.

또한 광진구 구의동에 공급되는 역세권 청년주택 중 신혼부부 대상인 민간임대 32A(㎡)형 주택의 임대료를 보면, 임대보증금 비율이 30%일 경우 임대보증금이 6천3백만원에 월 임대료는 59만원이다. 임대보증금 비율을 50%로 할 경우 임대보증금은 1억 5백만원이며, 월 임대료는 42만원이다.

안호영 의원은“공급대상이 신혼부부임을 감안해도 이처럼 1억원이 넘는 임대보증금이나 80만원에 육박하는 월임대료는 주거취약계층의 주거난 해결을 위한 역세권 청년주택의 취지를 감안할 때 매우 비싼 편이다”라고 지적했다.

면적 20㎡ 이하의 청년 대상 소규모 민간임대의 임대료를 보더라도 서대문구 충정로의 15㎡형의 경우 임대보증금은 3천 6백4십만원에서 4천8백5십만원이며, 월 임대료는 29만원~34만원 수준이다.

광진구 구의동 청년주택의 16㎡형의 경우 임대보증금은 4천4백69만원에서 7천4백48만원이며, 월 임대료는 33만원에서 46만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만 29세 미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월 평균 임금은 123만 4천원이다. 이들에게 월 임대료 30~40만원은 월 소득의 30% 정도에 해당한다.

안호영 의원은 “역세권 청년주택 중 청년 대상 20㎡ 이하 소규모 민간임대의 월 임대료 30~40만원은 학자금 대출을 받거나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학생이나 비정규직 청년층이 감당하기에 높은 수준이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역세권 청년주택 중 민간임대주택의 임대료는 주변 시세의 85~95% 수준에 맞춰 공급한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인근에 비슷한 여건의 주택 임대료와 비교해 볼 때 싸지 않고 오히려 더 비싼 경우도 있다.

서울시가 제출한 광진구 구의동 역세권 청년주택의 인근시세 자료를 보면, 면적에 따라 보증금은 최저 1천만원에서 최고 5천만원이며, 월 임대료는 40만원~70만원 수준이다. 서대문구 충정로 역세권 청년주택의 인근시세 자료를 보면, 30.4㎡ 면적의 아파트의 경우 보증금은 1억원이지만, 월 임대료는 56만원이다.

이처럼 역세권 청년주택의 임대료를 인근시세와 비교해 볼 때 면적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준이라고는 볼 수 없다.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은 민간주택을 최소 8년간 임대주택으로 확보,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양질의 주택을 공급함으로써 청년들의 주거안정에 기여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서울시가 용적률을 풀어주고 자금지원을 하는 등 특혜를 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역세권 청년주택의 임대료는 주거취약계층의 신혼부부와 청년들이 부담하기에는 높은 수준이다.

특히 임대보증금 1억원이나 월 임대료 50~70만원은 비정규직 청년, 이른바‘흙수저’에게는 ‘그림의 떡’과 같다. 오히려 지금과 같은 임대료 수준으로는 월급이 많은 대기업 직원이나 ‘금수저’청년이 입주할 가능성이 높다.

역세권 청년주택의 높은 임대료 문제는 근본적으로 비정규직 청년 등 수요자 입장 보다는 공급자 위주의 정책을 추진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안호영 의원은 “역세권 청년주택의 좋은 취지를 살리기 위해 임대료 수준을 보다 낮출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