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가격 단가 적성성 검토制, 예정價 인위적 삭감 유도… 개선 시급하다”
“설계가격 단가 적성성 검토制, 예정價 인위적 삭감 유도… 개선 시급하다”
  • 하종숙 기자
  • 승인 2019.10.16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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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산연, ‘설계가격 단가 적정성 검토제도 개선 방안’ 연구보고서 발표

단가 적정성 검토제도 활용 설계가격 인위적 감액하는 사례 多
“예정가격 아닌 낙찰가격이 발주자 예산 초과 못하도록 규정해야”
미국, 원가계산 설계/컨설턴트에 일임 등 해외 선진국 벤치마킹 필요

[국토일보 하종숙 기자] 조달청 등 공공 발주기관에서 운영하는 ‘설계가격 단가 적정성 검토제도’가 예정가격의 인위적인 삭감 용도로 널리 활용되고 있어 이를 개선, 예정가격이 아닌 낙찰가격이 발주자 예산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규정하는 등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원장 이상호)은 16일 ‘설계가격 단가 적정성 검토제도 개선 방안’ 연구보고서를 통해 단가 적정성 검토제도는 설계가격이 발주자 예산을 초과하는 경우 등에 제한적으로 적용하도록 하고, 제도의 도입 취지에 맞게 원가산정 기준을 위반했거나 계산 오류 등을 수정하는 용도로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건설공사는 실시설계 완료 후 설계용역업체가 원가계산을 통해 ‘설계가격’을 산출하는데, 공공 발주기관에서는 이렇게 산출된 설계가격을 입찰 단계에서 일부 감액한 후 예정가격을 설정하는 사례가 존재한다.

국내에서는 제도적으로 설계가격의 삭감을 유인하고 있는데, 현행 기획재정부 ‘총사업비관리지침’ 제22조에 따르면 중앙관서의 장은 실시설계에 대해 총사업비 변경 협의 이전에 조달청장에게 ‘단가 적정성 검토’를 의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조달청은 당청에서 체결하는 모든 공사에 대해 단가의 적정성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조달청에서 실시하는 실시설계의 단가 적정성 검토 과정에서, 조달청에서 대량 구매하는 자재가격이나 시장 시공가격을 적용해 공사비를 감액하는 사례가 있을 뿐만아니라 수요기관에서 품셈 단가나 견적 단가를 적용했을 경우, 이를 계약 단가인 표준시장 단가 등으로 수정해 설계가격을 삭감하고 있다는 게 건산연 측 설명이다.

건산연은 조달청 등 공공 발주기관에서 운영하는 실시설계의 단가 적정성 검토제도는 합리적으로 운영할 경우, 공사원가의 정확성을 높이는 장점이 있으나 현실적으로는 단가 적정성 검토제도가 예산 절감 등을 이유로 공사비 삭감 중심으로 이루어져 문제가 되고 있어 이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달청은 2019년 상반기 실시설계 단가 적정성 검토를 통해 1,188억원의 사업비를 조정(증액 404억원, 감액 784억원)함으로써, 380억원의 사업비를 절감한 것으로 자체 평가하고 있다.

만약, 설계가격을 2% 감액해 기초금액을 산정하고, 여기에 ±2%를 적용해 복수 예비가격을 작성하면, 예정가격은 설계가격보다 최대 4% 낮게 결정될 수밖에 없으며, 이는 불가피하게 인위적인 낙찰률의 저하로 이어진다.

■ 일본, 설계금액의 인위적 삭감 ‘위법’ 규정

일본에서는 2014년 6월 ‘공공공사의 품질 확보의 촉진에 관한 법률’을 개정, 예정가격 설정 단계에서 적정한 적산 및 시장가격 등에 기초해 산출된 설계금액 중 일부를 인위적으로 공제하는 행위를 위법(違法)으로 규정하고 있다.

미연방조달청(GSA)의 경우, 원가계산은 설계/컨설턴트에 일임하고 있으며, 다만 최종 적산액이 발주자의 예산액을 초과하는 경우, 설계/컨설턴트는 예산 내에서 입찰할 수 있도록 코스트 절감안 또는 대체 입찰안을 작성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에 대해 건산연 최민수 선임연구위원은 “외국 사례를 벤치마킹할 때 정부에서 정한 원가계산 기준에 의거, 설계가격이 합리적으로 산정됐다면 이를 그대로 예정가격에 반영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따라서 조달청 등에서 운영하고 있는 단가 적정성 검토제도는 설계가격이 발주자 예산을 초과하는 경우 등으로 한정해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최 선임연구원은 “만약 단가적정성 검토제도를 존치할 경우, 제도의 도입 취지에 맞게 시장가격과 비교해 큰 괴리가 있거나 혹은 원가산정 과정의 명백한 오류나 실수를 바로잡는 역할로 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설계가격을 수정할 수 있는 범위는 ▲국가계약법령에서 정한 원가산정 기준을 위반했거나 법적 요율을 잘못 적용한 경우 ▲일부 공종이 누락된 경우 ▲계산 착오나 중복 계산된 항목 등으로 국한해야 한다. 또한 발주기관별로 사업비 검토 결과를 토대로 증감 사유와 증감 내역을 공표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최 선임연구위원은 “제도적으로 설계가격의 삭감을 유인하는 현실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국가계약법’에서는 예정가격이 발주자 예산을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 규정으로 인해 발주자는 설계가격을 인위적으로 2%가량 삭감하는 사례가 존재한다. 그 이유는 설계가격에서 ±2% 범위를 두어 15개의 복수 예비가격을 산정하고 이 가운데 4개를 추출해 예정가격을 결정하는데, 이론적으로는 설계가격이 발주자의 예산에 근접할 경우, 예정가격이 발주자 예산을 최대 2% 초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최 선임연구위원은 “예정가격이 발주자 예산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국가계약법’ 규정을 개선, 기술형 입찰을 제외하고는 예정가격이 아니라 낙찰가격이 발주자 예산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규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