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B-05구역 재개발 조합 무리한 시공사 교체 감행
울산 B-05구역 재개발 조합 무리한 시공사 교체 감행
  • 이경옥 기자
  • 승인 2019.10.11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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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지연, 조합원 분담금 폭탄 예고
시공사 재선정 난항에 사업지연 불가피…기존 시공사 유지론 대두
인근 구역 시공사인 L사…조합과 기존 시공사 갈등 조장 의혹
울산 중구 B-05구역 주택재개발사업 현장.

조합과 조합원들이 재개발 재건축사업을 추진할 때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을 꼽자면 바로 ‘사업지연’이다. 사업이 지연될 경우 조합 사업을 위해 차입한 금융비의 이자가 대폭 늘어나면서 조합원들의 분담금이 급증하고, 수익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재개발, 재건축사업을 속도전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하지만 재개발 재건축사업은 조합원 다수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의견조율이 쉽지 않고, 사업추진 중 정부 정책이 바뀌는 등 다양한 변수로 사업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

충북 청주시 최대 재개발 사업지로 꼽히는 사모2구역 경우에도 지난 2006년 6월 추진위원회를 구성한 이후 무려 12년이 지나 시공사를 선정했다. 추진위원회 구성, 조합 설립, 사업시행 인가, 시공사 선정, 관리처분 인가, 이주 및 철거, 착공 등으로 이어지는 재개발사업 진행 단계 중에서도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시공사 선정을 마무리한 만큼 향후 사업추진에 탄력을 붙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시공사를 선정했다고 안심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조합(조합원)과 시공사가 갈등을 빚으며 또 다시 사업이 지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강남 재건축 시장의 대어로 꼽혔던 잠실 미성크로바 재건축은 지난 2017년 10월 L사를 시공사로 선정했지만 일부 조합원들이 L사의 시공사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며 조합을 상대로 소송(총회결의 무효 확인의 소)을 제기하며 사업이 지연됐다.

L사가 수주전 당시 조합원들에게 제안한 특화설계 무상 제공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고, 이주비에 대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도 100%에서 60%로 낮추며 이주시기를 지연시켰다는 게 조합원들의 주장이다. 법원이 L사의 손을 들어주며 소송은 일단락되었지만 조합과 시공사간 불신의 벽은 여전히 남아 있다.

2016년 2월 L사를 시공사로 선정한 서울 중랑구 중화1구역 재개발 사업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L사가 이주비 문제(LTV 60% 미충족)를 해결하지 못해 지난해 3월 관리처분 인가 이후 1년 6개월 간 사업이 지연됐고, 지난달 23일에서야 이주를 개시했다.

울산 중구 B-05구역, 시공사 교체…사업지연 우려

울산 최대 재개발 사업지로 꼽히는 중구 B-05구역 역시 돌연 시공사 교체를 감행하고 있어 사업지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울산시 중구 복산동 460-72번지 일대 20만4123㎡를 재개발하는 울산 중구 B-05구역은 지난 2014년 9월 효성중공업·진흥기업·동부토건 컨소시엄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2016년 1월 사업시행인가, 2017년 관리처분인가를 득하고, 이주개시 및 조합원 분양까지 마무리한 조합은 올해 10월 일반분양에 나설 예정이었다.

순항을 이어가던 재개발사업은 지난 7월 동부토건이 회사 여건상 공동도급지분 40%를 효성에 양도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혼란에 빠졌다.

기존 시공사 측은 동부토건의 지분 양도가 공사 자체를 추진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었다며 지분 양도를 철회했지만 조합은 시공사 계약해지 및 시공사 재선정을 결정, 지난달 24일 시공자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를 냈다.

문제는 시공사 재선정 절차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어 사업지연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조합은 지난 2일 시공사 재선정을 위한 현장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취소됐다. 지난달 19일 현장설명회에 이어 벌써 두 번째 무산이다.

기존 시공사는 시공사 선정총회 금지 가처분 신청과 함께 시공사 지위 확인 청구 소송에 돌입한 가운데 소송비용과 사업지연에 따른 추가 분담금 폭탄이 예상되고 있다.

조합원들도 술렁이고 있다. 시공사 재선정 작업이 차질을 빚고 있는 만큼 지난 5년 간 신속하게 사업을 추진해온 기존 시공사와 다시 한번 호흡을 맞추자는 주장에 점차 힘이 실리고 있다.

한 조합원은 “서둘러 시공사를 교체하고 올해 안에 일반분양까지 마무리할 계획이었는데 입찰공고와 현장설명회도 잇따라 무산되고 벌써 한 달이라는 시간을 허비했다”며 “일각에서는 최근 다수 재개발 현장에서 사업을 지연시키고 있는 L사가 지키기 못할 달콤한 제안으로 조합을 현혹시킨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L사가 시공권을 가로채기 위해 조합과 기존 시공사의 갈등을 조장했다는 주장이다.

L사는 울산 중구 B-05구역 인근에 위치한 B-04구역의 시공사다. 최근 일부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기존 시공사의 공사지분문제가 불거졌을 당시 조합과 L사간 시공사 변경 건을 논의했다는 소문도 무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