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중공업, 세계 5번째 ‘가스터빈 원천기술’ 개발
두산중공업, 세계 5번째 ‘가스터빈 원천기술’ 개발
  • 이경운 기자
  • 승인 2019.09.19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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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전략기술,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 국산화 ‘쾌거’

국책과제 270MW급 대형 가스터빈 최종 조립현장 공개 ‘위용’

연구개발에 1조원 투자, 첨단 기계공학 집약해 6년 만에 완성

가스터빈 산업 생태계 조성… 2030년까지 약 10조원 수입대체
두산중공업이 개발한 대형 가스터빈 DGT6-300H S1이 최종 조립되고 있다.
두산중공업이 개발한 대형 가스터빈 DGT6-300H S1이 최종 조립되고 있다.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5번째로 대형 가스터빈 개발에 성공했다. 이는 비행기 제트엔진의 원천기술과도 일맥상통하는 국가전략 기술로, 향후 관련분야에서 신사업이 대거 파생되는 교두보를 마련한 것이다.

두산중공업은 19일 창원 본사에서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의 지원을 받아 국책과제로 개발중인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 초도품의 최종 조립행사를 가졌다고 밝혔다.

현재 제조공정률은 약 95% 수준으로 연내 사내 성능시험에 돌입할 예정이다. 시험에 성공하면 한국은 미국, 독일, 일본, 이탈리아와 함께 대형 가스터빈 기술을 보유한 5개 국가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두산중공업은 지난 2013년 정부가 추진한 한국형 표준 가스터빈 모델 개발 국책과제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그 동안 해외에 의존했던 발전용 가스터빈의 국산화를 목적으로 실시한 과제다.

사업추진을 위해 정부가 약 600억원을 투자했고, 두산중공업도 자체적으로 총 1조원 규모의 연구개발비를 투자 중이다. 이 국책과제에는 두산중공업과 함께 21개의 국내 대학, 4개의 정부출연 연구소, 13개의 중소·중견기업과 발전사가 참여하고 있어 산·학·연 협력을 통한 기술개발의 성공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 기계공학의 꽃 ‘발전용 가스터빈’ 개발

두산중공업이 개발한 DGT6-300H S1 모델은 출력 270MW, 복합발전효율 60% 이상의 대용량, 고효율 가스터빈이다. 글로벌 최고 수준인 H클래스로 개발됐으며, 복합발전효율도 일본·독일기업들에 버금간다.

발전용 가스터빈은 ‘기계공학의 꽃’이라 불리며 고도의 기술력을 필요로 한다. 최신 가스터빈의 핵심기술은 △1500℃ 이상의 가혹한 운전조건에서 지속적으로 견디는 ‘초내열 합금소재 기술’ △복잡한 형상의 고온용 부품을 구현하는 ‘정밀 주조기술’ △대량의 공기를 24:1(최신 압축기 모델 기준)까지 압축하는 ‘축류형 압축기 기술’ △배출가스를 최소화하는 ‘연소기 기술’ △압축기·연소기·터빈의 핵심 구성품을 조합시키는 ‘시스템 인테그레이션 기술’이 조화된 최고 난이도의 기계기술 복합체다. 부품 수만 40,000여개에 이른다.

가스터빈 내부에는 450개가 넘는 블레이드(날개)가 있다. 각 블레이드의 1개 가격이 중형차 1대 가격과 맞먹는다. 또한, 초미세먼지(PM 2.5) 배출은 석탄발전의 8분의 1 수준이며, 직접 배출되는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등의 대기오염물질은 석탄발전의 3분의 1 이하로 친환경 운전이 가능하다.

두산중공업 기술연구원 이종욱 박사(상무)는 “발전용 가스터빈은 항공기 제트엔진을 모태로 출발했지만 시장의 요구에 따라 급격한 기술발전을 이뤄냈다”며, “1500℃가 넘는 고온에서 안정성과 내구성을 보증하는 첨단소재 기술 등 이번에 개발한 270MW 모델에 적용한 주요 기술은 항공용 제트엔진의 기술력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두산중공업이 공개한 국책과제 모델은 한국서부발전이 추진하고 있는 500MW급 김포열병합발전소에 공급돼 2023년부터 상업운전에 돌입한다. 두산중공업은 이 모델 외에도 시장 변화를 선제적으로 반영한 최신 사양의 후속 가스터빈 모델(380MW급), 신재생 발전의 단점으로 꼽히는 간헐성을 보완하기 위한 100MW급 중형모델 개발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 2030년까지 약 10조원 수입대체효과

현재 국내 발전소에서 운영되고 있는 가스터빈은 총 149기로 전량 해외 제품이다. 가스터빈 구매비용 약 8조 1천억원을 비롯해 유지보수, 부대 및 기타비용 약 4조 2천억원을 고려하면 약 12조 3천억원에 달한다.

2017년 말 발표된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노후 복합발전소, 석탄발전소 리파워링을 고려하면 가스터빈이 필요한 신규 복합발전소는 2030년까지 약 18GW 규모로 건설될 전망이다. 18GW 복합발전소 증설에 국내산 가스터빈을 사용할 경우, 약 10조원의 수입대체 효과가 기대된다.

여기에 유지보수, 부품교체 등 서비스사업과 해외시장 진출까지 고려하면 파급효과는 무궁무진하다. 미국의 IHS 케임브리지에너지연구소(CERA)는 전 세계적으로 2018년부터 2028년까지 총 432GW의 가스발전이 신규 설치될 것으로 전망했다. 두산중공업은 국내외에서 적극적인 수주활동을 통해 2026년까지 가스터빈 사업을 연매출 3조원, 연 3만명 이상의 고용유발 효과를 창출하는 주요사업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두산중공업이 개발한 대형 가스터빈 DGT6-300H S1이 최종 조립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이 개발한 대형 가스터빈 DGT6-300H S1이 최종 조립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 독자모델 품고 가스터빈 서비스 시장 공략

두산중공업은 가스터빈을 주력사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꾸준한 노력을 기울였다. 창원 본사와 미국 플로리다, 스위스 바덴에 대형 가스터빈 개발을 위한 별도의 R&D센터를 설립했다.

또한, 1천억원 이상을 투자해 창원 본사에 적격부하(Full Speed Full Load) 시험장을 준공했다. 이곳에서는 3000개 이상의 센서를 통해 가스터빈의 진동, 응력, 압력, 유제와 금속의 온도를 모니터링 하는 등 종합적인 성능시험을 진행할 수 있다.

두산중공업은 가스터빈 서비스 시장 공략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가스터빈 제조사들은 기기공급 뿐만 아니라 유지보수, 부품교체 등의 서비스 사업을 통해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2017년 미국에서 가스터빈 핵심부품에 대한 정비, 부품교체, 성능개선 등 서비스 사업을 운영하는 DTS(Doosan Turbomachinery Services)를 인수했다. DTS는 현재 국내에서 상업운전중인 대부분의 가스터빈 모델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박지원 두산중공업 회장은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다각화하기 위한 노력 끝에 발전용 가스터빈을 개발하게 됨으로써 매우 중대한 하나의 결실을 맺었다”면서, “지속적인 변화와 혁신을 통해 다른 분야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가스터빈 개발은 국내 230여개 중소·중견기업이 참여하는 신산업 생태계 구축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크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