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가는 건설생산체계 개편... 한국건설 미래가 없다!
거꾸로 가는 건설생산체계 개편... 한국건설 미래가 없다!
  • 김광년 기자
  • 승인 2019.09.06 09: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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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범적 건설혁신운동 평가받는 영국 사례 벤치마킹할 때
- 업역 간 단체 간 밥그릇싸움 전락하면 혁신 요원하다

(국토일보 김광년 기자) ‘미래는 유지관리 시장이다. 기존 시설의 보수보강 등 유지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국가 시설물의 노후보장은 물론 국민생명 및 재산을 보호하는 첩경이 될 것이다’

정부 보도자료에 자주 등장하는 익숙한 문장이다.

돌이켜 보건데 지금으로부터 25년 전 멀쩡하던 성수대교가 두부처럼 잘려 강물에 떨어지고 삼풍백화점이 폭삭 주저앉았다. 그야말로 평화롭던 대한민국 서울 중심에 청천벽력이 떨어진 것이다.

성수대교 26명, 삼풍백화점 502명이라는 고귀한 생명을 앗아간 이 참사 이후 대한민국 정부는 대오각성하고 부랴부랴 시특법을 제정하는 등 국가 본연의 기능을 발휘하는데 집중했다.

그리고 사반세기가 흘렀다.

체계적인 유지관리 덕인지 다행스럽게도 대형사고는 터지지 않았고 ... 상대적으로 국내 시설물 유지관리 산업의 제도발전을 비롯 규모, 기술, 업계능력은 동반성장해 왔음이 사실이다.

이러한 과정속에서 국토부는 지난해부터 건설생산체계 개편이라는 무거운 키워드를 추진중이다.

한국건설의 고질적 문제인 지나친 칸막이 문화를 타파, 글로벌 지향의 경쟁력을 갖춰 효율성 및 생산성 제고로 전환한다는 발전적 정책으로 받아 들여지고 있다.

그런데 2019년 9월 현재 이 시간 혁신정책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처음부터 삐끄덕 거리며 업역 간 밥그릇싸움이 아니냐는 지적이 꿈틀거리더니 이젠 아예 일반과 전문 두 업역만을 남겨 놓고 시설물 업역은 없애겠다며 몰고 가고 있다.

건설산업 생산체계를 개편하라 했더니 결국 내 밥그릇 보다 커 보이는 시설물 유지관리 시장을 놓고 그 동안 키워 온 힘자랑 하는 형국이 아니냐는 비난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6월 2차 공청회에서는 예견된 일이지만 시작부터 분위기는 험악했다.

다행히도 직접 이해관계가 없는 대다수 지정토론자들은 “ 혁신안이 현실적이지 못하다. 투명하고 미래지향적 추진이 필요하다” 며 현행 혁신방안의 문제점을 질타했다.

언론 역시 부정적이다.

그래서인가! 국토교통부 김현미 장관이 다시 직접 당사자가 되는 관련 단체장을 불러 모았다.

과연 무슨, 어떠한 얘기가 오고 갔을까 매우 궁금하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주무부처인 국토부가 세계적으로 유지관리 시장이 확대일로에 있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닐테고 ...사반세기 넘게 연마해 온 전문기업들의 노하우와 경험을 더욱 육성하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시장을 쪼개거나 없애겠다는 터무니 없는 발상이 올라 왔을 때 왜 애당초 이를 제지하지 못했느냐는 지적이다.

정부는 입만 열면 상생. 공생 외치면서 강 건너 불 보듯 뻔한 현실을 무시하고 사실을 외면한 댓가는 무엇을 얻었는가.

2차례에 걸친 공청회와 국토일보 주관 토론회서 결국 산업계 간 갈등만 조장한 부끄러운 기록만 남겼을 뿐이다.

그리고 지난 4일 민간학회 주최로 ‘건설업종 분류체계 개선방안’ 에 대한 토론회가 또 열렸다.

여기서는 전문업종 25개를 이미 나와 있던 안 대로 10여개 업종으로 묶는데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토론이다.

“ 작금 오히려 전문업종을 더 세분화하여 전문기술력을 확보해야 할 판에 거꾸로 가고 있는 이 현상은 도대체 뭐냐?”

역시 대다수 참석자들의 중론이다.

더 이상 번민을 거듭할 이유 없다. 차제에 대한민국 건설생산체계 개편에 대한 글로벌 스탠다드형 미래지향적 혁신안을 수립, 추진해야 한다.

본보가 이 시점에서 1년 반 남짓 진행돼 온 국내 건설혁신에 대해 관계전문가들의 견해를 가감없이 들어봤다.

A씨 (건축공학 교수) : “혁신은 제도를 바꾸고 대외경쟁력 제고를 목표로 법과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다. 현재 진행되는 방향은 일반, 전문, 시설물 싸움시키는 것 외 아무 기대효과가 없다”

B씨 ( 중견건설사 CEO) : “ 칸막이를 없앤다고 하는데 지금 추진하는 안은 업종별 칸막이를 더 견고히 하는 것일 뿐 ... 전문은 더 전문화하고 일반은 더 일반화하는 것이 시대가 요구하는 건설혁신 방향이다.”

C씨 (전문건설사 CEO) : " 일본의 경우 갈수록 전문업종을 세분화해 가고 있다. 우리는 포괄적으로 묶겠다는데 이것이 칸막이 없애는 방법인가? 그야말로 전문건설업체의 전문기술력 확보를 위해선 보다 디테일한 업종분류가 요구된다 "

D씨 (토목공학 원로교수) : 서두들 일 절대 아니다. 이미 한국건설은 한국적 특성을 확보하고 있어 멘탈도 체력도 경쟁력 있다. 법과 제도로 기업을 옥죄는 결과를 초래하면 오히려 독이 된다.

E씨 (외국계 기업 CEO) : 한국건설 기술력과 건설인의 끈기를 높이 평가한다. 일방적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인 제도개선을 유도하고 규제 보다는 시장경쟁에 맡기는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 한국은 법과 제도가 너무 경직돼 있다. 기업은 제도에 의존해선 안된다.

F씨 ( 그룹건설사 임원) : 현재 국내 주요 건설기업은 나름대로 기업경쟁력 및 기술경쟁력을 갖추고 글로벌 시장에서 싸우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칸막이 , 갈라파고스 등 문제시 되는 점을 법과 제도로 끌고 갈 것이 아니라 기업 스스로 바꿔나가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업은 망하기 때문이다. ...(이하 중략)...

이렇듯 현재 진행형인 혁신안에 대해 모두 부정적이다.

관계전문가들은 “이미 한국건설은 건설혁신 시기를 놓쳤다”고 한다.

그러나 제3의 물결이 일고 있는 시대적 변화에 긍정적 대응을 위해선 디지털 방식으로 일대 전환이 필요하다.

이른바 정부가 물량을 분배해주고 이를 먹고 사는 허약한 건설기업으로 더 이상 안된다는 얘기다. 즉 아날로그형 정책과 시장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제라도 진정 명실상부한 건설혁신을 원한다면 현재 개혁 당사자인 관련업계는 모두 제외하고 제3지대에서 객관적 시각으로 판단, 제안할 수 있는 전문가로 구성된 혁신위원회를 가동해야 한다.

현재 시대가 요구하는 것은 미래 글로벌 시장이 과연 무엇을 원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이 대명제를 놓고 대한민국 건설생산체계 개편을 논해야 한다는 사실을 절대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보다 유연성 있는 제도개선을 통해 글로벌 트렌드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는 정책, 앞서 D원로교수의 조언대로 서두르지 말고 투명한 미래지향적 혁신로드맵 수립을 기대한다.

다시한번 강조한다.

비록 70년이라는 짧은 건설역사이지만 우리는 세계 6위를 달리는 명실공히 건설선진국이다. 200년 넘는 건설역사를 자랑하는 영국이 과거 뼈를 깍는 자구노력의 사례, Rethinking Construction 혁신운동에 대한 벤치마킹이 필요한 때다.

단편적 부분적 갈등조장이 아니라 Best Practice 실천과 함께 패러다임 전환을 통한 개혁을 단행하는 것. 이것이 진정한 건설혁신운동이다

본보 편집국장 김광년 / knk@ikl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