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로프작업자 안전대책, 달비계 동일규정은 정부 '헛발질'
고소로프작업자 안전대책, 달비계 동일규정은 정부 '헛발질'
  • 김준현 기자
  • 승인 2019.08.14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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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 "고소로프작업만을 위한 별도 규정 제정돼야"
고용부 "도장작업 추락재해 예방 안전정보 지도·점검 강화할 것"
14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서 신창현 의원이 '외벽 도색작업 노동자 추락사고' 방지 토론회를 열고 개회사를 하고 있다.
14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서 신창현 의원이 '외벽 도색작업 노동자 추락사고' 방지 토론회를 열고 개회사를 하고 있다.

[국토일보 김준현 기자] 건물 외벽 도색작업 등 고소로프작업 종사자를 위한 안전대책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 실질적 대책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고소로프작업에 대한 산업안전보건기준 규칙에서 ‘달비계’와 동일하게 규정하는 것은 잘못된 법적용이라는 지적이다.

1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신창현 의원 등이 주최한 ‘외벽 도색 작업노동자 추락사고,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토론회서 정진우 교수(서울과기대)는 이같이 꼬집었다.

정 교수는 “달비계는 교량공사나 플랜트·조선 유지보수공사, 철골공사에서 쓰이는 고소작업용 비계”라며 “외벽 도장작업시 사용되는 작업의자는 작업발판에 해당되지 않아 달비계로 적용하는 것은 이론적으로 맞지 않다”고 말했다.

현행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상의 달비계에 관한 규정은 고소로프작업에 부합하지 않고, 당해 규정만으로는 위험성을 커버하기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고소로프작업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로프의 결속이 중요하다. 신체지지기구(작업대, 하네스 등)를 체결하기 위한 작업용로프(주로프) 이외에 안전대를 체결하기 위한 구명로프(보조로프) 설치가 의무화돼야 한다.

또 주로프와 보조로프는 각각 다른 견고한 지지물에 벗겨지지 않도록 확실하게 결속하고, 돌기물 등에 의해 로프가 절단될 우려가 있는 장소에서는 덮개와 보호재를 설치해야 한다.

특히 발주자에 대해 ▲안전 시공 고려 설계 ▲공사비 산정시 충분한 경비 반영 ▲적정 공기 설정 ▲산업안전보건기준 준수능력 부여 수급업체 선정 등을 의무로 부과해 안전한 작업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외에도 정부가 직접적으로 고소로프작업 발생 재해에 대한 기초자료를 확보하고 있어야 하며, 고소로프작업 실시업체를 대상으로 위험성평가에 대한 지도감독이 이뤄져야 사고를 줄일 수 있다고 제언했다.

정부에서는 이에 대해 크게 동의하지 않은 모양새다. 고광훈 고용노동부 산업안전과장은 사업주와 노동자의 안전의식 부족으로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불이행하는 것이 문제라고 강조했다.

고광훈 과장은 재해발생 원인에 대해 “올해 고소로프작업자 추락사고 사망자 6명 중 한명을 뺀 모두가 10년 이상의 경력자”라고 밝히며 “대부분 숙련자들은 자신만의 로프 매듭법을 고집하는 등 안전을 과신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단기간에 종료되는 외벽 도장공사 특성상 관련된 별도의 신고·허가절차가 부재해 지도나 점검에서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현재 고용부는 도장작업시 안전수칙 및 재해사례 등 ‘안전정보 OPL 및 작업안전수칙 가이드’를 개발·배포 중에 있고, 도장작업의 위험특성 중심으로 ‘권역별 특별안전교육’을 추진하며, 안전 확보를 위한 재정지원 및 작업설비 개선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도장업계에서는 근로자에 대한 산업안전보건법 외에 새로운 이견을 내놓아 관심이 집중됐다. 스프레이 도장이 환경오염을 일으킨다는 이유로 롤러 도장만 허용토록 한 정부 방침도 추락사고 이유 중 하나라는 것이다.

대한전문건설협회 도장협의회 신승섭 명예회장은 “환경오염과는 전혀 무관함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스프레이 도장을 지양하고 있다”며 “로프 사고 중 순간적으로 중심을 잃어 추락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갖가지 장비와 재료가 필요한 롤러 도장만 쓰라는 방침은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최금섭 전국플랜트건설노조 울산지부 안전국장은 최근 울산 아파트 외벽 도장 공사에서 작업도중 옥상에 고정된 로프 앵글이 파손돼 8층 높이에서 추락한 근로자가 후송 도중 사망한 사고를 발표했다.

부식된 앵글에 주로프를 묶고 작업을 진행하다 부식된 앵글이 무게를 감당하지 못했다는 것과 보조로프를 착용하지 않았다는 게 이유다.

최 국장은 “울산지역 아파트 도장 작업 현장 대부분의 작업자들이 작업능률저하를 이유로 들며 보조 안전 로프를 착용하지 않는 실정”이라며 “고용부 울산지청은 울산지역 고소로프작업 현장에 대한 특별 안전점검을 실시해, 관행으로 이어져 온 보조로프 미착용실태를 근절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