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주택관리사협회, “한전이 각 세대별 사용 전압 220V, 직접 공급·관리해야”
대한주택관리사협회, “한전이 각 세대별 사용 전압 220V, 직접 공급·관리해야”
  • 이경옥 기자
  • 승인 2019.08.14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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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 세대 부분과 공용 부분은 전기사용 목적 상이

목적별 구분하는 ‘N+1 전기공급체계’ 적용 필수

[국토일보 이경옥 기자] 대한주택관리사협회(협회장 황장전)는 공동주택 정전 사고의 근본 원인으로 각 세대별 전기공급 시설의 유지관리를 소비자인 입주민에게 전가하고 있는 현 전기공급 체계가 문제라고 밝혔다.

또한 정전 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으로 전기판매 사업자인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가 공동주택 각 세대별로 사용전압(220V)을 직접 공급·관리하는 방안을 주장했다.

현행 전기공급 체계는 전기 공급의 효율성과 비용 절감 등을 위해 한전이 공동주택 단지 전체를 하나의 전기사용 장소로 간주하고 개별 세대 사용량을 포함한 단지 전체에 고압전압(22,900V)을 공급토록 하고 있다. 이에 공동주택 단지에서는 고압전압을 자체 변전시설(전압변환장치)을 통해 사용전압(220V)으로 바꿔 각 세대에 전기를 공급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1998년 이후 건축된 공동주택은 대통령령인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전용면적 60㎡를 기준으로 가구별 계약 전력이 3kw이상(60㎡ 이상인 경우, 10㎡ 초과마다 0.5kw씩 증가)으로 책정돼 있다. 그러나 에어컨, 건조기 등 가전제품의 보급과 이용이 현저하게 낮았던 1991년 이전에 지어진 공동주택들은 당시 건축설계기준에 따라 저용량 전력공급시설(가구별 1~1.2kw)이 적용됐다.

따라서 노후 아파트 정전 사고의 주요 원인은 ▲여름철 폭염에 따른 전기 사용량 급증과 과부하 ▲한전의 현행 전기공급 체계 방식 ▲노후 아파트 내 낡은 저용량 전력공급시설 등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고 있다.

한국전기안전공사에 따르면 2018년 113년 만의 기록적인 폭염으로 인해 7~8월 전국에서 150건 이상의 아파트 정전 사고가 발생했다. 올해도 7~8월 아파트 정전 사고는 언론에 보도되어 확인된 사례만도 30여건이 넘었다. 지난 1989년에 발표된 주택 200만호 건설 계획(수도권 도시 90만호, 지방 도시 110만호)에 따라 건축된 1기 신도시(일산, 분당, 중동, 평촌, 산본)의 아파트들은 지어진지 30년이 되어가고 있어 아파트를 재건축하거나 노후된 전력공급시설을 교체하지 않을 경우, 향후 정전 사태는 더욱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

협회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동주택의 경우, 개별 전기계약 단위인 각 세대를 하나의 전기사용 장소로 보고, 공용부분(지하주차장, 승강기, 복도 등) 전체를 1개의 전기사용 장소로 보는 ‘N+1’ 전기공급체계 적용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공동주택의 전기사용은 크게 각 세대 내 주거생활에서 전기를 사용하는 세대사용 부분과 단지 전체 관리에 필수적인 공용 부분으로 나눠 구분하고 있다. 이 중 세대사용 부분은 각 세대를 사용자로, 공용 부분은 관리사무소 또는 입주자대표회의를 사용자로 보기 때문에 별개의 개념이 적용돼야 한다.

공동주택은 이를 기준으로 전기사용 요금을 ▲납부(공용 부분 사용분) ▲납부대행(개별 세대 사용분)으로 구분해 운영하고 있다. 개별 세대는 주택용, 공용 부분은 일반용 또는 업무용을 사용하기 때문에 공동주택에서 사용되는 전기는 사용목적 별로 차등 요금제가 적용될 필요가 있다.

현재 전기요금 계산방식은 전기판매 사업자에게서 직접 저압을 공급받는 주택용 요금, 사용 규모에 따라 저압 또는 고압, 특별고압으로 공급받는 일반용 요금을 구분하여 요율을 적용하고 있어 현행 전기공급약관 취지에도 맞지 않고 있다.

공동주택의 이러한 특성 때문에 현재 한국감정원에서 운영하는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K-apt)에서도 전기사용 요금의 경우 공용 사용분과 전용(개별 세대) 사용분을 구분해 표시하고 있다. 따라서 공동주택 전체를 하나의 전기사용 장소로 간주하는 현행 전기공급약관의 적용 방식은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

이밖에 현행 전기사업법은 전기사용자에게 전기를 공급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사업(전기자동차충전사업 제외)을 하기 위해서는 전기판매사업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거나 이를 병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전기사업법에 따르면 공동주택 관리사무소나 입주자대표회의는 전기판매 사업자가 될 수 없음에도 현 전기공급 체계는 관리사무소나 입주자대표회의가 한전으로부터 전기를 공급받아 각 세대에 전기를 판매하고 사용료를 징수 및 납부 대행하는 파행적인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결국 한전이 직접 수행해야 할 업무와 책임을 관리사무소나 입주자대표회의에게 떠넘기고 있는 것이며 이는 법률 위반 등의 문제로 계속 지적돼 왔다.

협회는 “현재 가스공급 체계처럼 전기판매 사업자인 한전이 공동주택 내 개별 세대에 직접 전기를 공급하게 되면, 노후 아파트여도 전기공급약관에 맞는 전압과 전력의 전기를 공급하게 돼 유연성과 안전성이 확보된다”며, “관리사무소나 입주자대표회의도 자신들이 관리하는 공용부분에 사용되는 전기공급설비의 관리에만 집중할 수 있어 입주민의 주거비 경감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황장전 협회장은 “전기판매 사업자가 관련 설비를 직접 관리해야 함은 너무나 당연한 일임에도 한전은 전기공급설비를 직접 관리하면 유지관리비용 추가 발생으로 원가상승과 전기요금 인상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어처구니 없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며, “과연 한전이 국민들을 위한 공기업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전기공급설비를 공동주택이 직접 관리해도 결국 해당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으며, 한전은 이를 공동주택에 떠넘기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황장전 협회장은 “공동주택은 입주민이 소유자냐 임차인이냐에 따라 시설 유지관리비용 및 시설사용 등에 따른 비용 부담이나 수익 배분 등이 현저히 달라 투명하고 명확하며 합리적인 기준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행 전기공급방식은 바로 이 투명성과 명확성, 합리성을 저해하고 있어 시급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