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광주클럽 붕괴, '안전관리 미개국' 오명 벗어나야"
[전문가 기고] "광주클럽 붕괴, '안전관리 미개국' 오명 벗어나야"
  • 국토일보
  • 승인 2019.07.29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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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건설) 최명기 교수
땜질식 처방보다는 철저한 사전예방과 제재 실효성을 높여야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건설) 최명기 교수(공학박사/기술사/지도사).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건설) 최명기 교수(공학박사/기술사/지도사).

[국토일보] 광주 클럽‘코요테어글리’복층 내부 발코니 붕괴사고로 인해 2019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 참가한 선수 9명이 부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안전관리 미개국’이라는 오명을 영원히 지울 수는 없을 것 같다.

이번 사고는 지난 27일 토요일 02시 39분경, 광주광역시 서구 치평동 소재 클럽 내부 발코니가 붕괴되면서 2명이 사망하고 수영대회 선수 등 27명이 부상당했다. 특히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 출전한 선수 9명이 다치면서 조직위가 대회준비과정에서 안전관리를 소홀히 했다는 거센 비판을 면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행사장 내의 안전관리뿐만 아니라 경기 후에 젊은 선수들이 즐겨 찾을 것으로 예상되는 행사장 밖의 클럽과 유흥업소 등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안전관리계획이 수립되지 않아 이번사고가 발생한 것 아니냐는 시민들의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조직위는 선수촌 안에서는 선수들의 안전 등을 관리하지만, 선수촌 밖에서 이뤄지는 개인 일정까지는 통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대회를 준비하면서 행사장 내부와 행사장 외부의 안전까지 책임지는 자세로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하고 이행했다면 국제안전도시로서 위상을 굳건히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날려버려 안타까운 상황이다.

붕괴사고가 발생한 광주광역시 클럽 내부.(자료출처:광주소방서)
붕괴사고가 발생한 광주광역시 클럽 내부.(자료출처:광주소방서)

광주광역시는 올해 2월초 2019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 대비해 경기장 등 주변 음식점의 식품안전관리와 위생서비스 수준 향상을 위해 현장중심의 위생관리 점검을 실시한 적이 있다. 대상 시설은 경기장 주변 28곳, 훈련장 주변 14곳, 선수촌 8곳, 지정숙소 211곳, 기숙사 163곳, 다중이용시설 78곳 등 총 502곳이었다. 그 당시 위생관리 점검 외에도 불법 증개축까지 점검해 시정했다면 이번 사고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운 생각이 든다.

일반적으로 축제나 대회의 성공개최를 위해서는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므로, 대테러대책, 감염병·식음료 안전대책, 폭염대책 등에 대한 안전관리계획 수립과 더불어 유관기관 협업체계를 통해 추진 중에 있다.

지방자치단체에서는 행정안전부가 작성한 지역축제장 안전관리매뉴얼에 따라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너무 매뉴얼에만 의존하다 보니 이번 참사와 같은 사고발생 유형을 예측하지 못했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추후 안전관리계획 수립시에는 매뉴얼을 기본으로 하고, 다양한 분야의 안전 전문가들이 참여해, 발생 가능한 사고유형을 창의적으로 도출할 필요가 있다. 도출된 사고유형을 막기 위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해 사고를 사전에 예방해야 할 것이다.

이번 사고원인으로 복층의 불법증축과 부실시공이 도마위에 오르내리고 있다. 관계당국에 따르면 복층 내부 발코니 붕괴사고 발생한 클럽은 바닥면적 396m2(약 120평)에 복층은 108m2(약 33평)로 허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사고 발생후 현장조사 결과 복층은 허가당시 조건보다는 2배 가까이 불법 증축된 165~200m2(약 50~60평)정도로 확인되고 있다. 복층 발코니를 지탱하던 철제 지지구조물이 무너져 내린 점을 비춰, 부실시공 의혹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불법건축물은 아직 관청 등에 신고되거나 걸리지 않은 경우이고, 위반건축물은 단속이나 점검 등으로 이미 적발된 건축물이다. 이는 신고방법과는 달리 건축물을 건설하고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임의 건축물 등을 증축이나 변경을 하는 경우 불법건축물에 해당되어 철거 처분을 받을 수도 있다.

A건축사는 “건물주들이 설계를 요청할 때 건축법 위반사례를 불법인지 모르고 당연하게 요구한다”며 “대부분 불법을 저지르는 것에 ‘죄의식’도 크게 갖고 있지 않아 어떻게든 방법을 찾으려고 한다. 그러다보니 불법을 하지 않으려는 건축사가 오히려 무능한 사람으로 낙인찍히게 된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불법증축을 시공하고 있는 인테리어 업체 B건설기술자는 “불법증축과 같은 불법행위가 전국 각지에서 태연히 벌어지고 있음에도 법 집행이 무력화 되고 있고 행정 당위성도 손상되고 있다”며 “제재수단 실효성을 높이고, 단속·정비방안 등이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실제로 많은 건축 담당 공무원들이나 건축사와 건설기술자들은 행정부의 강력한 법집행을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총선이나 대선 등 선거철 마다 불법 건축물 양성화 대상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별도 예산 집행 없이 실행이 가능한 포퓰리즘 정책이여서 정치권에서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특정건축물 정리에 관한 특별조치법’은 건축허가 및 신고를 하지 않은 건축물 또는 사용승인을 받지 못한 건축물이 일정한 기준을 만족하면 사용승인할 수 있도록 마련된 한시법으로서 제정된 이후 몇 차례 시행되었다. 양성화 조치는 구조·안전·피난기준 등을 위반한 건축물이 존치되기 때문에 기존의 안전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불법 건축물의 주기적인 양성화는 법령을 준수한 국민과의 형평성 면에서 문제가 크다. 법의 일관성이 훼손되며, 양성화 기대로 인해 법을 지키는 사람만 바보로 만들고 있는 실정이다.

근본적으로 불법증축 등을 막기 위해서는 현행법의 벌금 체계를 더 강화해서 주변 임대시세 대비 수십 배의 징벌적 벌금을 부과해야만 한다.

불법증축 등을 계속하고 무단증축을 했음에도 이행강제금을 내면서 버텨온 이유는 현행법상 건물주에 부과하는 이행강제금 수준이 임대료 수익보다 낮아서 벌금을 감당하고도 수익이 높기 때문이다.

사고가 발생하면 관계부처와 지자체에서는 동일사고를 예방하기 위하여 안전점검을 실시하는 등의 대책을 쏟아낸다. 이번에도 사고가 발생하자마자 국토교통부는 전국 각 지자체에 다중이용건축물 등 정기점검대상 건축물에 대한 불법 증축(구조변경)에 관한 점검을 신속히 실시하고, 건축법령에 따른 고발 및 시정명령을 통해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는 이행강제금 반복부과 등 조치를 철저히 하도록 지시했다.

C 건설안전 전문가는“위반 건축물 단속을 위한 현장조사와 안전점검을 실시할 때, 건축물의 설계·구조를 확인할 수 있는 건설관련 기술사 자격을 보유하고 있는 전․현직 민간 전문가를 적극 활용하여 민·관 합동조사를 실시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D 지자체 관계자는 “불법건축물은 실제 현장조사를 통해서만 적발할 수 있는데, 단속 공무원의 인력이 부족해 행정지원 확대가 필요하고, 지자체 담당자가 인․허가업무를 하면서 전문성도 부족한 위법건축물 단속까지 겸하다 보니 부수적인 업무가 돼버린다”며 “일자리 창출과 연계해 단속업무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민간의 전․현직 전문가를 활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안전사고의 원인이 되는 불법 증축 등을 막기 위해서는 건축주, 건축사, 건설기술자들에게 불법사례에 대하여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방법으로 교육시켜야 한다. 또한 제재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단속이나 고발 행위가 보다 섬세하게 설계돼야 하고, 현행법의 벌금 체계를 더 강화해서 주변 임대시세 대비 수십 배의 징벌적 벌금을 부과해야 한다.

사고가 발생하면 땜질 처방하는 사후약방식의 대처는 더 이상 지양하여야 한다. 잊을 만하면 발생하는 안전사고에 대하여 정부와 지차체 등 관계당국은 사전예방 조치를 통하여 안전에 취약한 대한민국이라는 오명을 이제부터라도 벗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