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관성 없는 정부 정책이 민자사업 발목 잡는다"
"일관성 없는 정부 정책이 민자사업 발목 잡는다"
  • 김준현 기자
  • 승인 2019.07.18 13: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익보장방식에서 비용보장방식으로… AP방식 도입 제안
민자사업 방향정립과 제도개선 토론회서 제도개선 ‘한목소리’
혈세먹는 하마’에서 ‘가능성을 보여주는 유니콘’으로 성장토록 정부-민간 협력 절실
18일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이 '민자사업의 새로운 방향정립과 제도개선을 위한 토론회'에 앞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18일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이 '민자사업의 새로운 방향정립과 제도개선을 위한 토론회'에 앞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국토일보 김준현 기자] 정부의 부족한 재정을 대신해 각종 사회기반시설을 확충하는 민간투자사업이 수익보장방식이 아닌 비용보장방식으로 운영돼야 한다는 주장이 국회에서 제기됐다.

현재의 민자투자사업은 비싼 통행료, MRG(최소운영수입보장) 제도 등 부정적 인식으로 자리잡아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8일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경기 양주시)과 자유한국당 박명재 의원(경북 포항시남 구울릉군)이 주최하고 대한건설협회(회장 유주현) 등이 주관한 ‘민자사업의 새로운 방향정립과 제도개선을 위한 토론회’에서 이같은 목소리가 집중돼 관심이 모아졌다.

먼저 정성봉 교수(서울과학기술대)는 민간투자 활성화를 위한 핵심 정책제언 발제를 통해 민자사업의 정책변화와 그동안의 추진현황을 살펴보고 민자사업 활성화에 필요한 정책방향을 제시했다.

정 교수는 “민자사업은 1994년 도입 이후 전체 712개 사업 총 108조원이 투자되는 등 SOC 공급의 한 축으로서 중요한 사회·경제적 역할을 수행해 왔다”며 “향후 복지지출의 증대 등으로 인한 재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민간투자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2000년 수익형 민간투자사업의 민간제안이 허용되면서 그동안 민간제안이 129건, 정부고시가 108건으로 민간제안이 민자사업을 이끌어왔지만 일관성 없는 정부의 정책추진으로 민간제안이 계속 감소되고 있음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특히 제3자공고시 최초제안자에게 최대 10%까지 부여되는 우대점수가 실질적으로 1~2%에 그쳐 민간사업자의 의욕을 저하시키고 있다면서, 정성적 평가로 이뤄지고 있는 우대점수 산정방식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BTO 방식에서의 위험 부담에 대한 근본적 개선이 요구됨에 따라 수익보장방식이 아닌 비용보장방식의 운영 위험분담 방식으로 변화돼야 하고, 이를 위해 외국에서 PPP사업 추진방식으로 채택되고 있는 AP(Availability Payment, 운영단계에서 확정수입을 지급하는 방식)의 도입을 제안했다.

두 번째 발제자인 홍성필 삼보기술단 민간투자연구소 소장은 민자사업의 침체 원인 분석과 활성화를 위한 합리적 위험분담 방식 등 정책개선 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홍 소장은 “과거 민자사업이 활발히 추진된 것과는 대조적으로 최근 10년간 정부고시사업은 7건에 그쳤다”며 민간제안사업도 2016년 3건, 2017년 2건에 불과해 침체를 면치 못하는 현실을 지적했다.

최초제안자에 대한 낮은 우대점수와 교통수요 등 위험분담에 대한 민간 전가, 정부의 민자사업 정책에 대한 민간의 신뢰부족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민간제안시 사업제안서의 창의성 위주로 우대점수가 평가될 수 있도록 공공투자관리센터(PIMAC) 기준을 개선하고, 교통수요 등 위험분담에 대한 소모적 논쟁을 줄이기 위해 해외에서 도입되고 있는 AP방식 등의 활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민간의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정부는 민자사업에 대해 일관성 있게 정책을 추진하고, 민자로 추진된 사업을 일방적으로 재정 전환하는 혼란을 주지 않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발제에 이어 열린 패널토론에서는 민자사업투자 활성화와 관련해 다양한 의견이 제기됐다. 대한교통학회 회장인 김시곤 교수(서울과기대)가 좌장을 맡고 진행된 지정토론에서는 강태구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대표, 권중각 기획재정부 민간투자정책과장, 김태희 교수(홍익대), 김형태 공공투자관리센터 민간투자지원실장, 최영태 계룡건설 상무, 나진항 국토교통부 철도투자개발과장 등이 참여해 열변을 토했다.

이들은 국가 경제활력 제고를 위해서는 SOC 확충에 민간자본을 활용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하면서 현재 침체된 민자사업의 현황을 되짚어보고 민자사업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제도개선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김태희 교수는 우대가점 및 노후시설 증가 대비, 평가 체계 개선에 대해 언급했다. 또 강태구 대표는 국가가 왜 민간투자로 전환하려고 하는지를 자문하면서 수익성 확보에 대한 투자매력, 예측가능성, 성장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부가 매력적인 제안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설사 대표로 나온 최영태 상무는 제도변경시 채찍만 주지 말고 당근도 제시해야 한다며 우대가점을 높여 건설사가 경쟁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태 민간투자지원실장은 최초제안자 가점과 관련해 지난친 우대는 오히려 경쟁을 저하시키고 창의성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다만 노후 인프라 개선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정부와 지자체가 움직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토부 나진항 철도투자개발과장은 “민자사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리스크 감소도 중요하지만, 이미지 개선도 중요하다”며 “통행료 부담을 지우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펼쳐야 새로운 활로를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기재부 권중각 민간투자정책과장은 “정부의 정책 일관성이 문제라고 하지만, 정부는 공공성과 활성화에 균형을 맞추고 있다”며 “현재 사업에 대한 수익성을 고려해 BTO, BTL 혼합방식까지 고려 중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펼쳐진 이날 토론회는 건설관련 관계자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료했다.

정성호 의원은 개회사를 통해 “25년 세월동안 민자사업은 많은 사회기반시설을 확충해왔지만, 각종 규제와 부정적 인식으로 인해 현재 추진실적이 급감했다”며 “민자사업을 활성하기 위해선 민자사업에 대한 각종 규제를 개선하고, 국민의 지지와 신뢰 확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박명재 의원은 “국가경쟁력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한 민자사업이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위축돼 있는 상황이다”라며 “각종 인프라시설을 적기에 공급하기 위해서는 공공성과 투명성 확보를 통해 민자사업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전했다.

유주현 건설협회 회장은 “이번 토론회가 민자사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전환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민자사업이 합리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정부와 민간 모두를 위한 제도개선에 힘쓰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