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아등바등 건설업… 정부가 활로 열어야 '산다'
벼랑 끝 아등바등 건설업… 정부가 활로 열어야 '산다'
  • 김준현 기자
  • 승인 2019.06.3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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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단연, 기재부 및 국토부에 ‘건설경기 활성화 대책’ 건의
국민 복지 증진을 위한 SOC 투자 확대
민간투자사업 환경 조속히 촉구
공사비 정상화로 일자리, 안전 등 해소 및 건설규제 완화해야

[국토일보 김준현 기자] 국내 건설경기가 지속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가운데 건설업계가 벼랑 끝에 서서 아등바등 버티고 있다. 경제성장 기여도가 큰 건설업의 부진은 한국 경제가 얼마나 바닥을 치고 있는지 그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30일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회장 유주현)는 벼랑 끝에 선 건설업계 위기를 타개하고자 정부에 건설경기 활성화 대책 촉구 건의서를 제출했다.

건단연에 따르면 이번 건의서는 최근 부진한 국내 경기 지표와 수년간의 건설투자 축소세, 안전·환경 규제 강화 등으로 인해 지속되는 건설경기 불황 극복을 위해 업계 의견을 전달한 것이다.

건의문에는 노후화된 인프라로 인한 안전사고 예방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SOC 예산을 충분히 확보해줄 것을 요청하는 내용과, 부진한 국내 민간투자사업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정책 제언이 들어가 있다.

아울러 발주기관의 예정가격 적정산정과 부당삭감 금지 등 공사비 정상화와 공기연장 간접비 미지급 개선, 공공 발주기관의 불공정 관행 개선을 요청했다.

또 산적해 있는 각종 건설규제 완화를 통해 건설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며 정부 지원을 강력히 건의했다.

건단연이 기획재정부 및 국토교통부에 제출한 건의서에는 ▲국민 복지 증진을 위한 SOC투자 ▲민간의 적극적 참여를 위한 투자 환경 조성 ▲공사비 정상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 및 경기 활성화 ▲공기연장 간접비 미지급 문제 개선 ▲공공 발주기관 불공정 관행 개선 ▲규제완화를 통한 건설업 활력 제고 등의 대책 방안이 담겨있다.

■ 건설경기, 선행·동행지표 동반 하락 지속

미-중간 무역분쟁 및 브렉시트 등 높은 경제 불확실성으로 인해 향후 글로벌 경제의 반등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전망됐다.

OECD 주요 선진국 경기선행지수는 지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며, IMF는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0월 3.7%, 올해 1월 3.5%, 4월을 3.3%까지 하향 조정한 상황이다.

국내 경제 역시 수출 감소와 내수 둔화로 인해 경제성장 모멘텀이 지속 약화되는 등 전반적인 경기 부진이 연속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과 한국은행은 올해 국내경제성장률을 2.5%, KDI와 OECD는 2.4% 수준으로 예상했으나, 향후 전망치는 지속 하향 조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국내 경기 동행·선행지수는 9개월 연속 하락세를 지속해 1970년 통계작성 이후 최장기간도 기록했다.

이러한 국내외 경기 동향과 맞물려 국내 건설경기도 수주액 및 건축·주택 인허가 등 선행지표와 건설투자 및 건설기성 등 동행지표 모두 하락세를 면치 못한다.

건설투자 순환변동치는 2017년 하반기 후퇴국면으로 전환해 2018년 중반 불황국면에 진입했다. 또 그 하강속도가 과거 대비 매우 빠르며, 2019년 내내 불황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 경제성장과 고용시장에 미치는 건설투자 효과

건설업은 국내총생산(GDP)의 16.6% 이상을 차지하며, 높은 연쇄효과로 생산유발효과 또한 타 산업 대비 비교적 높은 생산성을 보여주고 있다. 2014년도 건설업 생산유발계수를 보면 산업 평균이 1.891 중 제조업이 2.11인 반면, 건설업은 2.225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최근 건설투자 감소로 건설투자의 경제성장 기여도와 기여율이 급격히 하락함에 따라 국내 경제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2015년부터 2017년 3년간 건설업은 경제성장에 크게 기여했으나, 2018년 건설투자 감소로 경제성장 기여도(△0.7%)와 기여율(△25.9%) 모두 마이너스로 전환됐다는 것.

건설업 취업자는 전체 취업자 수의 7% 초중반을 차지하고 있으며, 취업·고용유발계수 또한 타 산업에 비해 높아 고용시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됐다.

구체적으로 2018년 건설투자 축소로 고용시장에서 전년 대비 2만4,000명 취업자 감소 효과가 발생한 것을 추정, 또 기능직과 단순 노무직 등 상대적으로 사회취약계층에서 취업자 수 감소 영향이 예상되고 있다.

이에 일자리 창출 및 내수 촉진 등을 통한 경기 회복을 위해서 건설경기 활성화가 시급히 요구된다.

■ 노후 인프라 人災, SOC 투자 확대로 철저 대비

건단연은 정부의 SOC 투자 축소로 인한 현 상황을 꼬집으며 재정비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최근 몇 년간 국가 재정지출은 연평균 7% 정도 증가한 반면, 정부는 SOC 예산을 지속 축소해 왔다. 올해 SOC 예산이 소폭 확대됐으나, 실질 SOC 예산을 고려할 때 17조6,000억원으로는 인프라 수요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인프라 사업 수요는 1,244개 사업, 사업지 규모 최소 442조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인프라 노후화로 인한 피해도 정부가 간과해선 안 된다. 전국 안전 C등급 학교는 3,693개(6.2%)이며, 장기 사용 열수송관은 686km(31.7%), 상수도 경년관(내구연한 30년 경과)은 1,024.4km로 9.6%나 차지하고 있다.

또 고양시 백석역 열수송관 파열사고 및 부산대 외벽 붕괴사고, 인천 서구 수돗물 붉은물 사태 등 각종 안전사고 발생으로 국민의 인명·재산피해를 속출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건설업은 지역내총생산(GR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대해 건설투자 축소는 지역경제 위축에 직결된다. 또한 건설투자는 사회 취약계층의 일자리로 이어져 부의 재분배와 지역·서민경제 활성화에 필수요소이다. 건단연은 건설업 SOC예산을 1조원 늘리면 1만8,000여개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이에 건단연은 국민 복지 증진을 위한 SOC투자를 위해 ▲충분한 SOC 예산 확보 ▲노후·생활 SOC 사업 정비 ▲교통시설특별회계 정비 ▲예비타당성조사 제도 개선 등을 건의했다.

국민안전과 지역경제 활성화, 일자리 창출을 위해 2020년 SOC 예산을 25조원 이상 편성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또 정부의 중장기 재정운용계획 수정을 통해 확실한 SOC 투자 기조 변화 필요성을 제기하며, 정부예산 편성 시 SOC분야에 신규 사업예산을 충분히 반영토록 건의사항에 포함했다.

아울러 철도안전법을 근거로 철도시설 개량 중기 투자계획을 수립하는 등 노후·생활 SOC 개량투자계획의 법적 근거 마련이 요구되며, 지하매설물 안전 확보를 위해 지하공간통합지도 구축 및 노후 상수도관, 열수배관 교체 지원 등 개량투자계획 수립 비용 전액을 국고 지원으로 고려토록 제안했다.

노후 SOC 투자에 필요한 재원 확보를 위해 교통시설특별회계의 지원 대상 범위를 확대하고 회계 명칭을 ‘교통시설 및 노후 인프라 안전 특별회계(가칭)’로 변경 요구했다. 끝으로 예타조사 대상사업의 규모 기준을 총사업비 1,000억원 이상, 국고 500억원 이상 지원되는 건설사업으로 상향토록 제도 개선을 제시했다.

■ 민간이 나서는 투자환경 조성

현 정부는 공공성 강화를 이유로 기존 민자사업으로 추진되던 사업들을 재정사업으로 전환 중에 있다. 이는 민간사업자의 투자 의욕을 감퇴시키고, 민간자본 시장을 극도로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또 명확치 않은 법조항의 해석과 법마다 상이한 체계로 인해 사업의 불확실성을 조장하고 있다. 일례로 용적률은 도촉법, 도정법, 도시개발법 등에 규정 산재돼 있고 지역별 지구단위계획 수립기준에서 인센티브만 별도로 규정하고 있다.

현장을 고려하지 않는 제도도 문제다. 공기·공사비가 부족한 상황에서 급격한 근로시간 단축까지 겹쳐 현장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에 더해 조합원 채용 및 기계장비 사용 등 부당요구, 공사방해, 폭력행위, 금품요구, 비노조원 출입 금지 등 건설노조의 각종 불법행위가 만연해 원칙이 훼손되는 사회가 조장되는 분위기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민자사업 활성화 ▲용적률 인센티브제 개선 ▲장기미집행공원 개발 ▲도심 노후 시설 활용 ▲근로시간 제도 보완 ▲건설노조 불법행위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 ▲도시재생 민간참여를 건의했다.

민자사업 활성화를 위해 선진국형 민자추진방식 도입을 고려해봐야 한다. 이는 민간사업자가 부담하는 위험에 대해 보장하는 대신 수익률을 낮춰 공공성을 확보하는 AP 방식 등 해외 민자방식으로 알려져 있다.

KDI(공공투자관리센터) 독점 구조의 개선을 위한 평가기관 다원화로 사업기간을 단축하고, 최초제안자에게 부여하는 우대점수를 상향하고 제안비용에 대한 적절한 보상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지속가능한 기반시설관리 기본법’ 제정으로, 노후 인프라 성능개선사업을 민자방식으로 추진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용적률에 대해서는 인센티브 제도와 관련 분산돼 있는 관련 법 조항들을 모법(국계법)에 통합조정 한다. 일정 기준 충족시 일률적으로 법정 최대 용적률을 부과하는 방식을 건의했다.

이 외에도 민간 유휴 자금을 활용토록 장기미집행공원 개발 방식의 다양화와 도심의 노후 상업용 건축물을 호텔과 청년주택, 공유주택 등 다양한 용도로 전환할 수 있도록 규제완화를 요구했다. 건단연은 용도 변경시 추가 주차장 설치 제외 기준 완화를 예로 들었다.

지난해 7월 1일 이후 발주 공사부터 근로시간 단축 적용,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요건 완화 및 해외공사 적용 배제 등 건설업 특성을 반영한 보완책 마련과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한 정부기관의 엄정한 법집행 및 대책마련, 도시경제 활력 회복을 위해 도시재생사업의 민간제안 및 사업수행을 허용해 민간의 적극적 참여 환경을 조성토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 종심제 낙착률 정상화로 공공공사비 정상화 촉구

공사비 정상화는 건설업계 숙원 과제다. 공공공사비 부족에 따른 수익성 및 건설현장 안전·고용여건 지속 악화는 건설업계를 병들게 하고 있다.

특히 건단연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공공공사 위주로 하는 토목업체가 2008년만 하더라도 3,636개 업체였는데 2017년에 2,517개사로 30.1%나 감소했다.

또 공사비 부족으로 공공공사 10건 중 4건이 적자공사로 공공공사만 수행하는 1,000개 업체의 영업이익률은 평균 –6.98%이며, 적자업체 비중이 38%나 된다.

공사입찰 기준인 예정가격 산정기준을 정부가 지속 하향 조정한 결과 15년간 12.2%나 하락하는 구조적 문제도 발생했다. 이는 2004년 실적공사비(현 표준시장단가) 도입과 2006년 이후 표준품셈 현실화로 인해 나타난 현상이다.

예정가격 하락에 따라 낙찰률이 상승하는 것이 정상이지만, 실제 낙찰률은 80~87.8%로 18년간 고정돼 있어 실질 공사비가 크게 하락한 것이다.

이에 건단연은 발주기관의 예정가격 적정산정과 부당삭감을 전면 금지하고, 18년간 고정돼 있는 적격심사제 낙찰하한율 상향 및 최저가낙찰제 수준으로 떨어진 종심제 낙찰률 정상화를 촉구했다.

■ 시공사 귀책 없는 공기연장 간접비는 ‘반드시’ 확보

최근 국회에서 공기연장 간접비 제도개선 정책 토론회가 펼쳐질 정도로 간접비 문제는 건설업계 존폐 여부가 달린 사안이다.

국가(지방)계약법령은 시공사의 귀책 없는 공기연장에 따른 간접비를 실비로 계약금액에 반영·지급토록 하고 있다. 반면, 시공사의 책임으로 인한 공기 연장시에는 시공사가 지체상금을 부담하고 있다.

현재 장기계속공사로 인한 예산부족과 민원발생, 용지보상지연, 자연재해, 문화재출토 등 시공사의 책임 없는 사유로 공사기간이 증가되는 경우 간접노무비와 경비 등 추가비용 발생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상당수 발주기관은 기재부 총사업비 협의 부담, 예산부족 등 사유로 공기연장 간접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고 있다. 추경호 의원실 조사에 따르면 소송 계류 중인 공기연장 간접비 미지급 금액은 약 1조2,000억원(32개 기관, 260건)에 달한다.

무엇보다 차수별 예산배정 부족 등으로 공기연장이 일상화된 장기계속공사의 간접 미지급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 참고로 장기계속공사는 총 공사금액과 총 공사기간을 부기하고, 당해연도 예산 범위에서 매년 계약을 체결하는 형식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회 이원욱 의원과 윤영성 의원이 계약금액 조정사유에 계약기간(장기계속계약의 총 계약기간 포함) 변경을 명시하는 국가(지방)계약법을 발의한 상태이다. 건단연은 정부가 100대 국정과제에 반드시 ‘공기연장 간접비 지급방안 개선’을 포함토록 요구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공기연장 간접비 개선 국가(지방)계약법령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토록 협조 요청을 하고, 기재부의 ‘총사업비관리지침’ 개정으로 불가항력 사유로 인한 공기연장 경우에도 계약금액을 조정, 발주기관 자율조정 대상에 공기연장 계약금액 조정 등을 포함토록 건의했다.

■ 입찰 전부터 하자보수까지 전단계 불공정 관행 개선

공공기관 발주는 입찰 전의 단계부터 완공 후 하자보수 단계까지 광범위한 가운데, 다양한 유형의 불공정 관행이 성행해 건설업체의 피해를 이루 말할 수 없다.

예로 일부 발주기관의 노무비·경비·일반관리비 등을 과소 반영한, 실행원가보다 과도하게 낮은 예정가격 산정에도 건설업체는 부정당제재로 인해 적자 시공을 감수하고 있다.

또 공사용지 보상, 인허가 관련 업무 등을 계약 상대자에게 전가하고, 이에 따른 공사지연시 간접비 지급을 거절한다. 발주기관 요구에 의한 설계변경시 증가된 물량, 신규비목의 단가에 대한 협의단가도 미적용하고, 공사 목적물의 일부를 인수·사용하면서도 전체공사 준공 이후부터 하자담보책임기간을 설정해 과도한 하자보증 책임 전가가 일어나고 있다.

건단연은 국가(지방)계약법령에 불공정 특약 설정금지와 해당부분에 대한 무효규정을 신설토록 건의하고, 이의신청 사유에 특약을 포함하며, 이의신청 대상금액 확대를 제시했다.

■ 규제완화를 통한 건설업 활력 제고

건단연은 입찰참가자격제한제도의 적용범위를 해당 발주기관으로 한정하고, 제재의 유예 또는 감경 가능토록 하는 등 과도한 행정제재 완화를 촉구했다.

또 주거환경 개선의 기회 부여를 위해 강제적 정비구역 해제 조항을 연장토록 요건을 완화할 것을 주장했다. 아울러 저소득층 주거복지 향상을 위한 가로주택 정비사업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과감한 규제철폐를 제안했다. 여기에는 층수 및 면적 제안안화, 가로주택 간 번들링(Bundling)을 허용토록 하는 방법이 있다.

서울과 달리 초기 미분양 증가, 거래절벽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방 주택시장 정상화를 위한 선별적 규제 이원화도 요구된다. 보증사고 발생시 입찰공고 때 자격기준 요구에 따른 보증이행 업체 선정의 어려움을 해소해, 잔여 공사의 현황과 난이도를 고려한 예외적 보증이행업체 자격도 완화토록 해야 한다.

건설기술 개발 및 기반 조성 지원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스마트 건설기술을 포함한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A.I, 드론, BIM 등) 활용시 세제·금융지원·규제완화·적정 공사비 확보 등을 위한 법제 정비가 필요하다.

끝으로 원사업자에 대한 규제일변도로 돼 있는 현행 하도급법을 하도급거래 우수 원사업자에게 인센티브를 확대해 공정한 하도급 거래질서확립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하도급정책이 전환돼야 할 것을 촉구했다.

건단연은 이와 같은 내용으로 하는 ‘건설경기 활성화 대책’을 내놓고 벼랑 끝에 선 위기의 건설업계의 활로 개척을 위한 노력에 최선을 다할 것임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