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CEO 인터뷰] 한국엔지니어링협회 이재완 회장
[글로벌 CEO 인터뷰] 한국엔지니어링협회 이재완 회장
  • 하종숙 기자
  • 승인 2019.06.17 08: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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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링 고부가가치화가 경쟁력 제고 첩경
무늬만 선진화 아닌 글로벌화 정착 시급”

“엔지니어링산업은 과학기술 응용한 고부가가치 지식서비스 수주산업”
주 52시간 근무→탄력근무제·기술용역종심제→총점차등제 의무화 개선돼야

PMC·FEED 확대 해외시장 진출 강화… 융복합 등 세계시장 선점해야
엔지니어링진흥계획 수립 적극 지원… 업계 실질적 도움 방안 마련 총력

[국토일보 하종숙 기자] “글로벌 경쟁시대, 선진화를 위한 발빠른 행보가 요구되고 있으나 국내 엔지니어링 시장은 지나친 제도적 규제로 무늬만 선진화에 머물고 있는 실정으로 이의 개선이 시급합니다.”

작금 엔지니어링시장 문제점을 진단하는 한국엔지니어링협회 이재완 회장.

엔지니어링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현재 기술력 중심의 사업자 선정을 위해 도입된 건설기술용역 종합심사낙찰제(이하 기술용역종심제) 역시 최저입찰 하한선이 60%로 설정, 적정대가를 보장할 수 있는 체계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엔지니어링산업은 과학기술을 응용한 고부가가치 지식서비스 수주산업”이라고 강조하는 이 회장은 “주 52시간 근무, 기술용역종심제 등은 업계 현실과 부합되지 않을 뿐만아니라 PQ, 제안서 등 2중 규제는 기업경영의 어려움을 가속화하고 있어 보다 효율적인 발주제도는 물론 엔지니어링 창의적 기술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고 기업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정부의 실질적인 지원책이 절실하다”고 촉구한다.

무한경쟁시대, 엔지니어링산업 진흥을 위해 주력하고 있는 이재완 회장은 국제컨설팅엔지니어링연맹(FIDIC) 부회장과 아시아 최초 FIDIC 회장을 역임한 인물로 이분야 전문가다.

- 국내 엔지니어링산업 현안은 무엇입니까.

▲ 엔지니어링산업은 고부가가치 지식서비스산업으로 창의성이 강조됩니다만 현재 국내 실정은 현실에 못미치는 대가로 제대로 된 서비스 제공이 어려울 뿐만아니라 이는 품질저하 우려, 기업경영 애로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같은 구조는 기업의 지속적인 기술개발을 저해하는 것은 물론 궁극적으로 기업경쟁력 제고에 걸림돌로 작용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대가현실화가 우선사안입니다. 또한 기업을 옥죄는 과도한 정부 규제 또한 시급히 개선돼야 할 사안입니다.

- 시장 현황에 대해 좀더 자세히 설명해 주시죠.

▲ 국내 엔지니어링의 가치는 여전히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특히 기술력 중심의 사업자를 선정하기 위해 도입된 기술용역종심제 역시 최저입찰 하한선이 60%로 설정, 적정대가를 보장할 수 있는 체계가 미흡합니다.

이같이 낮은 대가는 고급 기술 인력의 이탈과 우수한 청년층의 엔지니어링산업에 대한 취업기피로 이어져 경쟁력 저하를 유도하고 있습니다.

엔지니어링이 시공의 하청으로 전락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현재 엔지니어링의 창의적 기술 가치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면 대한민국 엔지니어링시장은 계속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협회 정책연구실에서 연구한 ‘국내 엔지니어링 수주실태와 시장구조 특성’에 따르면 소기업과 중대형 기업 간, 서울과 지역 간 수주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을 뿐만아니라 건설과 비건설 부문의 수주 격차도 심화되고 있습니다. 또한 매출규모 10억원 미만의 소기업은 전체 업체의 28.8%를 차지하고 있으나 수주 금액 비중은 2.9%에 불과해 엔지니어링 기업이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 주 52시간 근무, 건설기술종합심사낙찰제 등으로 업계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현실적 방안은 무엇인지요.

▲ 엔지니어링산업은 수주 여부에 따라 특정시기에 일감이 몰리는 특성이 있는데 발주가 많은 시기의 수주 준비와 수주에 따른 합사운영 등으로 인해 연장이나 휴일작업이 특정시기에 몰리게 되는 것입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3개월 이내로만 탄력근로제를 운영할 수 있도록 돼 있어 국내 업계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간 주 최대 근로시간은 주 52시간을 유지하되 상황에 따라 초과 근무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추후 초과된 시간만큼 단축근무를 하거나 휴가로 대체하는 등 넓은 의미의 탄력근로제를 실시하고 탄력근로제의 단위도 현행 3개월에서 1년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미 독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은 탄력근로제를 1년 단위로 운영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유연한 탄력적 근무제를 도입해야 합니다.

또한 기술용역종심제도 업계의 우려가 현실화 됐습니다. 최근 해양수산부가 기술용역종심제로 발주한 용역의 개찰결과 기술점수 2위 업체가 가격으로 1위 업체를 누르고 수주에 성공했습니다. 기술력을 중심으로 사업자를 선정해 적정가격을 보장하고 건설안전을 강화하자는 기술용역종심제의 취지와는 상반되는 결과를 가져왔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이전보다 출혈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을 초래한 것이지요.

이는 최저가격이 기획재정부의 협상에 의한 계약과 동일하게 60%선으로 설정돼 있어 적정한 대가를 보장할 수 있는 체계가 미흡하고 종합기술제안서 평가 시 총점차등의 범위가 0~15%로 설정돼 있어 발주처에서 총점차등을 평가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최저 입찰 하한선을 상향조정하고 총점차등제를 의무적으로 적용하는 등 지속적인 제도개선을 촉구합니다.

- 건설산업 글로벌화를 위해 건설엔지니어링의 역할이 강조됩니다. 건설엔지니어링의 고부가가치화 등 엔지니어링산업이 나가야할 방향을 제안한다면.

▲ 최근 우리나라 엔지니어링의 해외 경쟁력이 크게 저하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8월 미국 건설․엔지니어링 전문지 ENR(Engineering News-Record)이 발표한 전 세계 225대 엔지니어링회사의 해외 매출을 분석해보면 2017년 한국의 해외 점유율은 1.9%로 2015년의 2.4%와 비교해 낮아졌습니다. 반면 중국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해외시장 점유율이 2015년 4.0%에서 2017년 7.1%로 상승했으며 국가 순위도 7위에서 4위로 올라가는 등 해외시장에서 위상을 떨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엔지니어링산업이 해외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먼저 고부가가치 사업역량 확보가 중요합니다.

해외시장에서 PMC, FEED 등의 고부가가치 사업과 신흥국을 중심으로 한 대형사업의 일괄발주 혹은 PPP사업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국내기업은 해당 사업영역에 대한 실적이 전무, 해외에서의 사업 수주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글로벌 시장에 발맞춰 엔지니어링 고부가가치 영역을 민간이 경험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 줘야 합니다. 또한 해외 특화 엔지니어링 기업의 육성도 필요합니다.

국내 엔지니어링 기업이 해외에서 경쟁하기에는 규모면에서 한계가 있는 만큼 분야별로 우수한 중소 엔지니어링기업이 결집한 조인트벤처 설립을 통해 국내 엔지니어링 기업이 공동브랜드로 해외시장에 진출, 실적을 쌓을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해야 합니다.

국내 제도의 선진화는 엔지니어링산업이 해외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선결조건입니다. 현재 국내 발주제도는 기술력이 아닌 가격과 운에 의해 낙찰자가 결정되는 구조입니다만 세계은행,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주요 글로벌 기관의 기술점수 비중은 80%이상으로 기술 중심의 낙찰제도를 가지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이러한 세계 기준에 부합하도록 제도를 운용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국가기술자격제도도 글로벌 시장에 적합하도록 개선해야 합니다. MDB 등 해외 시장에서는 프로젝트 발주 시 기술자격보다는 학력과 해당분야의 경력을 요구하고 있으나 우리나라 제도는 지나치게 자격증 중심으로, 기술자의 역량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지 못하고 있는게 현실입니다. 따라서 국가기술자격증을 토대로 한 기술자 등급체계에서 경력 및 실적 위주의 선진국형 제도로 전환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이와함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데 힘써야 합니다. 작금 글로벌 시장은 스마트 시티, 스마트 포트, 헬스케어 인프라 등 융복합 사업이 지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우리 업계도 이같은 융복한 사업에 참여해 설계, 건설 및 운영 사업 등을 통해 새로운 수익창출이 가능할 것입니다.

아울러 해외시장 다변화도 노력이 모아져야 합니다. 아시아, 중동 중심에서 벗어나 수익성이 보장되는 선진국 시장으로의 진입, 시장규모가 크고 성장성이 높은 중국․인도 시장으로의 진출, 유망 개도국 시장 발굴이 필요합니다.

- 엔지니어링산업 진흥을 위한 연구용역이 진행 중입니다. 하반기 발표예정인 진흥방안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 협회는 국가의 엔지니어링산업 진흥계획 수립을 위해 적극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번 연구용역에서는 국내외 엔지니어링산업의 현황과 전망을 분석, 문제점 및 개산방향을 도출하고 향후 3년간(2020~2022)의 엔지니어링산업의 비전과 목표를 수립해 이를 달성하기 위한 중점추진과제 및 세부추진계획을 제시할 예정입니다.

이를 위해 R&D․인력양성․제도개선․시장 활성화 등 다각적인 분야에서 각계 전문가 및 관련기관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습니다. 업계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 국내 엔지니어링산업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혁신성장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아울러 개도국 시장 PPP시장 진출 전략도 연구할 예정으로, 국내 기업이 해외 진출 시 취약한 점과 현행 지원제도의 효과 분석을 통해 업계의 PPP시장 진출을 위한 전략을 수립할 계획입니다.

연구 결과는 향후 해외 PPP 사업에 대한 지원제도 개선 및 정책수립에 활용할 예정이며, 이번 연구를 통해 국내기업이 해외 PPP사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것은 물론 수주 가능성 제고에 일익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 앞으로의 계획은.

▲ 무엇보다도 4차 산업혁명과 엔지니어링은 밀접, 지속적인 혁신 속에서 엔지니어링산업 활성화에 적극 나서는 것은 물론 업계 발전을 위한 제도개선과 미래 인재 양성에 주력, 세계시장 진출 확대에 앞장서겠습니다.

특히 협회는 산업의 발전과 회원의 이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습니다. 우선 법․제도 개선에 박차, 낙찰하한율을 높이기 위해 기술용역 적격심사 통과 기준 점수 상향을 국토교통부 등 정부부처에 지속적으로 건의함으로써 엔지니어링 사업 대가 현실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발주처의 대가 없는 추가업무 요구, 산출내역 미공개 등 불공정한 관행을 없애고 투명한 사업 추진절차와 방법을 마련하기 위해 계약법령의 개정방안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엔지니어링산업진흥법령 개정을 통해 엔지니어링 기업에 대한 다양한 정부지원 프로세스도 마련하도록 요구할 예정입니다.

뿐만 아니라 공신력 있는 품셈 관리 및 보급을 위해 체계적인 품셈관리방안을 마련하고 실비정액가산방식의 활성화 추진에도 남다른 정성을 쏟고 있습니다. 지난해 교통 등 6개 분야의 표준품셈을 마련했습니다. 올해는 정보통신공사 설계 등 총 8건의 표준품셈 제․개정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향후 편리한 표준품셈의 적용을 위해 대가 산출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 제공할 계획입니다.

국내 엔지니어링산업의 선진화를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경주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