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기계, 포스트 차이나 '인도'를 잡는다
현대건설기계, 포스트 차이나 '인도'를 잡는다
  • 이경운 기자
  • 승인 2019.06.17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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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장비 생산능력 연 1만대 확대… 시장점유율 1위 공략

건설장비 전환점 맞아… 작업생산성·서비스로 승부

2023년까지 인도 매출 1조원 목표, 부품 동반성장

국가SOC 추진, 고속도로 6만km, 공항 100개 건설
현대건설기계 인도 푸네공장 전경. 올해 연간 6천대 규모의 생산설비가 1만대 수준으로 확대된다.
현대건설기계 인도 푸네공장 전경. 올해 연간 6천대 규모의 생산설비가 1만대 수준으로 확대된다.

토지 평탄화작업이 한창인 인도 뭄바이 신공항 건설현장. 굴착기 400여대가 작업하고 있다. 이중 현대건설기계 장비가 무려 100여대에 달한다. 현대건설기계가 인도의 건설현장을 주도하고 있다.

올해 현대건설기계는 인도 시장 확대에 주력한다. 인도의 정치적 이슈인 총리선거가 마무리되고 경제발전이 예고되자, SOC의 총아 굴착기 판매확대에 총력을 기울인다.

재선에 성공한 인도 모디 총리는 대대적인 인프라 확충을 예고했다. 도로와 공항을 늘리고 항구와 항만시설을 확충하는 대역사를 선포한 것.

현대건설기계는 이같은 시장분위기에 발맞춰 생산역량을 높이고 부품조달 능력을 확대하며 힘을 집중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인도에서의 굴착기 시장점유율을 30%대로 높이고, 주변 신흥시장을 향한 전진기지로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 글로벌 3위 인도 건설기계 시장

인도는 전 세계에서 건설기계가 3번째로 많이 팔리는 국가다. 2018년 기준 인도 건설기계 판매시장은 8만대 규모로, 최근 4년간 연평균 21.6% 성장했다. 2018년에는 무려 33.4%라는 기록적인 성장세를 보여 명실상부한 ‘포스트 차이나’로 자리매김했다.

시장에 판매되는 주요 장비는 굴착기가 2만 5천대 수준이며, 백호로더(굴착기와 로더의 결합제품)가 4만 5천대를 차지한다.

인도 건설기계 시장에서는 인도와 일본의 합작법인 타타-히타치를 비롯해 글로벌 모델을 판매하는 캐터필러, 볼보, 코벨코, 코마츠, 인도형 맞춤모델을 선보이는 현대건설기계, JCB, SANY 등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올 상반기 인도 건설기계시장은 총선 이슈로 다소 주춤하다. 그러나 하반기에 회복하며 반등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전망은 재선에 성공한 인도 모디 총리의 야심찬 인프라 투자 확대에 기인한다.

인도는 2024년까지 신규 고속도로 6만km를 계획하고 있으며, 신공항 100개 건설을 추진 중이다. 이어 항만건설, 항만설비 확충, 상하수도 공사 등 국가주도형 SOC사업을 수립하고 있다.

반면, 인도의 주력 건설장비 백호로더는 이같은 대형 인프라개발에 적합하지 않다. 과거 장비의 이동이 어려워 복합장비 백호로더가 주를 이뤘지만, 결국 생산성이 높은 굴착기에게 자리를 내 주어야 할 상황이다. 인도 건설기계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굴착기로의 건설장비 전환을 촉진할 배기가스 규제도 체크포인트다. 인도는 2020년 휠타입 백호로더에 배기가스 규제를 적용하고, 2021년에는 크롤러 타입에도 환경규제를 시행할 계획이다. 규제로 인한 백호로더의 감소와 반사이익을 누릴 굴착기의 확대가 예상된다. 백호로더의 대체품으로는 8~12톤급 굴착기가 주목받고 있다.

현대건설기계의 인도 주력제품 21톤급 크롤러 굴착기.
현대건설기계의 인도 주력제품 21톤급 크롤러 굴착기.

◆ 현대건설기계, 전사적 총공세 펼쳐

현대건설기계는 포스트 차이나 ‘인도’의 굴착기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현대는 국내 건설기계업계 최초로 2007년에 인도법인을 설립했으며, 2008년부터 연간 6천대 규모의 굴착기를 생산하고 있다. 그 결과 부동의 굴착기 시장점유율 2위를 기록하며 선전하고 있다.

인도에서는 2018년 굴착기 2만 5천대가 판매됐으며, 2023년 3만 7천대 판매를 전망하고 있다. 연평균 성장률이 무려 18%로 예상된다.

인도의 굴착기 시장은 20톤급 장비가 주도하고 있다. 도로, 공항, 항만 등 인프라 공사에는 30톤급 장비가 제격이지만, 인도는 가격대비 성능을 이유로 20톤급이 인기다.

현대건설기계의 주력제품도 14~20톤급 중형 굴착기다. 2018년 현대건설기계는 인도에서 20톤급 굴착기 시장점유율 20%를 기록했으며, 14톤급에서도 17%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현대는 8~50톤 사이 11개 굴착기 모델을 생산하며 전 방위 시장확대에 나서고 있다.

‘포스트 차이나’ 인도에서의 굴착기 경쟁은 치열하다. 중국 SANY의 저가공세와 백호로더 강자 JCB의 견제, 일본 고마츠의 도전 등이 펼쳐지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현대건설기계는 선전하고 있다. 1980~90년대에 진출한 일본 기업들을 크게 제쳤으며, 높은 생산성을 바탕으로 시장지배력을 발휘하며 굳건히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올해 현대건설기계는 인도 정부의 인프라 확대에 부응할 생산량 높이기에 주력한다. 총 150억원을 투자해 자동화를 통한 생산능력을 확대할 계획으로, 이중 100억원은 이미 투자가 집행됐다. 이 과정을 거쳐 연간 1만대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향상된 생산설비는 8~12톤과 30톤 굴착기 생산을 담당할 계획이다. 아울러 영업과 서비스역량을 강화하는 다양한 전략을 병행해 시장점유율 확대에 나선다.

지난해 현대건설기계는 인도에서 4195대를 판매하며 매출 3460억원을 기록했다. 2017년보다 21.8% 성장했다. 올해 판매목표는 5200대로 2018년 보다 24% 올려 잡았다. 현대는 2023년까지 인도시장에서 매출 1조원 달성을 목표로 공격적인 투자와 현지화 전략을 통한 시장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건설기계 공기영 사장이 최근 인도법인을 방문해 현지 딜러사 대표들, 인도법인 관계자들과 판매확대를 위한 전략을 논의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현대건설기계 공기영 사장이 최근 인도법인을 방문해 현지 딜러사 대표들, 인도법인 관계자들과 판매확대를 위한 전략을 논의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인도시장 이해도가 높은 공기영 사장의 행보도 현대의 도전에 힘을 싣고 있다. 공 사장은 2007년 현대건설기계의 인도 진출에 참여했고, 2013년부터 2016년까지 3년간 인도법인장을 역임한 바 있다. 지난 4월에도 인도를 방문, 현지딜러사 대표들과 인도법인 관계자들을 만나 판매확대를 위한 전략을 논의했다.

최근 분사한 부품전문 자회사 현대코어모션과의 시너지도 기대된다. 현대코어모션은 2023년까지 건설기계 부품사업에서 매출 1조원을 달성한다는 계획으로 인도시장 확대에 협력하고 있다. 현대코어모션의 매출은 2018년 기준 2,400억원으로, 전 세계 140개 국가 540개 딜러사에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현대건설기계의 인도전략은 이뿐만이 아니다. 향후 인도를 신흥국 수출의 전진기지로 활용한다는 포석이다. 신시장 맞춤 장비를 생산하고 부품공급 인프라를 발판삼아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인도에서 생산된 건설장비로 인근 네팔, 중동·아프리카, 미얀마 등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이 펼쳐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