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 4구역 재개발, 대우건설과 산업은행 ‘금융협약’ 논란
고척 4구역 재개발, 대우건설과 산업은행 ‘금융협약’ 논란
  • 이경옥 기자
  • 승인 2019.06.11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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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 “산업은행 통해 고척4 추가 이주비 30% 안전하게 대출”

산업은행 “사업비 관련 협약…이주비 대출 상품 취급 계획도 없어”
건설이 고척4구역에 제출한 ‘추가 이주비 지원’ 관련 제안서 내용.

고척4구역 재개발 수주전이 본격화된 가운데 대우건설과 산업은행의 금융협약이 도마 위에 올랐다.

추가 이주비 지원이 수주전의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대우건설은 산업은행을 통해 안정적으로 추가 이주비를 대출하고 이와 관련한 양사 간 금융협약을 체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산업은행에는 이주비 대출 상품 자체가 없고, 취급할 계획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산업은행은 뒤늦게 협약 내용까지 전면 부인하고 있어 대우건설의 고척4구역 시공권 확보에도 먹구름이 끼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고척4구역 조합원들에게 주택담보인정비율(이하 LTV) 40%에 해당하는 기본 이주비와 함께 직접대여 또는 신용공여를 통한 추가 이주비 LTV 30%를 지원하겠다고 제안했다.

대우건설은 산업은행과 조합 사업비, 조합원 이주비(추가 이주비 포함), 조합원 분담금 등에 대한 자금 조달 내용을 골자로 한 금융협약을 체결했다고 강조했다.

고척4구역 조합원들은 ‘직접대여 또는 신용공여를 통한 추가 이주비 30% 지원’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대우건설의 재정상태가 불안정한 만큼(부채비율 276.83%, 2018년 12월 IFRS 연결기준) 직접대여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재개발 이주비 대출 한도를 대폭 낮춘 정부 정책에 반해 신용공여해줄 은행을 찾기도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앞서 8·2부동산대책을 통해 투기과열지구 내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의 이주비 대출 한도인 주택담보인정비율(이하 LTV)을 기존 60%에서 40%로 축소하고, 이주비 대출을 주택 구입 목적의 주택담보대출에 포함시킨 바 있다.

고척4구역 한 조합원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투기 수요 억제를 위한 정부의 대출 규제 지침에 반하는 금융지원을 약속했다는 것인데 정확한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며 “시공사 선정 이후 대출이 불가능해지면 조합원들의 이주 계획에 큰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지금까지 정비사업 이주비 대출 사례가 단 한 번도 없었고, 향후 이주비 대출 상품을 취급할 계획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대우건설의 매각을 위해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무리한 밀실협약을 감행했다는 해석도 있다.

대우건설의 주가는 4000원 후반대다. 이는 1주당 액면가인 5000원 보다 낮은 것으로, 호반건설과 매각작업을 추진하던 2018년 2월보다 10% 이상 떨어졌다.

산업은행은 대우건설의 매각 전 몸값을 최대한 높일 필요가 있는데 대우건설의 실적도 저조한 상황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우건설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연결재무제표 기준 2조30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4% 감소했다. 주력인 주택사업의 매출액(1조2633억원)이 17.2% 감소한 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산업은행 “이주비 아닌 사업비 대출 협약”…고척4 추가 이주비 지원 불가 통보

산업은행은 뒤늦게 수습에 나선 모양새이다. 산업은행은 대우건설과의 금융협약에 대해 ‘이주비’가 아닌 ‘사업비’에 대한 대출 협약이었을 뿐이라고 선을 그은 것이다.

산업은행 측은 고척4구역 추가 이주비 대출 논란과 관련해 “사업비 대출 취급부서에서 정비사업 자금조달과 관련 시공사 앞 전반적인 금융자문을 수행하겠다는 것으로, 이주비 대출이 아니다”라고 해명한 가운데 대우건설은 협약서를 근거로 내세워 법적공방까지 예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척4구역 조합원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정부 정책에 반해 제3금융권 수준의 실현 불가능한 금융협약을 정말로 했을까 싶으면서도 대우건설 매각 때문에 선을 넘었을 가능성도 충분하다”면서 “사실 여부를 떠나 대우건설의 추가 이주비 지원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고척4구역 시공권 확보도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 구로구 고척4구역 시공사 선정 총회는 오는 28일 열릴 예정이다. 서울시 구로구 고척동 148 일대를 재개발하는 고척4구역은 사업 완료 시 지하 4층~지상 25층, 10개 동, 공동주택 983세대 및 부대복리시설로 탈바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