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종 개편은 무의미 ...혁신 아니다. 소비자(발주자) 입장에서 접근해야"
"건설업종 개편은 무의미 ...혁신 아니다. 소비자(발주자) 입장에서 접근해야"
  • 김준현 기자
  • 승인 2019.06.05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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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물유지관리협, 안전성·전문성 '강조' VS 건설협·전문건설협, 시설물유지관리업은 '점검'
학계 “업종개편은 무의미, 혁신은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해야”
5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건설산업 단기 현안업종 개편과 관련해 업계 관계자들이 대거 참여해 연구욕역 중간결과 발표를 경청하고 있다.
5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건설산업 단기 현안업종 개편과 관련, 업계 관계자들이 대거 참여해 국토연구원의 연구용역 중간결과 발표를 경청하고 있다.

[국토일보 김준현 기자] 건설산업 생산구조 혁신 로드맵에 따라 현안업종 개편방안이 마련되고 있으나 이해관계에 얽힌 건설업계는 각자의 업종에 대한 '정의'만 내세우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혁신’을 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발주자) 입장에서 접근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5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국토교통부가 개최한 건설산업 생산체계 2차 공청회에서 건설업계와 전문가들은 토론회를 통해 이와 같이 주장했다.

공청회를 주관한 국토연구원은 토론회에 앞서 시설물유지관리업 및 토목건축공사업, 강구조물과 철강재설치공사업 등 4가지 업종에 대한 개편방향에 대해 연구용역 중간결과를 발표하고 이에 대한 업계 의견수렴에 나섰다.

연구용역 중간결과 발표 후 업계 관게자, 전문가, 시민단체, 정부가 각자의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연구용역 중간결과 발표 후 업계 관게자, 전문가, 시민단체, 정부가 각자의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국토연구원의 발표가 끝난 후 첫 번째 토론자로 나선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 조현일 본부장은 “입찰 참가 자격을 구분하는 등록자격 면허를 완화해야 한다”며 “일 잘하는 기업이 일을 더 많이 할 수 있는 구조가 형성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시설물유지관리협회 강성구 본부장은 “보수·보강 공사는 신축 공사와 달리 특별한 기술과 노하우가 필요하다”며 “시설물 장수명화가 대세인 현시대에 국민안전이 더해지려면 정부의 전문적 기술 지원이 더 절실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날 국토연구원이 제시한 용역업 전환, 업역 완화 제시에 대해서는 합리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대한전문건설협회 이원규 본부장은 “시설물유지관리업종은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생산성 향상과는 거리가 멀다”며 “법 체계로 봐도 시설물유지관리업은 점검만 해야 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대한건설협회 이재식 실장 역시 “시설물유지관리업종이 본래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발전해 나가길 바란다”고 거들었다. 다만 토목건축업종에 대해서는 해외건설 수주에서 시공능력 평가를 높이는 등 차별적 경쟁이 된다는 점에서 기존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공청회 참석자들은 종합건설업계와 전문건설업계가 시설물유지관리업계를 말살하려고 한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직접적 이권관계에 있는 업계 관계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서로를 향해 삿대질을 하는 등 각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업계 의견과 달리 학계는 업종의 이권 다툼은 생산구조 혁신 로드맵과 맞지 않다며, 발주자 선택권을 높이는 게 ‘혁신’임을 강조하고, 최상의 답을 찾아내는 것이 이번 토론회의 핵심임을 내세워 자칫 진흙탕이 될 현장을 진정시켰다.

건설기술연구원 강태경 소장은 “업종 이해관계자들의 상황을 당연히 이해하나 이제는 앞으로 나아가야 할 때”라며 “생산구조 혁신 로드맵은 전기·정보통신공사업 및 엔지니어링까지 큰 틀에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김상범 교수(동국대)는 “혁신에 단기 로드맵은 없다. 할 거면 과감하게 가야 하고, 소극적으로 할 거면 안하는 게 맞다”며 “어떤 방향이든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기에 업체의 개별 이익보다 산업발전과 소비자 이익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신영철 단장도 “소비자는 어느 업종이 무슨 면허를 가지고 있는지 중요하지 않다. ‘누가 더 기술과 실력을 가지고 있나’ 이게 중요하다”며 자격을 갖춘 업종만 시공해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잘못됐다고 말했다. 면허만으로 시공 자격을 가질 수 있다는 업계의 고정관념을 타파해야 통·페합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는 의견이다.

우성권 교수(인하대)는 "시장의 다툼은 원도급과 하도급에서 시작됐다"며 "등록이나 업종, 자격제한 등이 없어져야 시장 다툼이 사라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업종개편에 대해서는 정답이 없다며, 각자 가지고 있는 답안에서 최상의 답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토론 내용을 모두 들은 국토부 주종완 건설정책과장은 “정부는 정답을 정해놓고 해법을 찾아가는 게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그는 “큰 틀을 잡고 방향에 맞게끔 체제를 변화해 나가야 한다”며 “잘못된 것이 있다면 관련업계는 주장하고, 근거를 대며, 명확히 입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토론회 좌장을 맡은 건설혁신위원장 이복남 교수(서울대)는 “변호사와 검사는 언제나 죽일 듯이 자신의 주장을 펼치나 판사는 합리적 근거가 있는 쪽에 손을 들어준다”며 “업계 관계자들이 지속적으로 다양한 의견을 제시해야 더 많은 연구를 할 수 있다”고 업계에 메시지를 전했다.

한편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업계 관계자들은 2시간이라는 짧은 공청회로 인해 제대로 된 주장 한 번 못 펼쳐봤다며, 정부가 허심탄회하게 토론할 수 있는 자리를 다시 한 번 마련해야 한다고 의견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