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 역기능이 우려된다
금리인상, 역기능이 우려된다
  • 국토일보
  • 승인 2008.08.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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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행 금융통화운영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5%에서 5.25%로 0.25%포인트 올렸다.

 

지난해 8월 이후 1년 만에 처음 금리를 올린 것이다. 이번 금리인상은 통화정책 목표가 통화량에서 금리로 바뀐 지난 199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물가안정과 경제성장 사이에서 고민해 오던 한은이 결국 안정을 택하는 용단을 내린 셈이다.


 물론 한은의 용단에는 나름대로의 명분을 찾을 수 있다. 물가를 잡아야 경제도 살릴 수 있다는 인식이 그것이다. 그러자면 금리인상을 통해 인플레 기대심리를 차단해야 한다는 논리다 . 아울러 단기적으론 여러 가지 부담이 따를 수 있으나 길게 보면 득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명분도 가세한다.


 그러나 시기 선택에서는 과연 이 시점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반론이 만만치 않은 게 사실이다. 정부일각이나 시장에서 허를 찔린 듯 당혹스러워 하는 분위기가 이런 반응을 대변한다.  우리 역시 이번의 금리 전격인상을 적지 않게 우려하는 입장에 있다.


 우선 거시적 관점에서 조명하더라도 경기침체로 성장이 둔화되면서 투자와 소비가 격감하고 고용사정마저 악화된 마당에 치명적 악재로 작용하는 금리인상을 단행할 수 있는가 하는 의아심을 품게 된다.


 잘 알려진 것처럼 금리인상은 기업과 가계의 부담을 늘려 투자와 소비를 더욱 위축시키고 결국 성장을 억제하는 역효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한은이 지난 몇 달간 금리인상을 주저했던 것도 이런 배경 탓이었다.


 더구나 물가상승의 직접적 원인인 고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속락하는 상황에서 금리인상을 서두른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일 수밖에 없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최근 물가보다는 경기침체를 걱정하며 금리동결에 나섰고 유럽도 마찬가지였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을 듯싶다.


 그런데도 이런 상황에서 오히려 우리나라는 금리인상을 정책 수단으로 전격 선택하고 나섰으니 설득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든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터졌을 때도 우리나라는 엉뚱하게 금리를 올려 무지와 경솔을 드러낸 바 있는데 이번에도 전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해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에 충격을 주고 있으니 당혹스럽기 짝이 없는 것이다.


 정책은 선택의 문제라는 점을 우리는 누누이 들어왔다. 과연 금리인상이 얼마나 물가안정 효과를 이끌어 낼지는 아직도 미지수이다. 그러나 금리인상의 역기능은 피부로 느낄 만큼 가시적이다.


 통계청이 지난 7일 발표한 소비자기대지수는 7년7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할 만큼 심각한 경제 상황이라는 것을 경고하고 있다. 결국 금리인상이 목표로 하는 인플레는 차단하지 못하면서 가뜩이나 부진한 소비와 투자를 더 위축시키는 부작용만 주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의존도가 높은 가계와 부동산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건설업체들의 이자 부담 증가는 경제의 기반을 더욱 취약하게 만들 가능성이 짙다. 그렇지 않아도 ‘9월 경제위기설’ 등으로 지금 나라 사정은 흉흉한 분위기로만 치닫고 있으며 그 배경에는 가계발 금융대란과 PF(프로젝트 파이낸싱)부실에 의한 금융대란이 큰 몫으로 작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이제부터라도 이런 원인이 될 수 있는 소지에 대한 세심한 관찰과 고려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물가불안을 줄이면서 동시에 금융 불안을 예방할 수 있는 고도의 정책적 기량이 요구된다는 뜻이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는 금리인상 뒤의 정책조합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해 마지않으며 그 대상으로 가장 위험 변수가 높은 부동산에 대한 과도한 규제 완화를 우선적으로 촉구하는 바이다. 이는 이번의 금리인상 조치로 부동산 침체는 더 오래가는 악순환에 빠질 개연성이 짙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이미 금리인상은 우리 경제에 양날의 칼로 등장했다. 물가안정이라는 효과의 이면에는 건설기업과 가계의 금융비용 급증이라는 그늘이 도사려 있다. 그늘의 크기를 키울 것인가 줄일 것인가는 지금부터 어떤 정책조합으로 대응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