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건설산업, 글로벌 경쟁체제 부합한 제도 개선 '시급'
해외건설산업, 글로벌 경쟁체제 부합한 제도 개선 '시급'
  • 김준현 기자
  • 승인 2019.05.24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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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해외건설전문가포럼 창립기념 해외건설 경쟁력강화 자유토론회서 토론자 '이구동성'
해외건설전문가포럼이 24일 건설회관에서 '2019 해외건설 경쟁력 강화 자유론회를 개최, 해외건설시장 강화를 위한 발전 방안을 모색했다. (사진은 토론회 전경.)
해외건설전문가포럼이 24일 건설회관에서 '2019 해외건설 경쟁력 강화 자유론회를 개최, 해외건설시장 강화를 위한 발전 방안을 모색했다. (사진은 토론회 전경.)

[국토일보 김준현 기자] 국내 건설산업의 해외건설시장 확충을 위해선 글로벌 경쟁체제에 부합한 제도로 혁신, 국내에서부터 세계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반 조성은 물론 기업별로 국가별 특성에 부합한 전략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사)해외건설전문가포럼(대표 박형근 충북대 교수)은 24일 서울 강남 건설회관에서 창립기념을 맞아 개최한 ‘2019 해외건설 경쟁력 강화 자유토론회’에서 이같이 강조, 관·산·학·연 모두의 노력이 요구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토론회는 4차 산업혁명 도래 및 글로벌 경쟁심화, 수익성 악화 등 한국의 해외건설산업 위상이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관련 종사자들이 해외건설의 문제점을 토론하고 위기극복 및 발전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토론은 국내 건설산업의 낡은 체제를 벗어나 건설과 금융, 개발의 밀착한 연계성으로 해외시장을 공략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또한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EPC(설계, 조달, 시공 등 일괄수주 턴키) 성공수주를 위해 더 많은 노력과 관심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이날 토론을 주재한 박형근 교수는 자유토론 후 내용을 정리·분류·그룹핑해서 향후 포럼의 각 분과위원회에서 추진과제로 선정하고 이를 발전시켜 포럼 세미나 시 진행사항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자유토론 첫 번째 주자로 나선 정의당 추혜선 의원 정책특보 손영진 대표(콘스텍 대표이사)는 국내기업의 해외건설 경쟁력은 이미 오래 전부터 부족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국내의 발주체제와 해외의 시스템이 달라 기업들이 국내와 해외를 자유롭게 수주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세계적인 패러다임에 국내기업들이 따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손영진 대표는 “전문건설업체도 직접 해외시장에 하도급으로 나설 수 있도록 수평적 실무 중심의 역량을 키울 수 있게 제도가 받쳐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서 한화투자증권 리스크심사팀 배덕상 과장이 건설과 금융, 개발 사업의 융합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배 과장은 “건설 뿐만아니라 자산매입도 함께 하는 해외 모 기업이 시카고에 있는 스카이웨이 고속도로를 2004년 18억 달러에 매입해 14년 후 28억 달러에 매각했다”며 “이처럼 건설과 금융과의 연계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어 건설산업이 금융 전문가들을 체계적으로 구성해 건설금융회사로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배 과장은 ▲해외 진출 전 로컬 기업 및 자산관리 가능한 증권 인수 ▲리스크에 대한 매뉴얼 구축 ▲금융과 통합할 수 있다는 도전정신 요구 등 3가지를 해외건설 수주 업계에 제안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박환표 연구위원은 해외건설산업이 정부 주도로 많은 실적을 달성했으나 건설업계가 스스로 역량을 강화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박 연구위원은 “건설연구소의 조직 강화와 자체적 연구개발을 이끌어갈 수 있는 전문성이 필요하다”며 “무엇보다도 해외사업의 성공적 모델이나 수익성 리스크관리 등 해외수주에서 성공한 모델을 데이터베이스화 해서 기업들이 모델로 삼을 수 있도록 누군가는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민형 박사는 앞으로 해외건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과거 마인드 버리기 ▲자산관리, 개발, EPC 통합 역량 높이기 ▲철저한 계약관리 ▲해외건설 경력관리 ▲해외지원 공공기관 원스톱 구축 등 다섯 가지로 축약해 제시했다.

김 박사는 “이제는 해외건설 시장을 중장기적인 입장에서 전략적으로 캐쉬카우(꾸준한 수익성, 낮은 성장가능성)로 키워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내기업의 자체적 개선 필요성이 토론의 주를 이루는 초반과 달리 국내기업의 해외건설 수주 실적 감소는 해외시장의 환경적 요인이라는 새로운 주장도 제시됐다. 현재 원자력계에 있는 한 전문가는 과거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경쟁력을 가졌던 것은 기술력도 사업관리도 마케팅도 아닌 중동 수주 물량의 급증이었다는 분석이다.

그는 “해외시장에서 공개경쟁 입찰이 많아짐에 따라 한국에게 기회가 많이 갔었다”며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독소조항이 포함된 계약의 리스크도 떠안고 갈 정도로 해외건설에 많은 인력을 쏟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지금은 국내기업의 분쟁해결 능력이 높아지고, 무리한 입찰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 등이 해외수수 실적 저하에 한 몫 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해외건설 시장을 키우기 위해서는 국내 건설산업의 발주방식도 글로벌 기준에 맞춰 어느 기업이라도 해외로 진출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박형근 교수는 “해외건설은 종합건설이 메인사업이 아니었기에 국내 건설산업 시스템을 모두 해외 방식으로 바꾸는 건 불가능할 것”이라고 반대 의견을 던졌다.

㈜영인터내셔널 방재영 이사도 국내기업의 계약관리를 국제적으로 바꾸는 건 거의 불가능이라고 추가 의견을 보탰다.

건설업계 역할에 이어 도화엔지니어링 윤용진 부회장은 엔지니어링 업계 대표로 해외건설의 현 위치에 대해 설명했다.

윤 부회장은 “엔지니어링의 마진율이 떨어져 선진국 메이저 건설업체들이 입찰경쟁에 빠지다 보니 틈새로 국내 엔지니어링 업계가 들어가 실적을 챙길 수 있었다”며 “다만 현재는 국내 시장이 활황이기에 굳이 해외로 눈을 돌리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해외건설 수주의 직접대상이 아닌 컨설팅업계에서는 현 건설업의 사이드에서 무엇이 발전을 더디게 하는 것인지에 대해 각자의 의견을 보탰다. 특히 로펌업계 변호사들은 건설사가 해외로 나갈 시 동반진출해 중재 역할을 돕는 등 이 과정에서 발생한 애로점을 업계와 공유했다. 싱가포르 로펌 류지현 변호사는 국내 기업이 해외수주 계약을 할 시 영국법에 맞춰 계약하는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학계에서는 이복남 교수(서울대)가 “해외건설을 옵션으로 가면 실패한다며 해외건설산업에 대한 사고방식부터 바꿔야 한다”며 “오늘의 포럼은 현장위주의 실무 대책이 아닌 건설범위 밖 토론”이라고 말했다.

김영태 교수(서울시립대)는 해외건설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조건이 부합해야 한다고 설명을 보탰으며, 삼우CM 정우용 이사는 해외건설은 현지회사들과의 긴밀한 관계 구축으로 성공한 사례가 많았다고 전했다.

끝으로 대형건설업계를 대표해서 포스코건설 심우진 부장이 “건설은 ‘경험의 산업’이다”라며 “해외뿐 아니라 건설업계가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건 거듭한 실패를 모아 하나의 DB화를 거쳐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국토교통부 김성호 해외건설정책과장은 “해외시장 확충은 국내 건설산업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이 시대 과제”라며 “해외시장 진출 확대를 위해 기업의 고충이 뒤따르겠으나 기업별로 국가별 특성에 부합 전략이 요구되는 것은 물론 건설 고부가가치를 위한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과장은 “정부 역시 해외진출 지원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해외건설 진출시 필요한 정보, 금융 등 다양한 의견을 제시해 달라”며 “정부차원의 지원에 만전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토론회에서 해외건설을 이끌어 가는 건설기업의 의견보다는 금융, 컨설팅, 로펌 등 사이드 산업 확장의 필요성이 더 크게 부각된 건 아쉬움이 남았다는 후문이다.

또한 각계 전문가들이 펼친 자유 발언은 대부분 문제점만 진단할 뿐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 방안은 제시되지 않아 해외건설 수주 확충을 위해 더 많은 노력과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