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녹생성장 5개년 계획 녹색요금제 대신 PPA 방안 도입 검토
정부, 녹생성장 5개년 계획 녹색요금제 대신 PPA 방안 도입 검토
  • 김준현 기자
  • 승인 2019.05.21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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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피스 “PPA 제도 도입 일정·세부 실행계획 조속히 만들어야”
지난달 1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컨퍼런스룸에서 여린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공청회에서 청개구리(그린피스 활동가)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기업PPA 제도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출처 : 그린피스)
지난달 1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컨퍼런스룸에서 여린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공청회에서 청개구리(그린피스 활동가)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기업PPA 제도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출처 : 그린피스)

[국토일보 김준현 기자] 정부가 21일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재생가능에너지 기업 전력구매계약(PPA) 도입 검토’ 내용이 담긴 제3차 녹색성장 5개년 계획을 심의 의결했다.

녹색성장 5개년 계획은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 시행령’ 제4조에 따라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환경훼손을 줄이면서 친환경기술의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등 녹색성장을 꾀하기 위해 5년마다 수립하는 중기 국가전략이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한국 정부가 재생가능에너지 PPA 도입을 검토하기로 한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도입일정, 실행계획 등 후속 조치를 지켜 봐야하겠지만 기업 PPA을 향해 첫발을 뗐다는 데 의미가 있다. 다만 기후위기로 인한 환경재앙이 심각하고 한국이 다른 나라와 비교해 재생가능에너지로 전환에 뒤처져있다는 점을 감안해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제도도입 절차를 서두르기를 촉구한다.

그린피스는 지난해 중순부터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상대로 기업 PPA 도입을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기업 구매량 만큼 재생가능에너지 설비 확충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국내 최초로 재생가능에너지 사용 활성화를 위한 정책 토론회를 개최하고 성윤모 산업부 장관을 비롯 담당 공무원 앞에서 청개구리 가면을 쓰고 기업PPA 도입을 촉구하는 배너를 펼쳤다. 앞으로도 그린피스는 정부가 실효성 있는 기업PPA 제도를 도입할 때까지 재생가능에너지 캠페인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산업부는 그동안 재생가능에너지 구매 제도로 녹색요금제를 유력하게 검토해 왔다. 이진선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녹색요금제는 재생가능에너지 설비를 획기적으로 늘리는데 한계가 있다. 이와 달리 기업PPA는 재생가능에너지 설비 확충 효과가 뚜렷하다. 한국이 국제적으로 지구온난화에 ‘매우 불충분하게’ 대응한다고 평가 받는 터라 탄소제로(zero-carbon)화 움직임에 부응하고 기업의 100% 재생에너지 사용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기업PPA 제도를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 세계 곳곳에서 기후위기로 인한 환경 재앙이 빈발하면서 온실가스 배출 규제가 강화되자 글로벌 기업들은 생존 차원에서 친환경 에너지원에 대한 수요를 늘리고 있다.

재생가능에너지 수요가 커지면 발전사업자도 발전설비를 늘려 친환경 에너지 공급을 확대하려는 동인이 발생한다. 기업PPA는 기업 수요가 발전설비 확대로 이어지게끔 물꼬를 터줄 것으로 기대된다.

기업PPA가 도입되면 기업은 발전사업자와 장기 전력구매계약을 맺어 안정적으로 친환경 전력을 공급 받고 장기 고객을 확보한 발전사업자는 투자 리스크 걱정없이 대규모로 발전설비를 늘릴 수 있다. 기업PPA가 재생가능에너지 순증(additionality) 효과가 가장 큰 방식이라 평가받는 것은 이런 배경이 깔려있다.

기후위기 해결에 나서지 않는 기업은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 기업이 재생가능에너지 소비를 늘리면 기후위기 해결에 기여할 수 있고 경쟁력도 강화할 수 있다.

국내 재생가능에너지 시장을 활성화하면 온실가스 배출 없이 경제 성장과 신산업 육성이라는 일석이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미 글로벌 기업 175개가 100% 재생가능에너지를 사용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중 상당수는 국내 협력업체들에게 100% 재생가능에너지 전력을 사용해 제품을 납품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내 기업은 재생가능에너지 전력을 살 수 없는 탓에 수출 계약을 포기하거나 생산 물량을 해외 공장으로 돌리고 있다. 국내 수출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기업PPA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

제니퍼 모건 그린피스 국제 사무총장은 “기업PPA 제도 등 정책 패키지를 도입해 재생에너지 시장잠재량을 십분 활용하기를 한국 정부에 권유한다”며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기준 세계 12위, 온실가스 배출량 기준 세계 7위 국가다. 한국이 경제 위상에 걸맞는 온실가스 감축정책을 실행하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그린피스가 지난 3월 김승완 충남대 환경공학과 교수에 용역 의뢰한 보고서 ‘기업 재생가능에너지 구매를 위한 제도설계 연구’에 따르면, 국내 10대 전력 다소비 기업이 기업 PPA 제도를 통해 태양광, 풍력 발전소에서 전력을 직접 사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2700만 톤 가량을 줄일 수 있다.

한편 정부는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을 확정하고 2040년까지 재생가능에너지 발전비중을 35%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그린피스는 친환경 발전비중 목표치가 국제사회 기준에 비해 지나치게 낮다는 점을 우려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을 1.5°C 이하로 제한하기 위해 2050년까지 재생가능에너지 비중을 70~85%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 2018년 재생에너지 시장잠재량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은 2050년까지 재생가능에너지 100%로 전환할 수 있는 자원과 기술을 갖추고 있다.

마크 제이콥슨 스탠포드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한국은 2050년까지 100% 재생에너지를 달성할 수 있는 기술적 여건을 갖고 있다. 부족한 것은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려는 정치적 의지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