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계측, 公共시설만 설치 의무화···민간건축물 '무방비'
지진계측, 公共시설만 설치 의무화···민간건축물 '무방비'
  • 김주영 기자
  • 승인 2019.05.20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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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부 "민간은 자율선택사항···강제 규제하기 곤란"
200m 이상·50층 이상 민간 건축물 설치 의무화

■ 민간 시설물 국민 생활 위협 대책 시급
■ 지진계측기 국산화 성공···확대보급해야

정부가 공공시설에만 지진계측장비 설치를 의무화한 반면 공동주택(아파트)은 물론 초고층빌딩 등 일반 민간 건축물에 대한 지진 피해 예방 대책을 마련하지 않아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민간 건축물에 국산 지진계측장비를 설치한 모습.
정부가 공공시설에만 지진계측장비 설치를 의무화한 반면 공동주택(아파트)은 물론 초고층빌딩 등 일반 민간 건축물에 대한 지진 피해 예방 대책을 마련하지 않아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민간 건축물에 국산 지진계측장비를 설치한 모습.

[국토일보 김주영 기자] 정부가 민간 건축물에 대한 지진 예방 대책 마련에 안일한 자세로 대응하고 있다. 경주·포항지진으로 불안감이 높아진 상황에서 현행 ‘지진·화산재해대책법(지진대책법)’이 예방·대비단계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즉, 자연재해로부터 국민의 생명·신체·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한 법이 제구실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현재 정부의 대책은 내진설계 의무화, 내진보강사업 확대 등 예방·대비단계에만 집중돼 있다. 반면 지진 등 재난 발생시 전환되는 대응 단계에서는 뚜렷한 진척이 이뤄지지 않았다. 인적·물적 피해 규모를 결정하는 신속 정확한 예·경보 체계가 갖춰지지 않아 대형 참사마저 우려된다.

현행 지진대책법에는 사전 경보, 신속 대피 등에 활용될 수 있는 지진계측장비 의무설치대상을 명시, 동법 시행령으로 ‘공공시설물’에만 국한시켰다. ▲중앙행정기관 및 지자체 청사 ▲국립대 ▲높이 200미터 또는 50층 이상 공공건축물 ▲공항시설물 ▲댐 및 저수지 ▲현수교·사장교 ▲가스 시설물 ▲고속철도 ▲발전시설 등이 그것이다.

민간 건축물은 ‘자율’ 선택사항이다. 특히 국민 대다수가 거주하는 공동주택 역시 규제 무풍지대다. 참고로 50층 이상 또는 높이 200미터(m) 이상의 민간 건축물의 경우에 한해 '초고층 및 지하 연계 복합건축물 재난 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지진계측기를 설치하도록 규정했다. 

앞으로 3기 신도시 등 대규모 택지개발이 예정된 상황에서 국민의 생활 안전을 담보할 제도적 장치가 전무한 상황이다.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는 ‘민간 건축물 계측장비 설치 의무화’는 강력한 규제에 속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행안부 지진방재관리과 관계자는 “(지진대책)법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측면이 있다는 것으로 판단했다”라며 “전세계 어디에서도 민간 시설물을 강제하는 나라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초고층빌딩 등은 '초고층건물 재난관리 특별법에 따라 관리된다”고 답했다. 공공시설에 강제한 사례도 한국뿐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엄격한 규제보다 현장에서 제대로 운영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민간시설물의 경우 모니터링 등을 위한 전문인력이 부재한 상황에서 고비용을 들여 계측기를 구축하면 그에 따른 부담이 커지는 만큼 이는 관리자가 스스로 판단할 사안”이라고 못 박았다. 

행안부의 답변에도 대다수의 국민이 이용하는 광역·도시·일반철도 역시 의무 계측대상에서 빠져 있는  정부 대책에도 사각지대가 존재하고 있다.

반면 방재 전문가는 정부가 획일적인 인식이 오히려 안전을 가로막는 요인이라고 꼬집었다. 의무장비에 계측기 뿐 아니라 규모와 강도를 기록하는 장비가 포함돼 비용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오히려 민간 시설물의 특성에 맞춰 계측기와 방송시스템 등을 설치할 수 있게 허용해야 하는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현재 지진계측체계는 행안부가 일괄적으로 지진 관련 정보(Data)를 수집, 관리하고 있다. 정부가 관리가능한 범위에서만 지진계측이 이뤄지는 구조다. 

방재 전문가는 국민 안전 확보를 위해 지진계측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강조했다. 지진 발생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제공돼야 행동에 옮길 수 있다는 의미다.

한 실험에 따르면, ‘경고 메시지’는 즉각적인 행동으로 이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연기가 나는 모습을 본 실험군은 상황 인지에 시간을 허비했지만, ‘불이야’라는 경고 음성을 들은 대조군은 즉각 대피하는 모습을 보였던 것. 이는 지진 발생시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 진동을 감지하고 동시에 지진 경고 메시지를 청취하면 보다 빠르게 피난장소로 대피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진계측에 대한 장비도 국산화에 성공, 정부가 인식하고 있는 ‘고비용’ 부담도 해결됐다. 지진대응체계의 밑거름이 확보된 것. 그럼에도 정부는 신속한 대피체계를 지원할 기술 여건이 갖춰졌음에도 소극적으로 일관, 대응체계 선진화 정책에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진계측기 국산화를 실현한 업체 한  관계자는 “1,000만원 수준으로 3축가속도계 하나와 방송시설 구축이 가능하다”며 “국산가속도계 사용으로 지진으로부터 국민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 만큼 정부도 법제화 등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