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전문가 자유칼럼] 다른 나라 사람이 내 상표를 노린다면?
[건설전문가 자유칼럼] 다른 나라 사람이 내 상표를 노린다면?
  • 국토일보
  • 승인 2019.03.23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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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회 건축기술사/변리사 / 성창특허법률사무소 대표

며칠 전 외국인이 많이 모이는 모임에 갔다. 무역업을 하는 사람이랑 얘기하는데, 자기가 거래하는 나라 사람들과 얘기를 나눠보니 ‘누군가가, 한국에서 쓰는 상표인데 자기 나라에 등록하지 않은 상표를 찾아 야금야금 수집하고 있다’는 거다. 주요 대상이 그 나라 사람이 좋아하는 상품 분야, 즉 화장품이나 한류 관련 상품에 대한 상표라고 한다.

상표는, 타인이 자기의 상품임을 쉽게 식별하도록 쓰는 표장(標章, mark)을 말한다. 여기에서 표장은 ‘기호, 문자, 도형, 소리, 냄새, 입체적 형상, 홀로그램ㆍ동작 또는 색채 등으로 그 구성이나 표현방식에 상관없이 상품의 출처(出處)를 나타내기 위해 사용하는 모든 표시’를 말하는 것으로 이제는 표장에 어떤 제한도 없는 셈이다.

표장을 골라 권리를 신청(출원)한 뒤 특허청의 심사를 거쳐 등록공고와 이의신청 절차를 거친 후 등록료를 내면 그때부터 상표권이 생긴다. 등록된 상표권은 등록일부터 10년간 권리가 유지되고, 10년마다 갱신 등록할 수 있으므로 영구히 보유할 수 있다.

상표는 사용할수록 자기의 신용도가 반영돼 가치가 점차 올라간다. 상표 사용 기간이 길어지면서 점차 상품의 품질, 사후관리 등 사업자의 신용이 쌓여 결국에는 상표의 가치에 반영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상표는 상표 하나의 가치가 무려 1,000억 달러가 된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그러니 자기 상표를 쓸 수 없다면 아주 뼈아픈 상황이다.

상표권은 나라마다 권리를 확보해야 한다. 우리나라에 상표권이 있다하더라도 다른 나라에서 확보한 상표권이 없으면 그 나라에서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 물론 워낙 유명한 상표라면 엉뚱한 사람이 권리를 갖지 못하게 막아주기도 하고, 유명 상표에 기대어 상품을 팔려고 하는 사람에게는 불공정거래로 제재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은 예외인 경우이니, 진출하려는 나라에는 상표권을 미리 확보해야 한다.

사업을 시작하고 어느 정도 힘이 쌓이려면 시간이 걸리고, 이때에는 다른 나라에 상표권을 확보할 여력도 생각을 먹기도 어렵다. 여기에서 문제가 생긴다.

우리나라에 등록된 내 상표를, 다른 나라 사람이 자기 나라에서 확보하려는 것이 불법이 아니다. 우리나라에 상표를 신청한 사람이 6개월 안에 다른 나라에 상표를 신청하면(우선권 주장) 우리나라 출원일을 인정받아 상표권을 확보할 수 있는 권리를 준다. 이 기간이 지난 뒤에는(우선권을 포기한 뒤) 누구나 먼저 신청한 사람이 권리를 갖는 것이니 국제상표제도로 봐도 불법이 아니다. 그러니 위와 같이 외국인이 자기 나라에 등록되지 않을 상표를 수집하는 것을 나무랄 수 없다.

상표권을 확보할 때를 놓쳐서 낭패를 보는 사례는 심심찮게 보도되고 있다. 현지인이 상표권을 가졌을 때는 그 사람이 허락하지 않으면 그 이름으로 시장에 낼 수 없다. 그때는 그 현지인과 협상해 상표권을 인수하거나 사용권을 가져야 하는데, 쉽지 않은 일이다. 할 수 없이 새로운 상표를 달고 가는데, 국내에서 쌓은 지명도를 포기하고 가는 것이라 속도 쓰리고, 시장 경쟁력에도 문제가 생긴다.

우리나라 상표를 탐내는 외국인이 있다는 것은 우리 경제의 위상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한다. 상표제도는 다자간 조약에 따라 국제 공통으로 통용되는 것이어서, 기업은 상표제도를 잘 이해하고 대비해야 한다. 기업이 외국에 진출할 계획을 짜고 있으면 때를 놓치지 않고 상표권을 확보하도록 신경 써야 한다. 상표권을 확보하는 데 드는 비용과 상표권을 놓쳤을 때 피해액은 비교할 수 없다. 기업은 진출하려는 나라에서 다른 사람에게 상표권을 빼앗겨 고통 받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미리 챙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