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시설 내진보강 조기완료 방침 이어갈 수 있나… “이른 판단” 속도조절론 제기
학교시설 내진보강 조기완료 방침 이어갈 수 있나… “이른 판단” 속도조절론 제기
  • 김준현 기자
  • 승인 2019.01.28 14: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특수공법 심사절차 간소화, 대안 모색… 사례 빈약 검증불가
지진발생 후 비구조체 추락으로 인한 잔해 현장

[국토일보 김준현 기자] 학교시설 내진보강 조기완료 방침이 부실공사를 유발할 수 있다며 일각에서 속도조절론을 제기했다. 지진 피해 사례가 주변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만큼 좀 더 신중하게 내진보강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부는 경북 동해안을 강타한 강진 피해로 학생과 학부모의 불안심리를 해소하기 위해 보강예산을 확대, 조기 완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교육부는 내진보강에 재해특별교부금을 사용할 수 있도록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을 개정해 지난해 1월부터 시행 중에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당초 대지진이 발생했던 영남권의 내진보강 완료시기는 2034년이었으나 10년을 단축한 2024년으로 변경됐다. 7년 동안 기존 교육환경개선비 700억원 외에도 추가로 재해특별교부금 1,000억원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상대적으로 지진위험도가 낮은 지역은 7년 동안 매년 1,800억원을 지원하고, 2025년부터는 5년간 3,600억원의 교육환경개선비와 재해특별교부금을 투자해 5년을 단축한 2029년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수도권 시도교육청 관계자는 “방학시기에만 공사 가능한 학교의 특수성과 주변국 대비 내진보강의 경험적 한계를 고려해 볼 때 조기완료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정확하고 완벽하게 진행해야지, 빨리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현재 내진보강사업은 보강대상을 우선순위로 정하고 책임구조기술자와 내진성능평가를 진행한 뒤 설계 후 공사에 들어간다. 교육부 관계자는 보통 내진성능평가에 3개월, 설계 및 공사에 각각 2개월 정도 소요된다고 전했다.

정부는 처음 계획 당시 내진보강사업의 평가-설계-예산편성-보강 절차를 연단위로 통합 계획해 진행하려고 했으나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교육부 및 시도교육청은 내진보강성능평가 1년, 보강설계 1년, 보강공사에 1년씩 3개년계획을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럴 경우 전국 학교시설 내진보강사업을 2029년까지 100% 완료할 수 있는가 의문이 제기됐다.

시도교육청 관계자는 “일반 공사는 주어진 예산에 맞춰 공사가 가능하지만, 내진보강은 단순히 면적만으로 예측할 수가 없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확한 설계가 우선시 돼야 공사비가 산출될 수 있기 때문에 완료시기를 정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한편 특수공법이 올해부터 심사절차가 간소화되며 업계 관계자들은 신기술 공법이 공사비용과 시기를 단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학교시설 내진보강공법은 건축구조기본법에 따라 전단벽 및 브레이스 등 덧붙이는 형식의 일반공법이 주로 진행돼 왔다. 일반공법이 불가능할 시 공법심의위원회를 거쳐 검증된 특수공법을 거칠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교육시설재난공제회와 대한건축학회를 통한 학교시설 매뉴얼 개정안 설명회 때 진입장벽을 좀 더 낮춰 용이하게 특수공법을 활용할 수 있도록 개정됐다.

내진보강사업 관계자는 “일반공법이 내진설계 적용에 우수하다는 것은 알지만, 2개월 이상 소요되는 공사기간이 발목을 잡는다”며 “학교시설 특성상 면진장치는 고려하기 어렵더라도 감쇠장치를 활용한 특수공법을 사용하면 비용과 공기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학교시설물은 조적채움벽, 허리벽 등으로 설치돼 있어 구조체 자체가 비탄성 변형을 크게 일으키기 어려운 만큼, 감쇄장치가 충분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지는 학회를 통해 심사를 받아야 한다. 현재 심사는 대한건축학회, 한국지진공학회, 한국콘크리트학회 등에서 진행한다.

시도교육청 관계자는 “현행 특수공법 절차는 사업자의 주장과 학회의 심사만으로 정해지고 있어 신뢰하기 어렵다”며 “태스크포스 등 내진관련 학회 전문가들을 종합적으로 구성해 국가적인 차원에서 인증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부뿐만 아니라 국토부 및 행안부와도 협의해야 하는 이원화 시스템이라서 바로 결정할 수는 없다”며 “12년의 시간을 갖고 있어 2~3년간 추이를 지켜보고 이에 따라 개선사항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