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가낙찰제 확대 시행... 득이 없다
최저가낙찰제 확대 시행... 득이 없다
  • 김광년 기자
  • 승인 2011.08.22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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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국회 본회의 통과한 사안... 행정부 강행은 근본을 무시하는 행위

최저가낙찰제 확대 문제를 놓고 기획재정부와 건설산업계 간 공방전이 치열하다.

최저가낙찰제는 가장 싼 가격으로 공사를 하겠다는 기업에게 시공권을 주는 제도로 언뜻 보기에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가장 합리적인 제도로 판단되기 십상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논쟁이 뜨거운가!

문제는 바로 부실공사를 조장하고 기업경영에 결정적 위기를 초래한다는 사실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현행 3백억 이상에서 1백억 이상 공사로 확대하면 연간 7천억원 이상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가 내세우는 예산절약 및 건설업체 구조조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발상은 이른바 ‘빈대 한 마리 잡으려 초가삼간 태우는 격’ 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더욱 팽배하다.

특히 최저가낙찰제 확대시행 문제는 국회 본회의를 통과, 이미 최종 결정된 사안인데 행정부가 이를 무시하고 강행하려는 의도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민주주의 근본을 아예 짓밟는 행위라는 지적이다.

사실 최저가 낙찰제 확대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2001년 제도 시행 이후 지금까지 끊이지 않고 논쟁거리로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확대시행 찬성측은 예산 절감 효과를 높이고 부실기업을 색출하는 건설산업을 살리는 생명수라는 주장이 있는 한편 확대시행 반대측은 가뜩이나 고사직전인 건설업계를 아예 숨통을 끊어 놓는 독극물이 될 뿐이라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공공사업을 추진할 때 미리 예정 가격을 정하고 입찰에 부친다. 건설업체들은 일감이 많지 않으니 서로 공사를 맡겠다고 한다. 따라서 낙찰가는 여지없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구조적 모순을 갖고 있다.

최근 최저가 입찰을 실시한 부산 북항대교와 동명 오거리를 잇는 공사 낙찰률(예정가 대비 낙찰가)이 64.6%였다. 예정가격이 100억원인 공사가 64억60,00만원에 낙찰된 것이다.

과연 정부는 100억짜리를 64억에 맡겼으니 세금을 아낀 것인가? 그리고 왜 업체들은 이렇게 초저가로 수주하면서 손해를 보면서도 공사를 따내는 걸까?

이유는 간단하다. 건설경기 장기 침체에다 공공 공사 물량마저 줄면서 일감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회사 간판을 내리지 않고 직원들 월급이라도 주기 위해서다.

한 중견건설사 대표는 “실적을 쌓지 않으면 신용등급을 받지 못해 다음 수주를 할 수 없다”며 “회사 문을 닫지 않으려면 적자를 봐도 자전거 페달을 돌릴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저가 수주와 적자 시공이 늘면 원청업체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이는 고스란히 하도급 전문업체와 납품 업체의 경영난으로 이어진다. 또 공사 품질 저하와 결함 보수비용 확대 등 사회적 비용도 늘어날 수 있다.

이와관련 최민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정책연구실장은 “최저가 낙찰제 확대로 당장 예산을 줄일지 몰라도 부실 공사에 따른 하자보수 비용과 설계 변경 등에 따라 추가되는 비용 등을 따지면 오히려 예산 낭비를 부추길 수 있는 암적요소가 된다”고 경고했다.

이종광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저가낙찰제는 낙찰시점에서는 시공비를 줄일 수 있는 측면도 있지만 무리하게 저가로 낙찰되면 유지관리비와 하자보수비가 증가하고 부실시공으로 인한 품질논란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원청사의 수익감소가 하도급업체에 전가돼 불공정거래 시비도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제도의 적용 확대를 업계 입장에서는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일 국토연구원 건설경제전략센터장은 “지난 2001년 확대 시행된 최저가낙찰제는 보증심사부 최저가낙찰제라고 해서 보증사의 보증거부 등 시장기능을 통해 운용된 제한적 최저가라는 비판도 있다” 며 정부는 예산절감 효과가 있다고 판단해 시행했지만 설계변경이나 저가심의를 통해 공사비가 보전되는 등 전반적으로는 효과가 미미하다고 주장했다.

또 이 제도 확대를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하자문제나 부실공사 뿐 아니라 산업재해 증가를 염려하고 있을 뿐 아니라 특히 건설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중소건설사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어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국토해양부는 원·하도급자간 저가하도급문제 뿐 아니라 원청사와 발주자의 관계도 설계변경을 둘러싼 부정한 거래가 발생하는 등의 문제가 있긴 하나 업계의 현실을 고려해 부담을 완화하는 것을 포함해 정부에서도 여러 가지 고민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결국 최저가 낙찰제 확대는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악영향을 가져오는 비현실적 제도로 이에 대한 강력한 제도개선이 촉구되고 있는 것이다.

중소·지방 건설업체 몫이었던 소규모 공사에 대형·중견업체들이 뛰어들어 결과적으로 중소·지방 건설사들 입지가 좁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는 동반성장을 강조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기조와 정면 배치된다.
더 이상 최저가 낙찰제 확대 문제를 놓고 시시비비 할 게 아니라 보다 멀리 볼 줄 아는 지혜가 촉구되는 시점이다.

김광년 기자 knk@ikl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