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느냐 사느냐 ‘입주’가 문제로다
죽느냐 사느냐 ‘입주’가 문제로다
  • 이경운 기자
  • 승인 2011.08.19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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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기자리뷰] 

부동산 경기침체 장기화로 주택수급 불안정이 심각하다.

매매시장은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차갑게 얼어붙었고, 전세시장은 물건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뜨겁게 달궈졌다.

상황은 집을 팔지 못해 생긴 ‘준공 후 미분양’이라는 싹을 키워, 올 하반기 예상되는 건설사 부도설의 병명이 됐다. 이미 30여 건설사들이 이같은 시장교란에 무너져 워크아웃 또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침체가 장기화되자 살아남은 건설사들의 신음소리도 커지고 있다. 준공까지는 어떻게든 버텼지만 입주시점에도 돈이 들어오지 않는 악순환에 지친 모습이다.

주택사업은 추진 속도가 빠른 공공택지에서도 분양에서 준공까지 약 3년이 소요된다.

선분양 형태의 국내 주택사업은 이 기간동안 은행돈을 빌려 사업을 수행한다. 상품인 주택을 팔아 땅값과 공사비를 마련하고, 빌린 돈과 이자를 갚아 수익이 남기는 구조다.

분양 초기에 계약금 10%를 받고, 공사기간 2년6개월 동안 중도금 60%를 나눠 받는다. 잔금은 입주시점에 30%이다. 초기계약률이 높은 단지에서도 잔금을 받기 전까지는 마이너스 통장을 쓰는 셈이다.

그러나 최근의 주택경기 침체는 계약금-중도금-잔금으로 이어지는 자금회수 구간별 리스크를 발생시켜 건설사를 압박한다.

건설사가 초기계약률을 높이기 위해 계약금 중 일부를 잔금납부 시점으로 유예하고, 중도금 대출이자를 대납하는 극약처방을 쓰고 있어서다. 받을 돈은 덜 받고, 남의 이자를 물어주는 꼴이다.

그럼에도 계약률이 신통치 않으면 돈줄이 마르고 공사비 등은 뒤로 미뤄진다. 결국 모든 리스크가 입주시점에 터진다.

이미 입주시점에도 돈이 없어 돌려막고 있는 사업장이 늘고 있다.

이유인 즉 분양대금을 관리하는 신탁사가 금융권에 갚아야 할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상환을 위해 분양대금을 통제하기 때문이다.

건설사는 준공을 위해 PF연기 또는 기업어음(ABCP)을 발생해야 한다. 이때 추가이자가 발생하며 순손실로 기록된다.

최근에는 건설사들의 위기를 직감한 금융권이 강도 높은 돈줄 막기에 나섰다. 제1금융권의 N사 등은 PF 연장에 절대 불가한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이들은 담보인 주택이 확보되어 있고 자금상환 계획을 아무리 잘 세운다 하더라도 원칙적으로 ‘연장불가’를 고수한다.

한 신탁사 관계자는 “입주시점에서의 미입주, 해약, 미분양 등이 건설사들을 압박하고 있다”며 “일부 발빠른 건설사들은 계약자들로 인한 입주시점에서의 금융 리스크(대위변제 청구)를 줄이기 위해 계약자를 대상으로한 중도금 대출보증도 서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김포한강신도시를 시작으로 하반기 청라와 송도 등에서 수천가구에 달하는 입주가 시작된다.

그러나 청라에서 시작된 입주예정자들의 불만은 불을 보듯 입주연기와 잔금연체로 이어질 전망이며, 한편으로는 건설사의 숨통을 조이게 된다.

정부와 금융당국도 부실로 확정된 PF 이외에는 이같은 실태를 모르고 있다.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건설업계, 제2의 사회적 사태가 되기 전에 막아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