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년 칼럼] 감리, 숲을 보시오!
[김광년 칼럼] 감리, 숲을 보시오!
  • 김광년 기자
  • 승인 2011.07.11 09: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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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 편집국장


감리와 CM, CM과 감리...

무슨 웬수지간도 아니고 무슨 말들이 그렇게 많은지 도무지 근거를 알 수 없다.

그 동안 CM이라는 제도가 본래 취지와는 다르게 국내 시장에서는 비정상적인 성장을 해 온 것은 사실이다. 선진 건설관리 기법으로 인정받고 있는 건설사업관리 제도가 한국 건설시장에 건너 와 정착하다 보니 규제 위주의 건산법과 건기법 자체에서 결국 법이 산업을 끌고 왔다.

이러한 제도적 운영이 건설산업의 창의성과 자율경쟁 시장체제에서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되며 구조적 모순으로 자리잡게 된 오늘날의 결과를 낳았다고 감히 지적하고 싶다.

이것은 절대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다.

모든 산업은 시장기능에 맡겨져야 한다. 즉 정부가 나서, 또는 제도가 산업을 이끌고 가려는 의도가 잘못됐다는 것이다.

조선, 전자산업의 경우 세계 최고의 산업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들 산업에는 규제와 일률적인 정책방향이 없다.

산업계 스스로 기술개발을 통해 오늘날 세계 최고의 기술력, 글로벌 경쟁력에서 앞서가고 있다는 사실을 대한민국 건설산업은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 건설산업의 핵심기술, 즉 소프트한 엔지니어링 분야에서는 더욱 답답하다.

CM이나 감리나 그게 그거 아니냐며 무지의 한계를 드러내는가 하면 양 단체가 통합해야 하는 이유를 업무와 참여주체가 유사하다며 통합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모습은 정말 아니다. 억지춘향도 정도껏 해야지 삼척동자가 웃을 일이다. 

특히 이러한 주장이 국책연구기관에서 연구한 결과라 하니 정말 기가 막힌다.

아무리 용역 의뢰자와 수행자의 입장이 있기로서니  말도 안 되는 논리로 CM과 감리를 모독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어찌 업무범위가 유사한가?

감리는 무엇이며 CM은 무엇인가! 기본부터 배워야 할 필요가 있는 거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

더욱 더 웃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이러한 보고서가 ‘책임감리제도 시행 성과 및 중장기 발전방향’ 이란 거창한 제목으로 발표했다는 행위다.

아무리 돈 주고 돈 먹기라지만 앞으로는 연구과제의 성격도 신중히 검토해봐야 할 문제인듯 싶다. 

그동안 15년 넘게 시행해 온 감리제도인데 품질이나 안전관리 측면에서 향상된 것은 당연한 이치이며 결과다.

따라서 설계와 시공기술이 선진화된 현실속에서 갈수록 경제적 손실이 작고 안전사고 발생율이 줄어드는 것이 감리제도의 효과라고 하기엔 설득력이 없다.

과연 감리가 얼마만큼의 기술개발을 유도했으며 현장에서 기존 방식과 비교, 기능과 성능,그리고 공사비 절감 차원에서 어느정도 기술력을 발휘했는지가 다뤄졌어야 한다. 물론 감리가 지난 15년 동안 부실공사 방지에 기여한 점은 인정한다.

시방서대로 제대로 시공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역할이 감리다. 바로 그것이 주임무이며 더 이상, 더 이하도 아니다.

그런데 무슨 CM과 별 다른 게 없다고 큰소릴 치는지 지나가는 애가 웃을 일이다. 이러니 대다수 엔지니어링 업계에 근무하는 기술자들이 한 목소리로 질타하는 것이다.

“협회가 회원사의 미래 발전방향에 대해 연구하고 지적하는 건 바람직한데 이번 연구용역은 아무런 내용이 없는 것 아니냐” 며 뻔한 얘기를 거액을 들여가며 뭐 거창하게 보고서를 낸다는 자체에 회원사들의 불만이 크다고 비난했다.

또 책임감리의 글로벌화는 무엇을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

국내 책임감리제도는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국내 시장에서 갖고 있는 제도인데 어떻게 글로벌화 하자는 것인지 묻고 싶다.

궁색한 변명으로 시장의 혼선을 초래할 게 아니라 양보할 것은 과감히 양보할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보고서 결론에서는 감리협회와 CM협회가 통합해서 ‘한국건설관리협회’로 변경해서 거듭나야 한다고 제안했는데 정말 답답하다.

현재 한국CM협회의 명칭은 약칭이고 정확히 말하면 한국건설관리협회다.

알고나 있는지, 알면서 모르는 척 하는 건지 도무지 무아지경을 헤매는 사람들이 이 땅에 존재하는 한 건설엔지니어링의 발전은 요원하다.

등잔 밑도 못 보고 어찌 먼 미래를 보겠는가.

진정 감리와 CM이 한 시장을 형성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다면 관련업계 간 진정성을 갖고 미래 관련업계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총의를 모아야 함이 마땅한 행동이라 판단된다. 
knk@cdail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