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시대 독립된 분쟁 중재기구로 거듭나야"
"글로벌시대 독립된 분쟁 중재기구로 거듭나야"
  • 국토일보
  • 승인 2008.07.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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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 곽 순 만 성민대 건설법무대학원 교수 / 본보 논설위원


흔히 ‘건설은 생래적으로 분쟁을 안고 태어난다’는 말을 한다. 이는 ‘아무런 분쟁 없이 건설행위가 종료되는 경우는 없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그렇다면 건설에 있어 분쟁은 필연적인 것으로 인정, 분쟁을 어떤 방법으로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거나 능률적인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주지하다시피 일반적으로 분쟁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첫째는 분쟁당사자간 (일반적으로 ‘합의’라는 말로 사용하는) ‘화해’에 의한 분쟁해결방법이 있고, 둘째는 국가기관인 법원을 통해 해결하는 ‘소송’을 통한 해결방법이 있으며 세 번째는 위 두 가지 방법이외의 해결방법 일컬어 소송 외 분쟁해결이라는 ‘ADR(Alternative Dispute Resolution) 제도’가 있는 바, 이 글에서는 위 세 번째 분쟁해결방법인 ’ADR제도‘에 대해 그 실태와 발전방향을 짚어본다. 


‘ADR제도’는 일반적으로 ①관계분야의 전문지식이 풍부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 ②소송보다 절차진행이 비교적 신속하고 ③비용 또한 경제적일 뿐만 아니라 ④절차진행이 비공개적이어서 기업비밀이나 프라이버시가 보호되는 장점을 가진 분쟁해결 수단이다.


한편 ‘ADR제도’는 ①충분한 절차보장과 사실관계의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자칫 사실이 왜곡된 판단결과를 낳을 수 있고 ②중재에는 상소절차가 없기 때문에 잘못된 판단이 내려질 경우 돌이킬 수 없는 위험을 당사자가 부담해야 하며 ③또 중재에서는 중재인이 당사자의 선택에 의해 선임되는 까닭에 대리인 의식이 작용해 공정한 판단을 해할 단점을 가진 분쟁해결 수단이라고도 말 할 수 있는 양날의 칼과 같은 제도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ADR제도’로 일반적으로 좁은 의미에서 조정.중재.알선제도를, 넓은 의미에서 각종의 행정기관에 민원을 제기하거나 당해 행정기관에 의한 조정이나 심판까지를 포함하여 생각하는 바, 이하에서는 위 여러 종류 중 ‘중재’제도를 중심으로 살피고자 한다.    

 

우리나라는 대한상사중재원이 설립된 같은 해 1966년 중재법(법률 제1767호)을 제정, 이에 터 잡아 중재 신청에서부터 중재 판정에 이르기까지의 제반절차를 상세히 규정하고 있는 중재규칙에 의거, 중재제도 전반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의 중재제도의 이용은 전부 기관중재(Institution Arbitration)로써 영국이나 프랑스, 독일 등에서 이용되고 있는 임의중재(Ad Hoc Arbitration)는 이용되지 않고 있으며, 현재 우리나라의 유일한 상설 법정 중재기관으로서 대한상사중재원을 두고 있고, 그리고 이를 이용하고 있는 당사자들은 정부나 공공기관, 기업과 개인 등이다.    


문제는 중재제도의 여러 장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제도가 활성화 되지 못하는 데는 많은 문제점이 노정됐음에도 시정되지 않고 문제점을 안은 채 그대로 계속해 제도가 운영되는 까닭인 바, 크게 위 문제점을 지적하면 다음과 같이 볼 수 있다.


첫째, 정부산하기관으로 운영되는 점이다. 위 살핀바와 같이 우리나라의 유일한 법정의 중재상설기관은 대한상사중재원 뿐인 바, 그렇다면 당해 기관은 다른 어떤 정부산하기관 보다 분쟁해결기구로서 위상에 걸 맞는 기관운영의 객관성과 공정성은 물론 전문성과 신뢰성이 담보 돼야 하며 그렇지 않은 경우 중재제도의 기능은 무색케 될 것이며 기관은 독단과 간섭이 작용하게 되어 이는 결국 지탄받는 유명무실한 기구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둘째, 단편적인 관계분야 전문가에 의해 판단되는 점인 바, 분쟁이 발생한 당해 사건 분야에 대해 전문지식만을 가진 전문가에 의해 판단 된 결과는 만능인가하는 점이다. 주지하다시피 건설분쟁은 법과 사실이 뒤엉켜 복합적인 양태로 발생하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다.


따라서 법이나 사실 어느 한 분야만에 대하여 전문적인 지식이나 경험이 있다고 해도 입체적인 분쟁해결의 결과를 도출할 수 없다는 한계에 이른다. 따라서 이 점에서 관계분야의 전문가에 의한 판단이 허울에 불과할 수 있는 문제점이 있게 된다.


셋째, 일반국민의 편협된 법 의식이다. 일반적으로 일반 국민들은 법원에 의한 판결로만이 분쟁해결의 끝이라고 생각하는 인식이 보편화돼 있다. 이는 물론 헌법상 신분이 보장된 법관에 의한 판단만이 올바른 판단일 것이라는 인식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도 있겠으나 무의식적으로 분쟁은 곧 법원이라는 등식의 인식이 자리 잡고 있는 까닭이다.


그렇다면 ‘ADR제도’ 위와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고 발전할 수 있는 방향은 무엇인가.


첫째, 다양한 중재제도의 필요이다. 위 살핀바와 같이 우리나라의 중재 이용은 기관중재로써 임의중재 사례는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실질적인 분쟁해결을 위해서는 유럽과 같은 임의중재를 활성화 할 필요가 있는 바,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한 임의중재의 운영이 필요하다.


둘째, 이론과 실무가 겸비된 전문가에 의한 판단이다. 법관은 법률 전문가이지 기술의 전문가가 아니며 각 분야의 오랜 경험을 가진 사람은 해당분야의 기술 전문가이지 법률전문가가 아니다.

 

따라서 이 두 분야를 겸비한 사람이 곧 당해분쟁의 적임 전문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이론과 실제(경험)를 겸비한 전문가에 의하여 판단될 때 분쟁의 실체적 접근이 가능하며, 당해 분쟁 당사자 또한 결과에 승복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셋째, 대한상사중재원의 위상제고다.


현재 우리나라의 유일한 법정의 중재상설기관인 대한상사중재원이 정부산하기관인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대한상사중재원이 분쟁해결기구인 점을 직시할 때 정부산하기관으로서보다는 독립된 분쟁해결 기구로 그 위상을 제고함이 필요하다. 그렇게 될 때 분쟁사건 판단결과의 객관성과 공정성 및 신뢰성이 확보되는 까닭이다.


더욱이 지금은 글로벌시대다. 앞으로 국제중재가 활성화 될 것을 대비하면 더 더욱 기구의 독립과 전문화된 인사의 배치가 중요하다.  


넷째, 통일되고 조직화된 제도의 운용이다. ADR제도의 종류가 많고 다양하다는 점이 당사자에게 일면 유익한 면이 없지 않아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러나 제도의 각 기구 간 통일되지 않고 산만하게 운용돼서는 오히려 이 제도를 이용하는 당사자나 기구 상호간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는 위험도 고려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이를 보완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제도의 각 기구간 상호유기적인 연계와 통일되고 조직화된 제도운영의 묘가 필요하다.

 

이를위해 당해 분쟁분야에서 실질적으로 이론과 실무가 겸비된 전문가 집단이 운영하는 콘트롤타워 기능을 하는 핵심적이고 중심적인 기구가 있고, 여기서 분쟁해결 기능을 하는 각 제반 분쟁해결기구 간 유기적인 연계를 도모하고 기구간 통일된 기준을 제시하고 이를 조직화 시키는 방법으로의 운용이 주효하리라 본다.


건설분쟁을 예로 들면, 건설분쟁만을 중점적이고 전문적으로 다루는 가칭 중앙 ‘건설분쟁 중재원’과 같은 명실상부한 전문가 집단이 운용하는 분쟁해결기구를 두고 그 산하에는 각 지부를 설치, 분쟁해결의 전문성과 효율성 및 통일성을 꾀하는 식의 제도운용이 필요하다.  

 

이상에서 ADR제도의 일반을 살피고, ADR제도의 한 종류인 중재제도를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위 살핀바와 같이 ADR제도 특히 중재는 그 자체만으로 볼 때 필요하고도 유익한 제도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비록 많은 장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있게 마련인 바, 근본적인 문제는 제도운영의 방법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우리가 간과해서는 않될 것은 제도운영은 어느 한가지의 처방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즉 단순히 제도운영이라고 해서 운영의 방법이나 수단만을 단편적으로 바꿔 보는 정도의 방법은 전혀 문제해결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


제도전반에 관한 입체적인 분석을 토대로 각 개별적인 문제에 접근, 이를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고도 중요하다. 또한 이제 시대는 글로벌 시대다. 사건의 분쟁해결이 지엽적인 국내 우리의 문제만으로 치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국제화된 ‘글로벌스탠다드’가 필요하고 국제적인 감각과 실질적으로 전문화된 인력에 의한 제도운영 또한 필요하다는 점, 잊어서는 않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