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아파트 '디스포저' 의무화 신중해야
서울시, 아파트 '디스포저' 의무화 신중해야
  • 강완협 기자
  • 승인 2008.07.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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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지난 16일 앞으로 신축되는 아파트 가구마다 주방용 음식물쓰레기 분쇄기(일명 '디스포저') 설치를 의무화한다고 발표했다.

 

디스포저는 주방에서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를 갈아서 하수도로 그냥 흘려보내는 장치로 우리나라에서는 90년대 중반 사용여부를 놓고 논란이 된 적이 있다.

 

당시 환경부는 수질오염의 원인이 된다며 '95년부터 판매와 사용을 금지시켰다. 따라서 현행 환경부의 '하수도법'에 따르면 디스포저 사용은 위법이다. 그러나 일부 폐기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디스포저 사용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사실 현재 음식물쓰레기 처리는 사회적인 골칫거리다. 2005년 음식물쓰레기 직매립이 금지됐고, 오는 2013년부터는 폐기물의 해양투기마저 금지됨에 따라 음식물쓰레기 처리는 '발등의 불'인 셈.

 

서울시의 이번 디스포저 허용은 음식물쓰레기 처리문제로 고민하는 다른 지자체들에게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그러나 서울시가 디스포저 사용으로 인한 환경문제를 생각한다면 조금 성급했다는 생각이 든다.

 

서울시는 미국, 캐나다, 영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 보편화되고 있다는 이유와 함께 냄새나는 음식물쓰레기를 들고 밖으로 나가지 않고 처리할 수 있다는 장점을 들어 디스포저 사용을 허용했다.

 

그러나 디스포저 사용으로 인한 폐해도 만만치 않다.

 

우선 환경부가 추진하고 있는 음식물감량화 정책에 반할 뿐만 아니라 그동안 많은 예산을 들여 설치한 음식물쓰레기 재활용시설이 무용지물이 될 우려가 있다. 또한 전국의 하수관거 정비사업이 끝나지 않은 시점에서 음식물쓰레기가 그냥 하수관로를 따라 배출되면 하수관 사고와 함께 수질오염의 우려가 크다. 초고유가 시대에 분쇄기 사용으로 필요없는 에너지 사용이 늘어나는 것도 간과할 수 없다.

 

아울러 부주의시 분쇄기로 인한 손가락 절단 등 안전사고 피해도 우려된다. 실제 일본 등 분쇄기를 허용하고 있는 나라들도 각종 안전사고로 가정에서의 사용이 줄어들고 있다.

 

음식물쓰레기를 봉투에 담아 밖으로 나가서 처리하는 현실에서 디스포저 사용이 주부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서울시가 허용이전에 우려되는 문제들을 해소할 수 있도록 정부 관련부처와 충분히 협의를 거친 후 사용여부를 결정해야 했다는 아쉬움이 있다.

 

kwh@cdail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