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lling의 시대 사고에서 벗어나라
selling의 시대 사고에서 벗어나라
  • 국토일보
  • 승인 2011.05.13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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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한 칼럼] 경제평론 칼럼리스트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100위권 기업 가운데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를 신청한 건설사는 모두 29개사에 이른다.

작년말 시공능력 49위인 동일토건이 주택경기 침체에 발목을 잡혀 작년 말 워크아웃을 신청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 2월 워크아웃이 진행되던 월드건설(73위)이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효성그룹 자회사인 진흥기업(43위)이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3월 들어 시공능력 47위의 LIG건설이 8천900억원대 규모의 PF 대출을 감당하지 못하고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 외에도 남광토건, 경남기업, 한일건설, 이수건설, 대우자동차판매 건설부문 등이 잇따라 자금난을 겪으며 워크아웃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한솔건설과 월드건설이 법정관리 신청을 했다.

이러한 현상은 건실한 기업으로 알려졌던 국내 최초의 토목건축공사 면허를 취득한 63년 전통의 중견 건설업체인 삼부토건과 보수적이고 안정된 경영으로 17년 연속 흑자를 자랑한 견실한 회사로 정평이 나 있었던 동양종합건설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이어졌다.

대부분의 건설업체는 건설업 불황의 원인을 외부적 요인에서 찾는다. 정부 탓으로 돌린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집을 지어도 팔리지 않으니 자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건설업체들이 어려워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것은 변명에 불과하다. 무한경쟁시대에 지어놓기만 하면 아파트가 팔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바보들이나 하는 짓이다.

오늘날은 ‘selling의 시대’가 아니다.
‘marketing의 시대’, '프로슈머(prosumer)의 시대'이다. 만들기만 하면 팔리던 ‘판매의 시대’, ‘마케팅의 시대’에서 벗어나 지금은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개발단계에서부터 채택해야 하는 앨빈 토플러가 말한 ‘프로슈머의 시대’에 와 있다.

그러나 우리 건설인들은 여전히 ‘selling의 시대적 사고’에 젖어있다. 다중을 상대로 하는 주택사업은 이제 한계에 와 있다. 선택적 수요층을 대상으로 한 부동산 개발만이 성공을 담보할 수 있다.

지난해부터 몰아친 건설업계의 연쇄 부도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2011년 국가 예산과 주변 여건을 살펴봐도 2011년의 건설경기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공공부문의 2011년 SOC예산은 전년비 3.2%(8천억원) 감소했다. 4대강 사업 예산인 3조2,800억원을 제외하면 2011년 정부 SOC예산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이전인 2008년 예산 규모와 비슷하다. 특히 교통분야 SOC예산 중에서는 철도분야만이 유일하게 예산이 늘었을 뿐 신규 도로사업 예산이 전무하다.

공공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지자체와 공기업의 사정도 마찬가지이다. 지자체는 국비 지원을 요청한 사업들이 2011년 정부 SOC예산에 아예 반영되지 않았거나 대폭 삭감되었다. 더구나 2010년 지자체 재정자립도가 10년래 최악 수준이었음을 감안할 때 지자체의 2011년 신규 공사 발주 축소는 당연한 일이다.

2011년의 주택시장 부진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공공에서 공급하는 택지의 경우 2008년부터 시작된 택지 미분양 현상이 아직까지 지속되고 있으며, 2010년 상반기에는 LH공사에서 ‘토지 리턴제’라는 대책을 들고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공공택지 미분양 현상은 여전하다. 심지어 강남 보금자리택지지구 내 민간분양 택지에서도 분양이 다 이뤄지지 못했다. 민간 택지 확보 실적은 더욱 심각하다.

2010년 아파트 미입주 물량 증가와 공공 수주 감소로 건설사의 유동성 압박이 심한 상황이고, 금융권에서 PF대출을 극도로 꺼리고 있어 민간 택지확보는 매우 침체된 상태다.

건설업 주변의 부정적인 현실을 외면하고 낙관만 하고 있다. 정부가 건설경기 부양책을 내놓으면 건설시장은 살아날 것으로 막연한 기대감에 안주해 있었다. 양도소득세 인하와 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 제도적인 요인으로 그 원인을 찾는다. 그러나 분양가 상한제 폐지가 되어도 건설경기는 살아나지 않는다.

시장예측을 못하는 건설업계의 근시안적인 사고가 결국 침몰 위기를 자초했다. 건설업계의 시장 예측 실패의 책임이 오늘날 모든 건설업체가 그 부담으로 안고 있다. 2000년대 초반 부동산 경기가 과열되면서 너도나도 아파트 건설에 앞장섰던 업체들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분양 적체로 자금 회수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벌려놓은 PF 사업을 착공조차 하지 못해 속속 무너지고 있다.

무리한 사업확장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 그 원인이다. 시장의 흐름을 예견하고, 미래를 개척해 나가지 못한다면 살아남은 다른 건설업체도 동일한 길을 걸을 것이 자명한 일이다.

프로젝트 파이낸싱이 되지 않는다면, 다음 단계로 도약하지 못한다. 다시 말하면 건설업계 스스로가 일어서기 위해서라도 지금과 같은 프로젝트 파이낸싱이 아닌 새로운 방법의 자금조달방법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된다.

정부가 왜 민간기업의 사업 부양까지 책임져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