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강기 화재안전 대책 마련 시급
승강기 화재안전 대책 마련 시급
  • 국토일보
  • 승인 2011.04.25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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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기고] 김 남 덕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장

승강기 화재안전 대책 마련 시급


불이난 건물 승강기에서 사람이 숨졌다.

얼마전 경기도 김포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나 4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는데 유일한 사망자는 승강기에 타고 있던 사람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불이나자 집안에 있던 사람들은 신속하게 대피했지만, 승강기에 탔던 40대 남성은 연기에 질식사 했다. 일반적으로 불이 나면 승강기 문이 자동으로 열리거나 정전으로 갇힐 가능성이 높은 데다 승강기 통로 자체가 굴뚝 역할을 하기 때문에 승강기 내부는 유독 매연이 가득한 가스실로 변할 수 있다.
화재 시 무심코 승강기를 탔다가는 질식할 수 있다.

게다가 화재가 발생하면 건물이나 아파트에 경보가 울리면서 승강기 운행이 일시 중단되기 때문에 부름버튼을 누른다고 해도 승강기는 말을 듣지 않게 된다.
조금 빨리 빠져나갈 수 있다는 생각에 승강기 버튼을 누르는 것은 시간낭비다.

그렇다면 비상용 승강기는 어떨까? 이 경우에도 평상시에는 일반용 승강기와 같이 운행되긴 하지만 불이 났을 때는 소방용으로 전환된다. 따라서 화재가 발생하면 경보와 함께 사람들이 승강기의 부름버튼을 누른다고 해도 전혀 말을 듣지 않게 되므로 사실상 일반인들은 이용할 수 없게 된다.

물론 급박할 땐 구조용으로 사용될 수도 있겠지만 화재 시에는 부름 버튼에 응답을 하지 않기 때문에 비상용 승강기를 기다리는 것은 위기상황에서는 위험을 키우는 일이다.

현재 법에는 건물의 높이가 6층 이상이거나 연면적인 2천㎡ 이상일 경우 승강기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또 건축물의 높이가 31m를 넘으면 일반승강기 이외에 비상용 승강기를 별도로 설치해야 한다.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아파트)의 경우에는 10층 이상이면 비상용 승강기를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행 건축법상에는 비상용 승강기에 대해 연기유입 차단시설과 전기가 끊어져도 피난과 소방대의 활동을 위한 조명시설을 갖추도록 하고 있지만, 화재가 발생하면 지금과 같은 건축물 구조로는 근본적으로 연기유입을 막을 수는 없다는 맹점은 여전히 존재한다.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도시화가 가속화 되면서 건축물의 형태가 대형화 또는 고층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말은 화재가 났을 때 건물내부에 있는 사람들의 피난시간이 길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현재 국내 방재시설에 따른 건물설계는 화재안전성에 대한 검증이 부족한 상태에서 이뤄지고 있고, 성능적 피난설계 도입은 일부 분야에서만 추진되고 있어 피해를 키우고 있다고 지적한다.

또 승강로내 연기를 차단하는 장치나, 승강기를 이용한 피난에 대한 연구개발이 일부에서 진행되고는 있지만, 체계적인 접근은 아직 미흡한 실정이다.

화재시 피난시간의 지연이나 승강로의 굴뚝현상을 근본적으로 막지 못하고서는 승강기보다는 계단을 이용하는 게 현재로선 더욱 안전하다.

일반적으로 불이나면 건물에 있는 사람들이 승강기를 이용하게 되는데 건물이 고층 또는 대형화 되면서 이용자들도 상대적으로 증가하게 됐고, 사람들이 탈출할 수 있는 시간도 줄어들었다.

특히 지금처럼 건축물의 비대화는 건물내 사람들이 피난할 수 있는 시간확보가 어렵게 됐다.

이와 함께 승강기는 탑승자가 초과하게 되면 출입문이 닫히지 않을 위험성이 있는데다 멈추는 경우도 있다. 화재시 옥내 소화전과 ‘스프링클러(살수기)’ 등의 작동으로 승강통로로 소화수가 유입되면서 예민한 전자장비가 고장이 나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승강기는 자동차와 맞먹는 3만개 정도의 부품으로 구성돼 있어 물에 노출 될 경우 치명적일 수 있다.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지난해 화재로 총 1,891명의 사상자(사망 303명, 부상 1,588명)가 발생했고, 2,667억원의 피해가 났다. 하루 평균 114.7건의 화재가 발생한 셈이다.

2001년에 미국에서 발생한 9.11테러 당시 화재로 건물에 갇혀 있던 많은 사람들이 침착성을 잃지 않아 목숨을 건진 사례가 언론을 통해 보도된바 있다. 실제로 무너진 무역센터 맞은편 호텔에선 화재경보로 승강기가 멈춘 상태에서도 사람들이 허둥대는 모습은 없었고, 오히려 질서정연하게 대피를 기다렸다는 내용은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그러나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불이 난다면 많은 사람들이 이성을 찾아 행동하기란 쉽지 않을 게다. 급한 마음에 무턱대고 불이 난 건물에서 승강기를 이용할 경우 생명에 위협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화재시 승강기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개선돼야 할 점들이 있다.

먼저 불이 난 상황에서도 견딜 수 있는 내화 또는 내열성능의 확보와 함께 방사된 소화수가 승강로에 유입되는 것을 차단할 수 있는 차수(遮水)시설, 한꺼번에 피난자들이 몰릴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해 인원 초과시에도 대응할 수 있는 안전대책 마련, 피난자가 외부와 연락할 수 있는 통신시설에 대한 안정성 확보, 고층 및 대형화에 따른 피난층 확보, 승강기가 정지했을 때 카에 갇힌 피난자를 구출하기 위한 방안 등이 우선적으로 해결돼야 한다.

오늘날 승강기는 현대인들이 하루에 3분 이상 이용하는 이동시설로 자리했다. 이용자가 많은 만큼 화재시 승강기를 이용한 피난계획의 평가 및 검증과 피난자 수송능력의 확보, 승강기 안전확보 등 설비적이나 관리적 대책에 관한 기준이 하루빨리 마련돼야 한다.

일본의 경우 이미 오래전 ‘승강기를 이용한 피난계획수법 특별연구위원회’가 설치되어 철저하게 검토를 했고, 총무성소방청과 ‘일본건축설비 승강기센터’는 ‘승강기의 피난시 이용에 관한 검토위원회’를 설치해 활동한 점은 우리에게 귀띔하는 바가 크다.

이를 거울삼아 우리도 화재발생시 건물에 설치된 승강기 이용자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체계적이고 선진화된 대책이 마련돼야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