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流 동서남북] 봄 바람
[時流 동서남북] 봄 바람
  • 국토일보
  • 승인 2011.04.11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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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연 태 사장 / 혜원까치종합건축사사무소


일본지진에 의해 문제가 된 원자력발전소에서 방사능물질이 우리나라에 날아오는 걱정 때문에 요즘 온통 바람의 방향에 대해 말이 많다.

우리나라로 이 방사능물질이 날아온다면 아주 심각한 문제가 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기상학이 발달된 지금은 계절별 위도별로 바람의 방향이 모두 밝혀져 있고, 지금은 서풍이 부는 상황이기에 동쪽에 있는 일본에서, 서쪽에 있는 우리나라로 방사능물질이 날아올리가 없다고 발표가 됐었다.

사실 지구의 상층부는 편서풍이라 하여 계절과 상관없이 서쪽에서 동쪽으로 강한 바람이 불고 있다. 지구가 자전하면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그러다보니 항공기가 이동할 때 같은 거리를 가더라도 동쪽으로 가는 것 보다 서쪽으로 가는 것은 역풍을 맞기에 비행시간이 몇 시간씩 더 걸리는 것이다.

또한 늘 서쪽에서 바람이 불다보니 우리나라 기상의 영향은 서쪽인 중국 쪽의 영향을 받아 서쪽 하늘이 어두워지면 비가 내리는 징조로 보는 것이다.

그러나 하층부에는 바람의 방향이 계절마다, 또 공기압에 따라 수시로 바뀌게 돼 있다. 시시각각 변하는 공기의 압력에 따라 평형을 이루기 위해 공기압이 작은 곳으로 바람이 부는 것이다.

공기압의 차이가 심할 때는 강한 바람이 불게 되는데 흔히 기상학에서는 10분간의 평균 풍속이 초당 10 메타 이상 부는 것을 강풍이라고 부르고 있다.

하층부의 바람이 동쪽에서 불어오는 경우엔 동해바다에서 습기를 머금은 채 대관령을 넘게돼 결국 무거운 수분이 대관령을 넘지 못해 모두 비나 눈으로 내리고 넘다보니 수시로 영동엔 수해나 설해가 발생하게 되며, 따라서 서쪽인 영서지방은 습기가 없는 건조한 바람이 대관령을 넘어 산을 타고 아래로 내려오면서 100m 당 1℃씩 올라가는데 이는 우리가 잘 아는 높새바람(푄현상)이라 부르며 고온 건조해 농작물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비록 ‘여자의 마음과 봄바람 부는 방향은 알 수가 없다’고는 하지만 사실 바람의 방향은 매우 중요하다.

낚시를 할 때도 어느 쪽 바람이냐에 따라 조황이 다르고, 삼국지의 적벽대전에서는 제갈공명이 칠성단을 만들고 천지신명께 기도를 드려 일으킨 동남풍으로 조조의 백만 대군이 죽었다.

사실은 제갈공명이 기도로 동남풍을 일으킨 것은 아니었다. 계절에 따라 일정하게 부는 계절풍인 그 지방의 북풍도 그 무렵의 어느 하루 정도는 동남풍으로 바뀌는 것을 미리 알고 그 당시 최고의 재주꾼이었던 제갈공명은 바람 방향이 바뀌는 때를 기다렸을 뿐 많은 사람에게 기도로 바람 방향을 바꾼 것처럼 사기를 쳤던 것이다.

허긴 우리나라에서는 제갈공명이 칠성단에 올라 정성껏 기도를 하지 않아도 동남풍을 더 쉽게 만들 수 있었다.

전북 고창지방에서 불리던 과부노래에 보면 ‘서른 살 먹은 홀 과부가 / 눈물은 흘려서 한강수 되고 / 한숨은 쉬어서 동남풍 되네’라고 했으니 한 여인의 한숨만으로도 동남풍을 만들 수 있었나보다.

계절적으로 한국의 4계 중 겨울은 북쪽인 시베리아기단에 의한 영향을 받아 차가운 북풍이 불며 봄엔 서쪽인 황화유역 기단의 영향을 받게 돼 북쪽과 서쪽의 사이인 북서풍의 영향으로 황사의 발원지인 고비사막과 내몽골 지방의 모래사막에서 발생된 황사가 날아온다.

이 바람은 인체에 유해한 유해물질이 포함되어 있어 목이 따끔거리기도 하는 등 여러 가지 질환을 일으키기도 하며 차갑기 때문에 풍수에서도 가장 피하는 바람이기도 해 지관들이 사용하는 지남철(패철:佩鐵) 상에선 건방(乾方)에 해당해 살풍(殺風)이라고 부른다.

최근 뉴스에 보니 기상청장이 “연중 내내 서쪽에서 동쪽으로 도는 바람인 편서풍이 일본 원전사태 직후 한반도에 방사성 물질이 퍼지지 않게 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편서풍이 지구를 완전히 한 바퀴를 돈 이후에는 일정한 (방사성 물질을 이동시키는)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이래저래 바람의 방향이 참으로 어렵다. 북서풍이 불면 황사가 날아오고, 편서풍이면 지구를 한 바퀴 돌아 다시 우리나라로 오고, 과부가 한숨을 쉬면 동남풍이 지속돼 일본에서 직빵으로 날아오게 되니…

아무래도 ‘피풍여색(皮風女色:바람 피하기를 여색 피하 듯 하라)’이란 옛말이 그냥 생긴 게 아닌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