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한잔의 여유] 50대 엔지니어의 트위터 이야기
[茶 한잔의 여유] 50대 엔지니어의 트위터 이야기
  • 국토일보
  • 승인 2011.03.25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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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홍 현대건설 부장


트위터란 무엇인가? 140자 이내의 단문으로 서로를 팔로우(follow)하는 사람들이 생각을 소통하는 사회적인 네트워크 마당이다.

넷상으로 소통하는 방식이다 보니 트위터는 결국 변화에 발빠른 젊은 친구들이나 사용하는 소통하는 방힉이려니 생각했다. 그렇게 나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려니 싶었던 트위터는 현재, 묘한 마력으로 50대의 내 삶 속으로 지독하게 파고들고 있다.

내가 트위터를 시작한 것은 삶에 새로운 도전과 작은 변화를 줘 보자는 일상적인 계기가 전부였다. 그리고 팔로우한 친구들이 늘어나면서 나는 출근과 함께 밤 시간 동안 일어난 지구 곳곳의 이야기를 읽는다.

미국과 유럽에서 일어났던 미국 정가의 예산이야기, 미국에 고속철도를 반드시 깔아보겠다는 야심가의 이야기, CE가 개최한 신재생에너지 개발 경진대회에서 우승한 어떤 60대 미국 아저씨의 Solar Road 이야기, 그린 빌딩과 새로운 형태의 에너지 이야기들이 모두 손안에서 펼쳐진다.

그러다 간혹 마음이 이끌리는 이야기가 있으면 내 경험담에 비춘 댓글도 날린다.
트위터와 함께 동남아의 기후를 연상시키던 후텁지근한 여름이 저만치 물러나고 가을은 또 그렇게 내가슴에 와 버렸다.

기술연구소 뒤편으로 보이는 모과나무가 노란 열매를 주렁주렁 달고 있기에 며칠 전 출근길에는 내 얼굴처럼 생긴 두 녀석을 집어왔다.

그리고 아이폰으로 사진을 찍어 요즘 부쩍 기운없는 이야기를 올리고 있는 친구 녀석에게 선물로 보냈다.
내 트위터에 오른 탐스럽게 익은 모과사진이 어디까지 향긋한 모과향을 전달할 지 모르겠으나 주변 사람들에게 작은 웃음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

몇 달 전 회사의 배려로 아산병원에서 집사람과 함께 건강검진을 받았다.

검사결과 집사람의 양쪽 눈에 녹내장이 진행되고 있다는 좋지 않은 진단이 첨부돼 있었다. 퉁명스런 안과 의사가 남긴 한마디가 우리 부부의 속을 뒤집어 놓는다. “녹내장은 현대의학으론 치료가 안됩니다. 아무리 관리를 잘해도 20년 후에는 실명할 수 있어요.”

그렇지 않아도 50대에 들어서면서 갱년기 증상으로 받는 감정 상태를 유지하던 집사람이 다시 우울모드로 돌변했다.

그날부터 정밀진단을 받던 한달동안 같이 다니며 집사람에게 약속했다. “당신이 정말 일흔이 넘어 눈이 안 보이면 내가 손 꼭잡고 같이 다닐게….”

그날 밤 나는 트위터에서 Glaucoma(녹내장)라는 단어를 두꺼운 손가락으로 쳤다. 그 순간 미국의 국립안과센터 이야기, 녹내장 환자 생활지침, 300만이 넘는 미국의 환자들에 대한 정부의 관리방안까지 수많은 이야기들이 검색됐다.

25년을 함께해 오면서 아이들을 아주 잘 키워준, 같은 학번 아내의 고민을 해결해 줄 지침서를 마련한 나는 자신있게 말했다. “녹내장 환자는 물구나무서면 큰일 나요. 그리고 변비도 안 좋습니다. 마님.”

한바탕 소나기가 흩뿌린 뒤에 모습을 드러낸 파란 하늘처럼, 집사람도 한결 편안해진 맘으로 매일 밥 안약을 들고 내 옆에 눕는다. 그리고 안약을 넣으면서 나는 아내의 눈동자를 보며 말한다. 사랑해….

어떤 이는 트위터를 하는 행위를 줄여서 ‘트윗질’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트위터 안에는 서로를 격려하며 위안을 얻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소중한 마음이 모인다. 저건너 세상의 문화와 역사, 그들의 정서가 보인다. 우리 직원들의 고민과 열정과 사랑도 보인다.

새로운 역사를 맞는 현대건설, 우리의 미래를 이 작은 세상에서부터 찾아보고 싶다.

자 검지를 누를 준비 되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