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교량 ‘한국형 현수교’ 세계시장 제패한다
특수교량 ‘한국형 현수교’ 세계시장 제패한다
  • 이경운 기자
  • 승인 2011.03.24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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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역사의 현장을 가다] 대림산업 - 이순신 대교

대림산업이 시공하고 있는 국내 최대 세계 4위 규모의 초대형 현수교 이순신대교 전경.

국내 연륙교-연도교 건설 등 해상특수교량 시장 4조5천억

세계 4위 초대형 ‘이순신대교’ 건설… 특수교량기술 자립

주탑과 주탑 사이 ‘경간장’ 기술이 핵심… 블루오션 선점 

우리나라에서만 섬이 많은 남해와 서해지역을 중심으로 향후 10년간 10조원이 넘는 해상 특수교량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에서도 일본, 유럽, 북미 등 선진국에 이어 중국에서 발주가 이어지며 세계 최대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최근에는 동남아시아 등 개도국에서도 섬과 나라를 이어 왕래를 편리하게 하고 효율적인 물류체계를 완성하기 위해 해상 특수교량 발주가 지속되고 있다.

대한민국 건설산업의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해상 특수교량. 대림산업이 시공하고 있는 국내 최대, 세계 4위 규모의 초대형 현수교 이순신대교를 집중 조명한다. 

 

세계 4위 초대형 현수교

대림산업이 시공하고 있는 이순신대교는 여수산업단지 진입도로 4개 공사구간 중 3공구로, 국내 최대 세계 4위 규모의 초대형 현수교를 시공하는 프로젝트다.

‘하늘과 바다 사이의 평행선’, ‘철로 만든 하프’로 불리는 현수교는 교각이 적어 경제적이며 초 장대 교량을 건설 할 수 있다.

현수교는 주탑과 주탑을 케이블로 연결하고 케이블에서 수직으로 늘어뜨린 강선에 상판을 매다는 방식의 교량으로, 현존하는 교량 중 가장 긴 주경간장(주탑과 주탑 사이의 거리)을 확보할 수 있다.

해상 특수교량 분야에서도 시공 및 설계기술 난이도가 가장 높은 현수교는, 경간장을 길게 늘릴 수 있는 기술력 확보에 집중되고 있다.

교량이 설치 될 바다의 수심이 깊거나 점점 대형화되고 있어 선박의 통행을 자유롭게 하기 위해서는 주경간장을 길게 늘리는 것이 대안이기 때문이다.

주경간장이 길어질수록 주탑의 높이가 비례적으로 높아져야 하며, 바람과 같은 자연환경에도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에 장대교량 기술은 해상 특수교량 기술력을 평가하는 척도로 사용되고 있다.

세계 4위 규모로 시공되고 있는 이순신대교는 그 동안 국내에 건설된 다른 특수교량과는 규모나 기술력에 있어서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프로젝트로, 세계 토목학계가 수시로 현장을 방문할 만큼 비상한 관심을 가지며 지켜보고 있다.

 

이순신대교 ‘대역사의 위용’

이순신대교는 왕복 4차로, 총 다리 길이는 주탑 양쪽에 있는 측경간장 길이 715m(357.5m×2)를 포함해 총 2,260m에 이른다.

특히 주탑과 주탑 사이의 주경간장 길이는 무려 1,545m에 달해 일본의 아카시대교 1,991m, 중국 시호우먼교 1,650m, 덴마크의 그레이트 벨트교 1,624m에 이어 세계에서 4번째로 긴 현수교량에 해당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장대교량 중 주경간장 길이가 가장 긴 것은 광안대교의 현수교구간과 인천대교의 사장교구간으로 각각 500m와 800m다.

이순신대교 양쪽 주탑의 높이는 서울 남산(262m), 63빌딩(249m) 보다 높은 해발 270m로, 콘크리트 주탑으로는 세계 최고 높이로 시공됐다.

바다에서 상판까지의 높이는 최대 85m, 선박운항 가능 폭은 국내 최장인 1,310m로, 길이 440m의 1만8,000TEU(20피트 길이의 컨테이너 18,000개 선적)급 초대형 컨테이너 선박도 안정적으로 양방향 통항이 가능하다.

 

세계 6번째 시공, 기술자립

이순신대교는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6번째로 현수교 기술 완전 자립국이 되었음을 선언하는 프로젝트로, 설계에서부터 장비, 자재, 기술진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를 국산화해 시공하고 있다.

현수교 공사 중에서도 가장 핵심 공정이며 고도의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부분은 두 개의 주탑을 연결하는 케이블 가설 작업이다.

무게가 수 만 톤에 이르는 케이블을 주탑과 앵커리지(Anchorage)에 거치하는 작업은 대부분 공중에서 공정이 진행돼 케이블 설치전문 장비와 전문 운영기술자가 도맡아 작업해왔다.

대림산업은 공정의 100% 국산화를 위해 순수 국내 기술로 케이블 가설장비를 개발했다.

새롭게 개발한 케이블 가설장비는 성능과 운영 기술을 검증하기 위해 묘도 쪽 해상에 이순신대교를 축소한 370m 길이의 가교를 만들어 성공적인 테스트를 완료했다. 이 국산 케이블 가설장비는 오는 11월부터 실제 공사에 도입될 계획이다.

케이블 가설장비 국산화에 따라 이순신대교 프로젝트에서만 약 200억원 이상의 기술수입 대체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현수교는 완공이 되면 우수한 안정성을 가지게 되지만 공사 단계에서는 단계별, 위치별로 하중이 변해 안정성 검토를 위한 시공 단계별 구조계산 및 해석이 필수적이다.

즉 현수교는 시공을 진행하면서 설계를 검토해야 하는 컨스트럭션 엔지니어링(Construction Engineering)이 매우 중요하다.

그 동안은 경험과 기술이 풍부한 외국 기술진의 지휘와 감독 아래 공사를 진행해왔다. 하지만 이순신대교에는 대림산업의 박사 3명과 구조기술사 4명 등 해외 기술진으로부터 노하우를 전수받은 고급 기술인력들이 현장을 지휘하며 구조 계산과 해석을 진행하고 있다.

 

대림산업의 신기술·신공법

이순신대교는 공사 규모뿐만 아니라 건설 과정에서 각종 첨단 공법을 선보이며 대한민국의 뛰어난 토목 기술을 세계에 과시하고 있다.

이순신대교의 주탑은 하루에 2m씩 높이를 높여가는 ‘슬립 폼(Slip Form) 공법’으로 시공됐다.

‘슬립 폼 공법’은 콘크리트 거푸집을 탈착하지 않고 유압 잭을 이용해 거푸집을 자동 상승시켜 24시간 연속 콘크리트를 타설할 수 있는 기술로, 일반적인 공법에 비해 약 50% 정도 공기단축 효과가 있다.

이순신대교는 주탑 하부의 단면 폭과 두께가 상부로 갈수록 점점 축소되는 형상으로, ‘슬립 폼 공법’을 완벽하게 적용하기 위해서는 거푸집의 모양을 주탑의 높이에 따라 조정할 수 있는 형상관리 및 고도의 콘크리트 품질 관리가 필수적이다.

대림산업은 주탑 가설의 오차를 최소화하기 위해 레이저 및 위성GPS를 활용한 24시간 정밀측량을 실시해 ‘슬립 폼 공법’을 완벽하게 구현했다.

또한 각 주탑의 두 기둥 사이를 연결하는 2개의 가로보는 ‘헤비 리프팅(Heavy Lifting)공법’으로 시공했다.

길이 22m, 무게 1,400톤의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인 가로보를 육상에서 제작한 후 유압식 기계로 1시간에 4.5~5.5m씩 인양해 국내 최초로 270m 높이에 설치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대림산업은 이러한 신공법을 통해 이순신대교의 주탑 공정을 11개월 만에 마무리하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주탑 높이가 254m인 덴마크의 그레이트 벨트 교가 주탑 공정에 30개월, 238.5m 높이의 인천대교가 21개월이 걸린 점을 감안하면 이순신대교의 기록은 기적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이순신대교의 교량 상판은 강풍이 심하고 태풍이 자주 출몰하는 지리적 여건을 감안해 최첨단 선진기술로 평가 받고 있는 ‘트윈 박스 거더(TWIN BOX GIRDER)’가 국내 최초로 적용됐다.

‘트윈 박스 거더’는 유선형의 비행기 날개 모양으로 거더 중간에 바람 길을 튼 것으로, 일체형 거더에 비해 내풍 안정성은 약 65% 높은 반면 중량은 5% 가볍다.

 

이순신대교 개통 ‘파급효과’

전라남도가 발주한 총연장은 8.55km 총 사업비 1조413억원의 여수국가산업단지 진입도로 개설공사는, 지난 2007년 11월 착공에 들어가 오는 2012년 10월 준공을 앞두고 있다.

공사는 총 4개 공구로 분할돼 진행되고 있고, 사장교(1공구)와 현수교(3공구)가 각각 하나씩 포함돼 있는 해상 특수교량의 결정체로 평가 받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순신대교 건설에 따른 직접적인 경제효과가 생산유발 1조8,734억원, 부가가치유발 3,494억원, 고용창출 2만6,192명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 도로는 여수국가산업단지와 광양국가산업단지간의 원활한 물동량 수송, 물류비용 절감, 광양만권에 대한 설비투자여건 개선 및 서남해안 관광개발 여건 개선 등의 목적으로 계획됐다.

특히 2012년 여수에서 개최되는 국제박람회(Expo)의 주요 동선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엑스포 개최 전 임시개통을 목적으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도로가 완성되면 두 국가산업단지간의 이동거리가 60km에서 10km로, 이동시간은 80분에서 10분으로 단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