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세 1%에 대한 소고(小考)
재산세 1%에 대한 소고(小考)
  • 국토일보
  • 승인 2008.07.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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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 정 란 단국대 건축공학과 교수 / 단국대 부설 리모델링연구소장


우리나라의 재산세는 당초 미미한 수준이었다가 최근 몇 년 사이에 급격히 증가해 고가 주택에서 종합부동산세를 고려하면 주택가격의 1%에 육박하고 있고 향후에도 1.5% 또는 2.0%까지 부과하려 하고 있다.


이는 구미 선진국에서 부과하고 있는 재산세율에 맞추고자 하는 것으로, 복지사회를 지향하는 선진국의 문턱에 들어서고자 하는 우리나라로서는 부족한 세수를 확보하고 고가주택에 대하여 고율의 세금을 부과함으로써 고가주택의 가격을 떨어뜨려 수도권과 지방의 부동산 가격차를 좁히고자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생각된다.


필자는 그러한 노력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는 않으며, 선진국의 재산세율에 비추어 봐도 주택가격의 1%정도의 재산세가 과중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필자도 강남에 사는 사람으로서 지난 몇 년간 재산세를 부담하면서 느낀 몇 가지를 언급해 세정을 담당하는 분이나 정책을 입안하는 분들이 참고할 수 있었으면 한다.


첫 번째로 느끼는 느낌은 너무 갑자기 오른다는 것이다. 아무리 강남에 살든 어디에 살든 보통사람들의 수입은 그렇게 급격히 늘지 않는데, 세금은 매년 갑자기 늘어나 이를 감당하기가 너무 벅차다는 것이다. 세율과 함께 공시가의 현실화가 겹쳐지다 보니, 부담해야 할 세금이 당초 예상보다 급격히 늘어나고 천만원까지를 한꺼번에 납부해야 하므로 아직 집을 팔지 않은 상태에서 이를 마련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것이다.


두 번째로 갑자기 늘어난 세금이 과연 어디에 어떻게 쓰일까 하는 의문이다. 물론 부동산세의 일부는 부동산세가 적게 걷히는 곳으로 분배되고, 해당지자체에서 소모되는 것이라고는 알고 있으나 구체적인 용도가 궁금한 것이다.


우리나라와 사회시스템이 거의 비슷한 미국의 재산세(Property Tax)는 지역에 따라 세율이 1%에서 많게는 3%에 이르고 있으나, 그 세금은 주로 교육에 충당되고 있어 교육세(School Tax)라고도 불린다.


즉, 미국의 재산세는 해당 지방자치단체에서 유치원을 비롯해서 초등학교 1학년부터 12학년까지의 의무교육에 필요한 모든 비용을 충당하는데 쓰여지고 있는데, 학교를 짓고 교사들의 봉급을 지급할 뿐 아니라 저소득층 아이들에 대한 급식, 그리고 학생들의 집앞에서 학교까지 데려가고 데려오는 통학버스를 무료로 운행하는데에도 충당된다.


또한 학교 내에서 이루어지는 특별활동 비용과 장애아 들에 대한 특수교육 비용까지의 모든 교육비를 재산세로 충당하므로, 납세자들은 자신들이 낸 재산세가 바로 자기 아이들의 교육에 당장 쓰이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고율의 재산세를 기꺼이 납부하고 있는 것이다.


셋째로 은퇴 이후에 대한 걱정이다. 필자는 아직 정년퇴직까지 몇 년간의 시간이 있으나, 정년 후 연금만으로 생활하게 되면 납부해야 할 세금을 어떻게 마련해야 하나 하는 걱정을 지울 수가 없다.


정부에서는 은퇴 후 고가의 주택을 팔아 저가 주택으로 옮겨 부담해야할 재산세를 줄이라고 요구하는 것 같으나, 십 수년 전에 구입한 주택의 양도세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으며 향후 자꾸 저렴한 집으로 옮겨가야 하나 하는 강박감에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것을 느끼게 된다.


특히 매입가와 매도가의 차이에 부과하는 양도세는 '소득이 발생한 곳에 세금 있다'는 원칙에 따라 당연히 부담해야 하나, 이를 은퇴 후의 안정적인 생활에 활용하고 있는 미국의 예를 다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에서는 주택을 팔아 매입가와 매도가의 양도차액이 발생하더라도, 매도한 집주인이 매도가보다 높은 가격의 주택을 새로 구입하면 양도세를 유보하여 준다. 즉, 매도가보다 더 가격이 높은 주택을 구입하였기 때문에 실제로는 양도소득이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다만, 향후 어느 시점에서라도 매도가보다 매입가가 낮은 주택을 구입하면, 매도가와 매입가의 차액에 대하여 기본 면제액 50만불을 제외하고, 유보했던 양도세를 징수한다. 그리고 일생에 한번 양도세를 면제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한다.


따라서 젊었을 때 작은 집을 구입해 차츰 차츰 키워 나가면서 은퇴와 함께 작은 집을 마련하여 양도 차익을 얻고, 이 양도차익에 대한 면세혜택으로 은퇴 이후 안정적인 생활을 위한 자금을 마련하는 것이다. 따라서 거래는 활발히 이루어지고 일반인들은 은퇴자금을 마련하여 안정적인 노후를 설계할 수 있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얻게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재산세를 비롯한 모든 세금을 납세자가 기쁜 마음으로 기꺼이 낼 수 있도록, 납세자에게 세금을 낸 혜택을 바로 느낄 수 있는 현명한 제도 보완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