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 국면에 들어선 ‘집값 리스크’
위험 국면에 들어선 ‘집값 리스크’
  • 국토일보
  • 승인 2008.07.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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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로 인한 실질소득 감소와 대출금리 인상 여파 등으로 가계부문이 제때 빚을 갚지 못할 위험이 4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다는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한국은행이 국내 16개 은행의 여신업무 총괄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해 최근 발표한 ‘금융회사 대출행태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가계의 신용 위험지수 전망치는 25로 전 분기보다 무려 12포인트나 상승했다. 이는 가계의 신용위험이 높아질 것이라고 본 은행이 낮아질 것으로 본 은행보다 25%나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같은 조사 결과는 2004년 1분기 이후 4년여만의 최고치다. 물가 불안에 따른 실질소득 감소와 대출금리의 인상, 고용부진 등으로 가계의 채무 상환 능력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우려한 것이다. 한마디로 가계의 자금사정이 심상치 않다는 뜻이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영세한 경제주체부터 신용위험이 올라가기 마련이다. 시실 지금 대부분의 가계들은 물가 앙등으로 인해 실질소득은 떨어지는데 대출금리는 가파르게 오르고 있어 대출 원금은 물론 이자 갚기도 힘겨워하는 상황이다.


 물가 상승에 주택담보대출 금리마저 속등하는 이중고에 내몰렸기 때문이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가계의 경우 시중은행들로부터 부실 여신에 대한 회수 압박과 가산금리 인상이라는 2중3중의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형편이다.


 지금 우리나라의 전체 가계빚은 이미 640조원을 넘어선 상태이고 주택대출 잔액은 13개월 연속 증가세에 있다. 더구나 현재 가계 총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80%에 이르고 있고, 금융권 역시 부동산 담보대출 비중이 절대적 수준에 있다는 점에서 가계 신용위험의 증대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조심해서 다뤄 연착륙을 유도하지 못하면 경제 전체가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위기 국면을 맞고 있는 셈이다.


 한때 집값 상승을 주도했던 서울 강남의 고가 아파트들이 요즘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고, 미분양 주택이 쌓여만 가는 상황이 그래서 예사롭지 않다. 개인이나 금융회사들은 주택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할 경우 보유자산의 가치가 떨어지는 심각한 ‘집값 리스크’에 직면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처럼 심각한 위험변수가 도사려 있는 상황인데도 최근 오히려 ‘집값 리스크’는 현실화될 가능성이 더 커지는 징후와 경고가 잇달고 있으니 보통 심각한 게 아니다. 가계나 금융권 등의 해당 경제주체는 물론 정책 당국의 각별한 관심과 대응이 그래서 절실해지는 시점이다.


 이런 맥락에서 우선은 섬세하고 점진적인 거시정책의 조정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주문하고 싶다. 이미 공표한 거시정책의 전환, 즉 성장에서 안정으로 무게중심을 옮길 때 경제 전반에 충격을 주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다. 예컨대 물가를 잡기 위해선 금리 인상이 불가피할지 모른다. 하지만 가계 등의 이자부담이 갑작스레 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아울러 금융감독 당국은 지금 같은  시기에 금융회사들이 무차별적인 여신회수에 나서지 않도록 세심한 지도를 해 나가야 할 것이다. 최근 금융감독원장의 경고처럼 금융회사들의 쏠림 행태에 의한 갑작스런 신용경색은 경제 전체를 일시에 망가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우려는 최근 적지 않은 주택건설업체들이 미분양 사태로 엄청난 고통을 받고 있으면서도 정작 미분양 신고를  꺼리는 이면에 자칫 미분양이 많은 업체로 소문나 금융기관의 요주의 대상으로 지목돼 불이익을 받을 것을 더 우려하는 사례에서도 쉽게 감지된다.


 결국 앞으로 ‘집값 리스크’의 변수가 점진적 연착륙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신용경색을 동반한 경착륙으로 악화될지는 앞에서 지적한 정책적 대응 수단들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작동시키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미 국내외의 저명한 경제전문가들은 고유가에 이어 부동산 거품이 한국경제를 위협하는 가장 큰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너나 할 것 없이 각별히 신경을 쏟고 대응해 나가야할 심각한 국면임을 자각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