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후분양제와 타이밍
아파트 후분양제와 타이밍
  • 국토일보
  • 승인 2008.07.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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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토해양부가 시행된 지 채 1년도 되지 않은 아파트 후분양제를 유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 전망이다. 사연은 올해부터 공공택지에서 시행키로 한 후분양제가 경기전반의 침체로 공급자나 수요자 모두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개연성이 짙어 그 실효성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딜레마에 빠졌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강남 집값을 잠재울 변수로까지 꼽히고 있는 송파 신도시의 도시계획마저  확정이 늦어지면서 후분양제로는 주택공급 일정을 현실적으로 맞출 수 없는 암초에 부딪친 때문이다. 다시 말해 서울의 송파 신도시가 주택정책 선진화 방안으로 추진 해 온 ‘후분양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따지고 보면 송파 신도시에 포함된 남성대골프장의 이전 문제가 난관에 부딪치면서 ‘후분양제 유보’와  ‘선분양제 적용’ 방안을 촉발한 탓에 더욱 그렇다. ‘선분양’은 송파 신도시의 주택공급 일정을 맞추기 위해서도 불가피하다는 국토해양부의 설명에서 한층 선명하게 그 의도가 포착된다.


 그러나 선분양은 이미 정부가 공언해 온 주택정책의 근간을 훼손시킬 우려를 안고 있다는 점에서 그 반발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이미 경실련 등 시민단체들이 이 같은 정부의 움직임에 대해 ‘주택정책의 신뢰 상실’ 등을 주장하며 반발하고 있는 게 이런 단초라고 할 수 있다.


 사실 후분양제는 경제상황과 밀접한 관계를 가질 수밖에 없는 경직성을 지닌 제도이기도 하다. 돌이켜보면 공공주택 후분양제는 애초 작년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2006년에 집값이 급등하면서 1년이 늦춰진 것이다. 후분양제가 시행되면 주택 분양시기가 늦어지는 데 따라 공급이 지연돼 집값 불안을 더 야기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집값이라는 상황 변수가 민감하게 작용한 셈이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공공주택 후분양제가 도입돼 40%이상 공정이 끝난 뒤에 분양되도록 했지만 ‘상품을 보고서 구매하도록 하자’는 취지와는 거리가 먼 양상을 드러냈다. 예컨대 40%의 공정이 진행돼도 기초공사가 끝나고 골조가 올라가는 단계일 뿐이어서 상품의 윤곽조차 보이지 않는 허점을 드러낸 것이다.


 이처럼 애초 취지는 살리지 못하는 대신 입주자들이 분양대금을 단기간에 마련하도록 하는 부작용만 드러냈다. 계약부터  입주 때까지 통상 2년~2년6개월 정도 걸리지만 40% 공정이 끝난 뒤에 계약을 하게 되면 그만큼 분양대금 납부 기간이 짧아지게 된 것이다. 따라서 공정이 80%이상 끝난 이후에 분양해야 하는 2012부터는 불과 6개월새 분양대금 전액을 납부해야 하는 결과까지 빚게 된다.


 결국 애초 취지를 살리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하자 국토부로선 후분양제의 유보 방안을 심도 있게 검토하게 된 것이다. 특히 개발 계획 승인이 지연됨에 따라 내년 9월 첫 분양이 불투명해진 송파 신도시에서는 선분양을 통해 분양 시기가 늦어지는 것을 최소하려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기에 이른 것이다.


 사실 국가의 모든 정책은 설령 문제점이 있다하더라도 급격한 변화는 또 다른 문제점과 혼란을 야기할 우려가 있다. 특히 주택시장의 경우 가변적인 요소들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시장의 변화를 철저히 분석하고 시장의 충격을 최소화하는 지혜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지금 주택시장은 공급자나 수요자 모두가 최악의 여건에 놓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수요자들은 경기침체 속의 물가고에 가계 부채만 늘어나는 형편이고 주택건설업자들 역시 미분양 사태에 각종 자재값 폭등으로 부도 사태가 줄을 잇고 있는 형국이다. 한마디로 제도의 장단점을 거론하기 전에 이 제도 자체를 현실적으로 수용할 수 없는 한계 상황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물론 후분양제는 주택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수요자 중심’이라는 측면에서 언젠가는 전면 실시되어야 하는 제도이다. 그러나 현실의 수용태세가 워낙 취약하다는 점에서 그 적용 시기에 대한 유연한 대응이 요청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