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M으로 설계경쟁력 강화···세계시장 선도한다
BIM으로 설계경쟁력 강화···세계시장 선도한다
  • 이경운 기자
  • 승인 2008.06.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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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 시장 지각변동···3차원 솔루션 BIM이 대세

디자인이 경쟁력이다.

 

시공·설계·설비·엔지니어···가상공간서 실시설계

사용자 경험이 가장 중요, 전담인력 양성 시급

우수디자인, 친환경·에너지 설계에 용적율 혜택

 

편집자주

 

서울시는 6월 5일 공동주택 심의기준을 발표하고 성냥갑 아파트를 퇴출하겠다고 밝혔다.

 

이번에 발표는 향후 새로운 건축설계의 기준이 될 것으로, 공동주택의 디자인과 품질력 강화가 주된 내용이다.

 

특히 우수 디자인과 친환경·에너지 절약 설계에 각각 주어지는 10%와 5%의 용적율 혜택은, 분양가 전쟁을 치르는 건설사에게 희소식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기준으로 아파트가 실용성과 기능성을 겸비한 소비자 중심의 공간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제 획일적 구조에서 벗어나 개성이 넘치는 공동주택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러한 디자인 가점제는 설계 단계의 중요성이 무엇보다 강조된다.

 

본지는 설계의 새로운 장을 열게 될 BIM(빌딩정보모델링, Building Information Modeling)을 집중 조명한다.

 

 

선진 설계 솔루션 BIM이란

 

최근 건축물은 디자인, 에너지 등 효율을 강조하는 추세로 이는 설계시장의 지각변동을 예고한다.

 

이미 상징적 건축물과 대규모 건설 사업에는 3차원 설계, 즉 BIM이 적용되고 있다.

 

그간 국내 설계업계는 2차원 캐드에서 도면을 구성했다.

 

그 결과 건축, 구조, 기계설비, 전기 등 건축물 관련 설계 담당자들은 각각의 도면을 가지고 업무 단계별로 상호간 조정과 조율을 해야만 했다.

 

그러한 조율 과정에서 기본 설계와 실시설계의 차이가 발생하고, 설계변경과 공사기간 연기 등 불가피한 상황도 생겨났다.

 

BIM은 이러한 2차원 설계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키워드로 이미 세계적 설계회사들은 이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세계적 추세는 국내에서도 건설 산업의 발전과 도시환경 개선, 디자인 강화 등이 이슈로 떠오르며 한층 주목받고 있다.

 

BIM은 건축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가상공간에서 시각화한다.

 

건축설계사, 엔지니어, 시공사 등 공사 참여자들은 BIM이 만들어낸 하나의 가상공간 시뮬레이션에서 건축물에 관련된 정보를 공유하고 문제점을 확인해 수정할 수 있다.

 

즉 공사기간, 시공 과정의 문제점을 설계단계에서 해결하고 건축 과정의 작업 효율을 높일수 있는 것이다.

 

아울러 발주자의 요구가 설계에 충분히 반영될 수 있어 시공자와의 업무 조율에도 효과적이다. 물론 공사기간은 현저히 감소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건축물 설계와 공사과정의 특징은 BIM이 가지고 있는 우수성 중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BIM은 건축물이 완공된 후 주변 환경의 영향과 이에 따른 대처방법을 사전에 제시해준다.

 

예를 들면 일조량을 분석해 최적의 조명과 난방 시스템을 제시하고, 건설에 필요한 자재 등을 사전에 분석해 최대한 활용하게 해준다.

 

아울러 태풍, 지진 등 재해 상황도 사전 시뮬레이션 테스트를 통해 충분한 대비가 가능하다.

 

다만 국내 설계시장은 BIM 도입의 초기단계로 충분한 인력과 숙련된 활용능력이 준비되지 못했다.

 

그 결과 대형 건설사들의 프로젝트 설계에는 허울 좋은 해외설계 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해외 주요 BIM 설계 사례

 

최근 초고유가 시대를 맞이해 미국을 포함한 유럽, 두바이 등은 빌딩 건설과 유지에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된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를 대변이라도 하듯 미국 에너지국은 빌딩 건설과 유지에 미국 전체 전기의 65.2%가 소모되고, 탄소 배출량의 60%가 건축 환경에서 발생한다고 추정한다.

 

미국은 이러한 에너지 소모를 개선하기 위해 이미 4년 전부터 모든 공공발주를 BIM으로 진행하고 있고, 유럽과 노르웨이도 모든 건설 도면이 BIM으로 이뤄지고 있다.

 

해외에서 BIM이 적용된 사례는 미국 뉴욕의 ‘프리덤타워’와 중국의 ‘우한 블루스카이 프로토타입 프로젝트’가 괄목할 만하다.

 

먼저 미국 뉴욕의 프리덤타워는 2011년 완공 예정으로 지난 2001년 911테러로 사라진 월드트레이드센터 자리에 들어서는 기념비적 건물이다.

 

이 건물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빌딩으로 제작되고 있다.

 

건물에는 실제상황과 같은 가상실험을 진행해 불의의 재난이 발생하더라도 건물 내부의 사람들이 대피할 수 있는 최적의 동선이 구축돼 있다.

 

특히 공조 시스템에 생화학 필터가 사용돼 화재나 생화학무기 테러에도 유해가스를 차단할 수 있다

 

이러한 시스템이 프리덤 타워에 적용할 수 있었던 이유로는 설계에 사용된 BIM이 주요했다는 평이다.

 

또 중국의 우한 블루스카이 프로토타입 프로젝트는 12층 규모의 주상복합 단지로 여름에는 빗물이 그늘을 만들고, 겨울에는 햇빛을 유도하고 바람을 차단한다.

 

아울러 햇빛, 그늘, 바람의 방향을 분석해 자연환기 시스템 최적화와, 담수사용 최소화를 적용돼 에너지 효율이 매우 뛰어나다.

 

설계에 BIM을 활용한 우한 블루스카이는 토지사용 최소화를 실현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BIM은 최근 허리케인(카트리나) 발생으로 초토화된 미국 뉴올리언스 지역의 고밀도 주택혼합 프로젝트와 환경개선사업에 적용되고 있다.

 

 

국내 건설사의 BIM 적용

 

정부는 세종행정도시 등 대규모 국책건설 및 토목산업에 BIM 기법을 적용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국내 건설업계 중 선두주자들은 점차 설계에 BIM을 반영하기 시작했다.

 

삼성중공업 건설사업부의 ‘호림박물관’과 두산건설의 초고층 대형 주상복합 ‘두산 위브 제니스’ 등이 그것이다.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에 위치한 호림박물관은 5층 규모의 박물관 건물과 옆면이 3도쯤 기운 15층 사무건물 두 동이 유선형의 외부공간으로 이어져 있다.

 

설계 담당자는 “고미술품과 국보급 도자기가 전시되는 박물관 건물을 연꽃잎으로 형상화 했다”고 설명한다. 호림박물관은 강남 도산대로의 명물로 BIM의 국내 초기모델이다.

 

또 두산건설이 해운대 마린시티에 건설중인 ‘두산위브 더 제니스’는 주거시설 3개동과 상업시설 1개동 규모로, 주상복합으로는 아시아 최대인 80층 높이다.

 

지상 80층의 거실에서 남해의 푸른빛을 바라본다고 알려진 두산의 해운대 제니스에는 각종 건축신기술이 적용되었고, 그 밑바탕은 역시 BIM이다.

 

관련해 롯데건설은 14년 숙원사업인 잠실 제2롯데월드에 BIM을 적용할 예정이고, 부산 롯데월드 건설에도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롯데건설은 지난 4월 초고층 국제심포지엄에 참가해 초대형 대각가새 구조설계 및 3D 시공기술을 발표하는 등 기술력을 과시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잠실과 부산의 초고층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BIM 등 관련 기술개발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대림산업은 올 하반기에 ‘뚝섬 한숲 e-편한 세상’과 ‘파주 통일동산 레저타운’ 시공에 BIM을 시범적으로 접목시킬 예정이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이번 시범 사업을 바탕으로 향후 건물 설계 등에 BIM를 적용할 것”이라며, “복잡한 시공 과정에서 발생하는 공정 교착과 공기 지연 등의 상황을 미리 파악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그간 문제점이었던 공사의 각 분야별 의사소통 부재를 BIM을 통해 해결, 추가로 발생하는 비용과 시간을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국내 건설업계의 발빠른 대응을 BIM관련 국내 기술의 급성장으로 예고하기에는 현실적 문제가 크다.

 

 

BIM의 오해와 진실

 

 

세계적 설계회사들이 2차원 캐드를 뒤로하고 3차원 BIM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국내 설계업계도 자구책 강구에 고심했다.

 

BIM 관련 3차원 설계가 하루아침에 습득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는 현재 BIM 관련 기술의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시범사업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BIM을 설계에 반영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해외 업체의 사례와 비교해 볼 때 뒤늦은 감이 없지 않다.

 

설계 전문가들은 BIM을 프로그램 구입과 일정기간 교육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고 지적한다.

 

또 진화하는 기술이라고 설명할 수 있는 BIM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아이디어 개발과 설계변경에 대한 유연한 대응이 경험으로 축적되어야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특히 BIM은 사용하는 회사별로 설계자가 자체 스타일을 적용한 로드맵을 갖추고, 치밀한 기획을 필요로 하는 프로그램이다.

 

특히 기술적 노하우의 밑바탕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은 BIM 전담 인력육성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전 분야별로 국내 성공사례가 부족하고 건축 관련 공종별 기술전담 인력 확보도 시급한 실정이다.

 

그러한 예로 BIM 도입을 서두르고 있는 국내 건설업체의 경우, 설계팀 일부 직원에게 겨우 프로그램 사용 방법 정도만 교육시켰다고 한다.

 

설계관련 전문가는 “건설사, 설계사, 엔지니어 등이 공동으로 관련기술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며, “우선적으로 정부 등 발주처가 BIM을 설계에 적용하기 위한 정책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