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급등, 아직도 위기감이 없다
유가급등, 아직도 위기감이 없다
  • 국토일보
  • 승인 2008.06.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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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4일 국무회의에서 “유가가 150달러가 넘으면 우리도 비상체제에 들어가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면서 “총리실 주관으로 비상대책을 세워달라”는 주문을 했다. 국제유가 고공행진에 대한 급박한 위기감을 읽게 하는 발언인 셈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하면 ‘아직도 여유로운 정부’로 비판을 자초할 대목이기도 하다. 과연 150달러 선에 달해야 비상대책이 발동될 수 있다는 의미인지 갸우뚱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고유가 파고에 의해 이미 물류대란에 직면하는 등 경제 사회적으로 비상 국면을 맞고 있다. 대처 자체가 난망할 정도로 급등행진을 이어가는 바람에 피해 파장은 그야말로 일파만파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유가 급등의 원인들이 하나같이 우리가 어떻게 해 볼 수 없는 것들이란 사실이다. 그만큼 고유가 대책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의미인 셈이다. 그래서 더욱 위기감을 느껴야 하는 비상 국면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혹독한 시련을 동반하는 경기 침체 속의 물가고인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이 가시화하고 있는 양상이 무엇보다도 위기 상황임을 가장 극적으로 대변해 주고 있다. 이미 삼성경제연구소 등 연구기관들은 올 하반기의 경기 둔화 양상이 5년 만에 최대 폭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할 정도다.


 오죽했으면 남덕우 전 총리 등 원로들이 최근 시국선언을 통해 우리나라의 현 상황을 IMF 사태에 버금가는 것으로 진단했겠는가. 생산자 물가가 IMF 이래 처음으로 두 자릿수(11%)에 진입한 사실이 이런 단초들이다.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0월의 생산자 물가 11.7%이래 가장 높은 수준에 이른 것이다.


 역시 주범은 1년 새 2배나 오른 원유 가격이다. 우리 정부나 일부 국민들이 아직도 미망의 느슨함을 보이는 사이에 이미 ‘제3차 오일쇼크’는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다. 국제유가의 고공행진으로 세계경제가 이미 먹구름에 휩싸여 허우적거리고 있음이 이를 웅변한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일부 산유국조차 고유가에 대한 우려를 표명할 정도지만 이란 등 석유수출국기구(OPEC) 강경파들의 증산 반대로 하반기 유가 전망은 여전히 불안스럽기만 하다.


더구나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투자자본이 에너지자원으로 이동하면서 투기적인 요소까지 가미된 형국이라 ‘유가 200달러시대’란 충격적 관측까지 나올 정도로 오일쇼크의 파장은 심각하기만 하다.


 따라서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야말로 비상시국임을 절감해야하며 특히 경제적 충격의 최소화에 총력을 쏟아야 마땅한 시기인 것이다.


 물론 유가상승이 우리경제의 외생변수이다 보니 원론적이고 장기적일 수밖에 없는 대책의 한계를 지니게 되지만 그 속에서도 지혜로운 대책을 찾는 노력은 경주되어야 마땅하다. 이와 관련 유류세를 추가로 내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기도 하지만 최근의 유가 폭등세를 감안하면 세금을 통해 고유가 충격을 국내에서 흡수하기는 버거울 것으로 우리는 본다.


 오히려 현재 30%까지로 되어 있는 유류세에 대한 탄력세율의 최대한도를 확대하는 방안이 더 유효할 것으로 판단된다. 아울러 고유가 해법의 원천적인 한계를 보완하는 대책의 강구가 어떤 면에서는 가장 실효성 있을 것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이를테면 산업 활동에 가해지는 각종 규제의 해소내지 완화를 통해 기업 등 경제주체들의 경제활동에 유연성을 높여주는 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기업들은 지금 원자재 값 폭등이란 악재까지 덮쳐 보통 심각한 게 아니다. 건설업체들 만해도 이런 악재들로 부도가 속출하는 상황이다.


 얽혀있는 각종 규제만 완화해 줘도 이런 파고에 견딜 수 있는 내성을 기를 수 있다. 특히 직접적인 시장 개입을 의미하는 규제들만이라도 풀어 줌으로서 기업 활동의 유연성을 제고시켜 주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정부의 합리적인 규제 완화로 경제의 유연성을 제고하는 일이 유가급등의 파고를 극복하는 지름길이 되기를 기대해 마지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