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방치할 것인가
위기를 방치할 것인가
  • 국토일보
  • 승인 2008.06.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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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설사들이 미분양 주택에 대한 보완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지만 정부의 추가적인 대책은 당분간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우울한 소식이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에서의 시장 친화적인 부동산 정책도 구두선(口頭禪)에 그칠 공산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까지 예견된다.


 지난 19일 정종환 국토해양부장관은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강연을 통해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우선적인 조치를 취했다. 종부세 완화 등 내부 논의가 있긴 하지만  당분간 지방 미분양 추가대책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 장관은 또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하거나 보완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부작용이 많지만 어렵게 만든 정책인 만큼 쉽게 걷어 낼 수 없고 보완할 생각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마디로 ‘당분간 무(無)대책’이 대책인 셈이 된 것이다. 이미 보도된 사실이지만 이날도 대한주택건설협회는 위급한 상황임을 호소하기에 여념이 없어 대조적이었다. 사실 최근 발표된 정부의 미분양 대책은 형식논리의 성격이 짙었다는 점에서 당연히 실효성 있는 보완책이 나올 것으로 기대됐던 터라 우리 역시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예컨대 최근 대책은 우리도 본란을 통해 지적했다시피 전제 조건이 너무 많고 수도권 미분양 주택의 경우 적용 대상에서 아예 제외되는 등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맹점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었다.


 따라서 그 자체만으로도 보완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었고, 또 한편으론 분양시장의 극한적인 침체 상황을 타개해 나가기에도 워낙 미흡한 내용이었다는 점에서 추가적인 대책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던 것이다.


 그런데 막상 주무 장관으로부터 이런 답변이 돌아왔으니 아연해질 수밖에 없다. 거듭 지적하지만 주택건설업체들의 위급한 상황은 보통 심각한 게 아니다. 미분양 물량은 그야말로 사상 최대로 쌓여만 가는데 풀릴 기미는 보이지 않고 여기에 은행 차입금에 대한 대출만기는 돌아오는 급박한 국면이다.


 외환위기 때와 비슷한 상황이라는 하소연이 결코 빈말이 아니다. 실제로 미분양 주택은 외환위기 때보다도 많다. 정부에서도 이미 파악하고 있는 사실이다. 부도업체의 속출도 이미 통계 수치로 그 심각성이 입증되고 있고 있을 정도다.


 여기에다 최근에는 자재 값 폭등, 유류 값 폭등으로 원가 압박이 이만저만 아니다. 또 그 연장선상에서 화물연대 파업, 건설기계노조 파업의 대란이 덮치면서 공사 자체가 곳곳에서 중단돼는 사면초가의 사태에 직면해 있는 형편이다. 단순 계산만으로도 하루 평균 10개의 주택업체와 하도급 업체가 문을 닫고 있는 상황일 정도다.


 물론 따지고 들자면 미분양 문제는 일차적으로 수요예측을 잘못하고 무분별하게 사업을 확장한 주택업계의 잘못에 있다. 하지만 정부의 규제 정책이 한 몫을 한 것도 부인할 수 없다.


 때문에 미분양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주택건설업계와 정부가 모두 노력해야 마땅하다. 다만 지금의 상황에선 주택업계의 자구 노력이 한계선상을 달릴 뿐이라는 점에서 정부 차원의 화급한 지원을 요청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정부도 나름대로의 고민이 있을 줄 안다. 시장에서 요구하는 규제 완화를 다 들어 줄 경우 집값 급등이라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최근의 미분양 해소 대책은 최소한의 효과도 거두기 힘들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라는 점에서 주택의 구매수요를 어느 정도는 살릴 수 있는 대책의 보완이 필요한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주택 시장의 상황은 뭔가 금방 터질듯 한 위기변수들이 쌓여만 가는 형국이라 불안스럽기 짝이 없다. 건설업체만의 어려움도 심각한데 주택담보 대출금리의 상승에 의한 가계의 부담까지 가중되면서 자칫 국가경제의 위기 국면으로 치닫는 양상이기까지 하다.


 느슨한 정부의 대응에 대해 질타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맥락 때문이다. 더 이상 위기 상황을 방치하지 말라는 주문 역시 이런 배경 탓이다. 정책은 타이밍이 중요하다. 조속한 시일 내에 실효성 있는 대책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