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제언] 위기의 건설감리 이대로 좋은가?
[긴급제언] 위기의 건설감리 이대로 좋은가?
  • 국토일보
  • 승인 2008.06.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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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태 (주)혜원까치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이사 / 한국건설감리협회 이사

“기술력 앞세워 해외시장 개척 등 신시장 확대 주력할 때”

 

업계 시대적 사명 재인식… 신뢰 바탕 ‘최고’ 자리매김해야

‘감리완화는 경찰과 신호등 없애는 것'… 감리강화 바람직

 

  현재 건축사협회 상근 부회장이며 당시 건설부 감리과장, 현재 성균관대교수이며 당시 건설기술연구원의 선임 연구원과 함께, 필자가 감리협회를 대표해 선진 해외 감리사례 조사차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를 방문할 때가 지난 1994년 12월이었다.

시공회사에서 감리회사로 옮긴 때가 1993년 1월인데 ’93년, ‘94년 그 2년 동안은 유난히도 각종 건설사고가 횡행하여 정부에서는 감리제도를 강화하여, 부실공사를 막는 방법을 대책으로 삼는 시기였다.

 

조사차 런던에 머물 때 서울 아현동에 가스폭발로 열 몇 명이 죽고 수십 명이 부상당하는 모습이 그대로 영국의 텔레비전 뉴스에 크게 다루어졌다.

 

텔레비전에 나온 가스폭발 사고는 너무나 망신스러워 얼굴을 뜨겁게 했다. 그 당시 이런 굵직굵직한 건설사고가 계속 터져 국내외적으로 큰 문제가 발생되며 특단의 대안을 찾은 것이 공무원이 아닌 민간에게 책임을 지우는 형태의 책임감리제도이다.

 

공공건물에서의 책임감리제도는 이런 절박한 필요에 의해 정부의 강한 의지에 따라 태동됐으며, 이어서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간 삼풍백화점이 붕괴되면서 민간건축물이라도 다중이 이용하는 다중이용시설물에 대해서는 책임감리에 준하는 감리를 시행하도록 규정하게 됐고, 공동주택에서도 강화된 주택법감리제도를 도입해 오늘에 이르게 됐다.

 

사실 제도시행초기 감리업무는 많은 시련을 겪어야했다. 부실공사가 만연했고, 오히려 그것이 당연시 받아들여졌던 당시에 책임감리제도가 만들어져 경험도 없이, 또한 제도의 미숙과 함께, 하다 못해 사용하는 양식이나 절차서 마저 미비한 채 부실공사를 막으라는 특명을 정부와 국민으로 받고 관심과 기대를 온 몸으로 지키고 수행해야 하는 과정, 과정이었다.

 

제도시행 10여년이 넘는 지금은 그동안 수십, 수백 년간 이어지던 건설시장에서의 잘못된 관행과 의식을 털어내고 공인으로의 정신자세를 갖게 됐으며 따라서 건설공사의 품질이 아주 좋아졌음은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그러면서 건설 산업의 한 중요한 축으로 자리매김을 하게 됐다.

 

그러나 제도시행 10여년이 경과되면서도 아직도 제도적 문제점은 많다. 다중이용시설의 경우 무늬는 책임감리의 모습이지만 건축주가 감리자를 지정하는 형태가 지속되고 있으며, 전기·통신·소방감리의 경우 감독기관이 다르다는 이유로 각자 발주를 하여 통합된 감리체계를 갖추지 못하며, 특히 소방감리의 경우 현실에 맞지 않는 턱 없이 강한 제도적 요구로 인력과 예산이 낭비되고 있다.

 

더한 문제는 사회전반에 걸친 감리제도의 효율화에 대한 의구심으로 감리에 대한 분위기가 많이 위축되고 있다는 것이다. 비록 어렵게 환원은 됐지만 주택법감리에서의 13개 공종 제외사례, 현행 100억 원 이상이 적용되는 책임 감리의 200억원으로의 하향 조정움직임, 책임감리를 받지 않아도 되는 기관의 확대 움직임 등이 그 대표적일 것이다.

 

물론 업계의 잘못도 아주 많다. 그 대표적으로 주택법 감리를 시행하며 조속한 공사가 진행돼야 입주자가 입주를 할 텐데도 용역입찰자 자기가 수주를 하기위해 서로간 상대방의 약점을 잡아 공격함으로서 비굴한 이전투구로 비쳐져 주변의 많은 걱정과 실망을 가져와 결국 감리무용론과 함께 감리는 불필요한 규제라는 소리까지 듣게 됐고 전체적인 분위기가 나빠지는 결과를 가져 오게 돼 사방을 둘러보아도 지원군마저 없는 고립무원으로 빠져들고 있다.

 

또한 감리업체는 제도에서 요구하는 수준이나 자격기준을 맞추고 상향의 기술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보다, 앞서가는 사람에게 천천히 가라하고, 열심히 해서 기술력을 갖춘 업체를 끌어내려 하향평준화로 함께 나락으로 떨어지는 우를 범하게 됐다.

 

특히 감리원은 시공사나 발주자를 위한 감리기법이나 기술력을 키워 원만한 공사진행을 돕기는커녕,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무사안일로 일관해 결국은 주변의 신망을 얻지 못한 채 공멸의 길을 스스로 불러들이고 있다 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결국 감리는 시공을 하는 시공사엔 귀찮은 존재가 됐고, 그렇다고 100% 품질을 얻는 것도, 안전사고를 완벽하게 막아내지도 못하고 국가의 예산만 낭비하면서 그런 와중에 공무원의 시공에 대한 공부 기회마저 빼앗아간 제도라고 혹평까지 듣게 됐다.

그러다보니 한쪽에서는 규제를 들먹이며 어떻게든 이 제도를 약화시키려는 노력이 꾸준하면서도 강하게 진행되고 있다.

 

경찰이 있어도 범죄는 일어나지만 사전예방과 사후의 대처를 위해 100% 예방을 못하지만 경찰력은 필히 유지해야 하고, 신호가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기 불편하다고 신호등을 없애면 더 큰 사고와 불편이 수반되게 되다보니 경찰력과 신호등을 불편한 규제로 보지 않는 것이다.

 

새 정부 들어 규제완화와 예산의10% 절감이 화두가 되다보니 감리를 없애면 도움이 되지 않겠나 하는 일부도 있겠지만 결국 경찰과 신호등과 감리를 규제로 보는 것과 다름이 없을 것이다.

 

사실 책임감리제도가 모든 문제의 100%를 해결하는 도깨비 방망이일 수는 없을 것이다. 지금도 부분적으로 크고 작은 안전사고는 발생되고 있지만 그 빈도는 현격히 줄어들었음이 사실이다.

 

100%가 아닌 90%의 만족일 때 그것이 감리가 없을 때의 60%와 비교한다면 엄청난 차이가 있을 것이다. 70% 이상이면 사고가 거의 없다고 보며 그 이하가 되면 결국 10 수년 전의 상태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한동안 건설현장에서 대형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음에 많은 사람들은 그 당시를 자꾸만 잊어가고 있다.

 

독립기념관 화재사고, 올림픽대교 붕괴사고, 남해 창선교 붕괴사고, 청주 우암상가 붕괴사고, 부산구포 열차전복사고, 성수대교 붕괴사고, 아현동 가스기지 폭발사고,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이 통한의 사고들이 책임감리 시행을 통해 현격히 적어지다보니 망각의 세월 속에 잊혀져가고 이젠 책임감리를 하지 않아도 이런 사고가 없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해외사례를 조사하면서 느낀 바이지만 선진외국에도 우리와 같이 강제적으로 강화된 제도를 시행하지는 않았다. 우리의 현실에 맞는 제도가 요구돼 책임감리를 시행하게 되었었다. 물은 낮은 곳으로 흐른다는 말이 있다.

 

현재의 책임감리가 모든 제도 중 가장 뛰어난 제도는 물론 아닐 것이다. 물이 자연스레 낮은 곳으로 흐르듯 우리의 제도도 결국은 발주자가 필요한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다.

 

우리 감리회사나 감리원도 그 부분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언제까지 정부에서 강제하는 책임감리제도가 유지될지는 모른다. 분명한 것은 점점 약화될 것이라는 것이다.

 

좁은 국토에 사회간접시설인 토목공사도 많이 이루어졌고, 국가의 청사·도청사·구청사 오죽하면 구청의 도서관·지방의 문예회관·여성회관까지 공공건물은 거의 지어진 상태이며, 물론 주택수와 가구수의 기준이 애매하긴 해도 주택 보급률도 100%가 넘은 지도 오래다.

 

GDP에서 현재 15%에 달하는 건설 산업이 곧 선진국 수준인 (미국이나 유럽은 5%, 일본은 7%정도) 10%이내로 떨어질게 분명하다. 이런 전제하에 감리에 몸담고 있는 감리관계자들의 향방은 어디로 일까…

 

해외 등 새 시장을 개척하고 기존의 시장에서 독보적이며 확실한 믿음을 통한 자리매김을 지금 즉시 해야 만이 작은 활로나마, 그나마도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감리원은 건설공사의 품질을 유지하는 최후의 보루다. 도둑이 도둑질을 하는 것은 뉴스거리가 아니겠지만 경찰이 도둑질을 하는 것은, 개가 사람을 무는 격이 아니고 사람이 개를 무는 격과 같다. 공인으로서의 정신자세를 굳건히 하고 청렴성과 공정성을 잊어서는 모든 끝장을 서둘러 불러 올 것이다.

 

차제에 제안을 하고 싶다. 발주처인 공무원들은 우선 마음에 들지 않겠지만 막상 직접 감독을 하게 되면 그 책임과 함께 업무적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고, 또 공무원을 마치고 그 숙달된 행정력과 경험으로 감리업무에 합류해 기술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시공사는 당장 불편하더라도 결국은 누군가가 해 내야 할 일로 그렇지 않으면 공무원을 대폭 증원해야 할 것이며 시공사를 마치고 충분한 시공 능력을 바탕으로 감리업무에 합류해 좋은 기술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사용자의 입장에선 숙련된 감리를 통해 확실한 품질과 아울러 우선 경비가 많이 들어 보이지만 대승적 결과는 성공적이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특히 감리원과 감리회사는 목전의 이익에 급급하여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나 우리에게 주어진 시대적 사명을 직시해 고객이 우리에게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항상 명심, 부단한 자기개발을 통해 이 위기상황을 돌파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