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건설업계 ‘나는 살고싶다?’
전문건설업계 ‘나는 살고싶다?’
  • 이경운 기자
  • 승인 2010.06.2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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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건설업계의 위상이 땅에 떨어졌다. 장기화된 부동산 경기침체로 주택업계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고 채권금융기관의 건설사 신용평가에도 목줄이 잡혀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동생격인 전문건설협회까지 나서 아픈곳을 후벼파고 있다.

전문건설협회는 최근 긴급건의문을 통해 부실한 원도급업체(종합건설사)들의 구조조정에 선량한 전문업체들이 피해를 입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협회로서 전문업계를 보호하려는 의도에서다.

그러나 그 건의문을 들여다보면 소속 업계의 생존만을 주장할 뿐 건설산업계 전체에 불어 닥친 심각한 상황에 대한 위기의식은 전혀 찾아 볼 수 없다

9개 종합건설사의 이름을 열거했고 그들의 죽음을 전제했다. 그 파급효과에 자신(전문업계)들이 다치지 않게 해달라는 어리광뿐이었다.

건의문에는 “부실한 종합건설사의 구조조정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 때문에 아무 잘못도 없는 전문업계가 부도나서는 안된다”는 말이 있다.

종합건설사들이 사업을 하지 않는다면 문을 닫아야 하는 입장에서 자신들의 권리만 주장하는 전문건설업계의 모습은 치졸하기까지 하다.

건의문은 전문건설협회의 이름으로 9개 종합건설사를 낙인찍은 살생부였고, 결국 이 사건은 종합건설업계의 분노를 일으키는 계기가 됐다.

기자들도 청와대와 정부, 금융기관에 배포된 자료를 입수했다. 이를 바탕으로 ‘살생부’ 관련 기사가 다량 생산됐다.

파장이 커지자 전문건설협회가 진화에 나섰다. 일일이 기자에게 전화해 의도를 설명하고 기사를 지워달라는 부탁을 했다. 결국 17일에는 일전의 건의문이 종합과 전문간 상생을 위한 의도였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전문건설협회는 해명문에서도 변명에 급급한 속내를 드러냈다.

“건설업계의 구조조정이 현실화 될 경우 전문건설업계의 피해를 추정하기 위해 언론에서 거론된 종합건설업체 명단을 일부 활용했다. 이 명단이 불확실한 것임을···”

불확실한 자료를 근거로 자신들의 입장을 주장했고, 불확실한 자료를 전제로 멀쩡한 건설사를 구조조정 시켰다는 말이다. 오래 기억될 뒷맛이 씁쓸한 시츄레이션이다.

지금 건설업계는 사상 최악의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 종합이든 전문이든 건설업에 몸담고 있어 상황은 다르지 않다.

이미 수많은 종합건설사들이 워크아웃과 구조조정을 통해 동료를 잃었고 급여가 삭감됐다. 전문업계도 마찬가지다.

이제부터라도 전문업계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작금 우리의 몸이 썩어가고 있다. 도려내지 않으면 모든 정기를 잃을 수 있는 위기임박의 순간에 大를 위해 小를 희생시킬줄 아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야말로 집단 이기주의는 산업 전체를 공멸의 수렁으로 빠트리는 매우 위험한 행위임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미래 건강한 건설산업은 여기서부터 출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