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제언] 정부의 일자리 정책과 책임감리 축소
[긴급제언] 정부의 일자리 정책과 책임감리 축소
  • 국토일보
  • 승인 2010.05.31 08: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SAEG 양 영 호 부사장

정부의 일자리 정책과 책임감리 축소

지난 4월23일 국토해양부는 건설기술관리법 시행령개정안을 입법예고, 국민의 의견을 듣고 있다.

 

개정안 제50조 제1항의 책임감리대상 22개 공종중 상수도, 하수도의 토목분야 2개 공종과 공용청사, 공동주택의 건축분야 2개공종 등 4개공종을 책임감리대상에서 삭제해 18개 공종으로 축소시키겠다는 것이다.

건축분야의 경우 ‘공용청사와 공동주택’은 책임감리 발주물량의 대부분(금액기준 약 60%이상 추정)을 차지하고 있다.

민간주택시장이 침체일로인 현재 공공부문의 책임감리가 우리 감리업계의 중요한 밥줄인데 이 대부분(60% 이상)을 잘라내겠다는 것이다.

더 위험스러운 것은, 이 개정안이 그대로 통과된다면 주택법에 의한 공동주택감리 제도마저 연이어 사라지게 될 날이 가까이 왔다는 신호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공공발주의 공동주택도 책임감리가 면책되는데, 감리를 간섭과 규제로 치부하는 민간 주택업계가 주택법에 의한 의무감리제도를 가만히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건설감리정책을 운용함에 있어서는 건설기술관리법이 주택법을 선도하는 상위법규이기 때문에 공동주택 감리제도가 풍전등화 꼴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주택법 감리만이 아니다. 우리사회가 16년간 지켜온 책임감리제도 자체가 점차 붕괴돼 폐지로 갈 것이며, ‘감리원’이라는 단어가 전문 직업군(群)에서 사라지게 될 날도 멀리 있지 않다.

특히 공사감리 축소 시책을 일자리 측면에서 살며보면 ‘감리원’이라는 일자리는 2009년 12월말 기준 건설감리협회에 등록된 인원만 33,771명이다.

건축사법에 따라 감리업무를 수행하는 ‘건축사보’까지 합치면 감리를 직업으로 하는 국민이 적게 잡아 10만은 될 것으로 추산되며, 그들 중 아마도 절반 정도는 2008년 12월 8일 1차 책임감리축소시책(‘공사비 100억원 이상 → 200억원 이상’ 등을 개정한 건설기술관리법 시행령 개정)이후 비정규직화 돼 사실상 실업자로 전락 된 것으로 추정된다.

200억원 이하 중소규모 건설공사관련 엔지니어링(설계+감리)기술 중 감리분야의 삭제로 풀뿌리 엔지니어링 기반이 붕괴됐으며, 중소규모 감리업체의 일감축소와 도산으로 감리원 100여명 이하의 중소규모업체 경우 대부분 일자리가 없어진 것이 현실이며 책임감리업무의 실종이다.

사정이 이러한데, 금번 입법예고에서는 공사비 200억원 이상의 4개 공종을 아예 책임감리대상 공종에서 제외 시켜버리겠다고 한다.

공용청사, 공동주택, 상수도, 하수도의 4개 공종은 공사난이도가 낮고 단순반복공정이며, 국가계약법상 PQ공종(18개)과 일치시키겠다는 것이 이유다.

공사의 구체적인 내용과 특수성은 고려치 않고, 단순히 공사 명칭만 보고서 ‘공사난이도가 낮고 단순반복 공정’으로 규정짓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 탁상행정의 표본이다.

비록 이러한 4개 공종이 ‘공사난이도’가 낮고 ‘단순반복공종’이라고 하더라도, 건설기술관리법 제21조의3 제1항의 ‘발주청은 건설공사를 경제적・능률적으로 시행하기 위하여 건설공사의 계획・설계・시공・감리・유지관리 등이 상호 유기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하여야 한다’라는 상위법규의 취지와도 합치되지 않으며, 부실공사와 안전사고방지를 위한 책임감리제도 도입의 목적에 비추어 볼 때 오히려 국민생활과 밀접한 공종임으로 책임감리 의무를 보다 엄격하게 강화시켜야 할 공종이다.

그리고 국민의 안전 및 권익 보호장치인 의무책임감리 대상공종을 국가계약법상 PQ공종과 일치시키고 자 함은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에 지나지 않으며, 이것이 바로 견강부회(牽强附會)의 고사성어 뜻 그대라고 생각한다.

또 한번의 축소시책으로 ‘전 감리원의 비정규직화’가 앞당겨진다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우리 감리원들의 자화상으로 굳어지고 있다.

건설업은 원래가 전통 산업으로, IT와 BT같은 첨단산업이 아니다.

국민경제는 첨단산업만의 발전으로 뒷받침 되는 것이 아니다. 전통산업이 내수경제를 이끈다는 것은 불문가지의 진실이다. 반면 건설업도 첨단산업처럼 선진화시켜 경쟁력을 강화시키겠다는 국토해양부의 정책 또한 동의한다.

그런데 ‘책임감리 의무제외 대상기관’을 확대하고, ‘감리의 적정성 검토’라는 공공의 잣대로 발주청의 권한을 강화시킴으로써 민간 감리시장을 축소해 책임감리제도를 형해화(形骸化)시키는 것이 진정 선진화의 길인지 국토해양부 정책당국자의 깊은 성찰을 주문한다.

그럼으로 입법예고 된 제50조 제1항의 공종축소 조항의 철회는 물론 2008년 12월9일 이후 변경된 일련의 책임감리축소정책(감리의무제외대상기관의 확대 및 감리의 적정성검토 기준관련 시행령, 시행규칙 등)을 당초대로 환원시켜줄 것을 일자리를 지키고자 하는 국민의 이름으로 국토해양부에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