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금자리주택 직할시공제 시범사업 시급하다
보금자리주택 직할시공제 시범사업 시급하다
  • 국토일보
  • 승인 2010.04.19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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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호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

어떤 사나이가 외딴 시골에서 메마른 땅에 물을 주고 있었다. 돌이 많고 잡초만 우거진 땅이어서 근처 농민들은 그를 멍청한 사나이라고 놀렸다.

그러나 몇 년이 지나자 개간지에서는 많은 곡식이 자라났고, 드디어 그 일대에서 가장 많은 수확을 얻게 되었다. 마을 사람들은 놀라서 그 사나이에게 물었다.

“당신은 도대체 어떤 비료를 썼습니까?” 그 사나이는 웃으면서 “저는 다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비료를 충분히 주었을 뿐입니다.”라고 대답하였다.

이는 실패를 두려워하여 주변 환경에 따라 마음이 흔들리는 사람은 수많은 실패를 거듭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알려준 중국의 우화이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타고난 호기심을 약화시키고 탐구하고자 하는 열정을 가로막아 창조의 기쁨을 만끽하지 못하도록 만든다. 또한 창의력의 토대가 되는 자기인식과 성찰을 방해하여 창조 열정에 가득 찬 사람의 의지를 꺾어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도록 한다.

이와 같이 혹시 발생할지도 모르는 실패의 두려움으로 인해 실패할 수밖에 없는 구실만을 찾고 실천하지 않고 있는 안타까운 일이 우리의 건설산업에도 있다. 바로 보금자리주택 직할시공제의 시범사업이 그것이다. 

직할시공제는 건설공사의 도급구조를 3단계(발주자-원도급자-하도급자)에서 2단계(발주자-시공사)로 축소하여 분양가를 인하할 수 있는 공사수행방식이다.

'보금자리주택 건설 등에 관한 특별법(이하, 보금자리주택특별법)'및 동법 시행령의 제정(2009. 03. 21)으로 국내에 처음으로 도입되었다. 그러나 직할시공제는 도급구조 축소를 통한 공사비 절감이 가능한 반면 발주자(시행자)의 관리계수가 높아지는 장ㆍ단점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이로 인해 정부는 2009년부터 시행될 연간 보금자리주택 건설물량의 5% 범위 내에서 시범사업을 추진하여 직할시공제의 공사비 절감효과와 발주자(시행자)의 관리업무 부담 등의 장ㆍ단점을 실증적으로 검토함으로써 추후 확대여부를 결정하기로 하였다.

이에 보금자리주택 건설물량의 대부분을 시행할 대한토지주택공사는 2009년 1월부터 시공과정합리화추진단(통합공사 출범 이후부터는 직할시공추진단)을 발족하여 직할시공제 시범사업을 위한 세부 추진계획을 수립하고, 안양ㆍ관양 지구 970호를 비롯한 9개 지구 6,150호를 2009년 대상지구로 계획하는 등 만만의 준비를 마친 상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9년부터 시행되어야 할 직할시공제 시범사업이 아직까지 추진되지 않고 있다. 이는 직할시공제의 적용효과와 필요성에 대한 대한토지주택공사 경영층의 부정적인 인식과 전문건설업자의 덤핑낙찰로 인한 부실시공으로 초래될 수 있는 시범사업 실패의 두려움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새로운 시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기존사고의 틀에 얽매여 혁신을 두려워하는 대부분이 갖는 보편적인 생각이며, 어떻게 보면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본다면, 종래의 3단계 도급구조에 익숙해 있던 대한토지주택공사 경영층이 직할시공제의 적용효과 및 필요성에 관하여 갖는 부정적인 인식은 당연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새로운 시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우리나라의 건축기술과 건설문화를 선도해야 할 대표적 공기업인 대한토지주택공사의 경영층이 가져야 할 자세는 아닌 듯싶다. 공기업의 경영층은 국민의 세금으로 마련된 자원으로 자신들이 가진 역량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한발 앞서 시대의 흐름을 읽고 미래를 향해 기업을 변화시킬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새로운 가능성을 창조하려는 열정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아이디어를 지속적으로 발굴하여 늘 새로움을 만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대한토지주택공사는 직할시공제 시범사업을 통하여 해외에서 보편화된 다중시공계약 공사에 관한 경험을 축적하여 해외건설 진출을 모색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새로운 가능성을 창조할 수도 있다.

한편, 이번 사업은 말 그대로 직할시공제의 적용효과 및 필요성을 실증적으로 검토하기 위한 시범사업이 아닌가? 현 시점에서 대한토지주택공사 경영층은 직할시공제에 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갖기보다는 오히려 성공적으로 완수될 수 있다는 믿음과 긍정의 힘을 소속 조직원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 

일부 전문건설업체의 덤핑낙찰로 인한 부실시공으로 초래될 수 있는 시범사업의 실패도 해당 사업을 책임지고 성공적으로 완수해야 하는 대한토지주택공사에 입장에서는 매우 곤혹스러운 점이다.

이는 분양가 인하를 위해 저가심의 없는 무한 최저가 낙찰제를 적용토록 한 보금자리주택 직할시공제의 본연의 속성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덤핑낙찰을 방지하기 위해 대한토지주택공사는 낙찰자의 공사이행능력 심사를 보완하거나 보증인(공제조합)이 저가 낙찰자의 보증을 거부토록 하는 등의 각종 방안을 강구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효과적인 해결책을 찾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았다고 해서 전문건설업체의 덤핑낙찰이 직할시공제 시범사업에서 발생한다고 속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

설령 발생한다 할지라도 지금까지 보여준 대한토지주택공사의 탁월한 관리능력으로 무난히 부실시공을 방지할 수 있다. 오히려 이번 시범사업은 전문건설업자의 덤핑낙찰을 효과적으로 방지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기회로 삼는 것이 바람직하다.

실패는 성공으로 가는 하나의 과정이므로, 직할시공제 시범사업이 실패한 원인을 찾아 다음에 똑같은 실패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대책을 세우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실패에 관한 두려움을 갖기보다는 성공을 위한 시행착오를 경험한다는 마음자세로 직할시공제 시범사업에 임할 필요가 있다. 

직할시공제 시범사업은 3단계 도급구조에만 맞도록 마련된 각종 건설 관련 법?제도를 유연성 있게 수정ㆍ보완하고 새로운 공사수행방식에 관한 경험과 지식을 축적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이를 통해 기존의 틀에 얽매여 있는 건설산업을 혁신하기 위한 '창조적 파괴'가 가능하다.

제로섬 사회'라는 저서로 유명한 미국의 미래학자인 레스터 서로우 교수는 지식기반경제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창조적 파괴'에 관한 긍정적 인식과 열정임을 역설하였다.

이와 같이 직할시공제 시범사업을 통해 우리의 건설산업이 혁신되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도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실패의 두려움이 아니라, 성공적으로 완수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인식과 열정이 절실히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대한토지주택공사 경영층은 직할시공제 시범사업을 담당할 소속 조직원의 역량과 열정을 믿기 바란다. 새로운 시도에 따른 실패가 두려워 메마른 땅에 물을 주던 어떤 사나이를 놀리던 근처의 농민들보다는 긍정의 힘과 열정으로 실패를 모르는 비료를 준 어떤 사나이가 되어 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