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기업 ‘마녀사냥’
건설기업 ‘마녀사냥’
  • 이경운
  • 승인 2010.03.12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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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건설업계에는 마녀사냥이 한창이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나랴’마는 조금이라도 틈이 보이는 건설사는 언론의 ‘찔러보기’에 생채기가 나고 있다. 생사람도 잡을 판이다.

이중에서도 주택에 주력해온 건설사와 해외에 진출한 중견사를 대상으로 기업 비밀이 파헤쳐 지고 있다.

이렇게 흘러나온 루머는 ‘진실 혹은 거짓’으로 포장된 ‘블랙리스트’가 되고 오는 4월 건설사 신용평가에 앞선 ‘살생부’가 됐다.

물론 건설사의 방만한 경영과 잘못된 사업추진이 문제의 발단이다. 하지만 약간의 지원만 있어도 회생할 수 있는 기업을 사지로 내몰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그중에는 업계의 동료들과 그 가족들이 있음에도 말이다.

최근 이같은 상황은 지난해 ‘건설사 구조조정 당시’보다 더 심각해 보인다. 봄이 왔지만 한기가 느껴지는 이유다.

이를 두고 업계의 한 원로는 적자생존을 언급했다. 경쟁에서 도태된 건설사를 지원하는 것이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고통을 분담하기 위해 안락사를 선택해야 하고, 약한 아기는 낭떠러지에 버려져야 한다”고… 무서운 조언이다.

눈이 벌건 마녀사냥 과정에서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생겼다.

우림건설은 퇴출위기에 몰린 성원건설 때문에 오해의 소지가 발생하자 기자들에게 부탁 메일을 발송했다.

한 언론사의 오보에서 우림건설의 2009년 시평순위인 54위가 ‘성원건설(54위)’로 쓰였고, 뒤이은 온갖 매체의 기사에서도 성원건설(54위)라는 ‘희한한’ 기사가 생산됐기 때문이다.

본 기자도 포탈사이트를 버젓이 가득 메운 ‘성원건설(54위)’를 보고서야 마녀사냥의 무서움을 깨달았다.

마녀를 잡기 위한 촉수가 활발한 이때 상장 건설사들의 고민은 더 크다. 실적과 자금 흐름이 뻔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S사는 지난해 실적평가에서 순손실이 발생하자 즉각 해명자료를 발표하고 ‘재무제표개선을 위한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이 회사는 블랙리스트 명단 아래쪽에 있지만 위로는 올라가고 싶지 않은 모양이다.

또 H사는 재무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다가 유동성 위기설에 휩싸였다. 결국 ‘의심환자’로 분류되던 중 유증이 순조롭게 진행되자 한숨 돌리는 분위기다.

지금 건설업계는 어지럽다. 그러나 마녀사냥식 몰아붙이기로 상황을 해결해서는 안된다.

단순히 주택사업과 해외공사를 비판하는 것도 무리수다.

업계 스스로의 자정 노력이 어느 때 보다 절실하다. 정부가 사정의 칼을 휘두르기 전에 스스로 살아남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

환란을 이겨낸 건설사들이 국내외 건설시장에서 위엄을 세우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