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은행장 후보, 적격성 논란 무엇이 문제인가?
전북은행장 후보, 적격성 논란 무엇이 문제인가?
  • 최진경
  • 승인 2010.03.04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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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 후보, 전북은행 최대주주 삼양사의 특수관계인, 승인해선 안돼

지난 25일 전북은행은 은행장후보추천위원회를 개최하여 김 한 유클릭(주) 회장을 임기 3년의 차기 은행장 후보로 선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러나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김 후보자는 삼양사의 지배주주인 김 윤 회장과 사촌지간으로, 삼양사와 특수관계인의 위치에 있기 때문에 적임자가 아니며 현재 전북은행의 최대주주는 삼양사(지분율 13.32%)로, 만약 김 후보자를 전북은행장으로 선출하면 산업자본인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이 은행장이 되는 결과가 된다"며 "이는 산업자본의 은행(지주회사) 지배를 제한하고 있는 은산분리 원칙을 훼손하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비금융주력자인 최대주주의 사실상 영향력 행사와 관련하여, 우리나라 은행법상의 기준은 (특히 지방은행의 경우) 매우 빈약한 것이 현실이다.

은행법 제 18조 3항에 따르면 “금융기관의 임원 자격요건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은 금융위원회가 정”하도록 되어 있고, 은행업감독규정 제17조에서는 “해당 금융기관 및 그 자회사, 해당 금융기관을 자회사로 하는 금융지주회사 및 그 자회사등과 여신거래가 있는 기업과 특수관계에 있는 등 해당 금융기관의 자산운용과 관련하여 특정 거래기업 등의 이익을 대변할 우려가 있는 자”는 임원이 될 수 없도록 하고 있는 것이 전부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일각에서는 삼양사가 전북은행과의 거래를 청산했기 때문에 김한 후보가 은행장이 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해당 금융기관의 자산운용과 관련해 특정 거래기업의 이익을 대변할 우려가 있는 자’라는 결격 규정만을 기준으로 해석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은산분리의 기준을 보다 정밀하게 규정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 주지하는 바와 같이, 미국의 중앙은행이자 은행감독기구인 FRB는 산업자본의 은행(지주회사) 소유지분이 5% 미만이면 지배력이 없는 것으로, 25% 이상이면 지배력이 있는 것으로 간주하며, 5~25% 구간에서는 여러 정황증거를 근거로 재량적으로 판단한다. 그 재량적 판단을 위한 가이드라인이 “Policy Statement on Equity Investments in Banks and Bank Holding Companies”이다.

이 가이드라인에 따라 FRB는 다음 4가지 기준에 의거하여 5~25%의 지분을 보유한 산업자본이 해당 은행(지주회사)을 지배하고 있는지 여부를 판단한다. 즉,
① Director representation: 이사 선임 여부 및 선임 이사 수,
② Total equity: 의결권 없는 지분까지 합한 총 지분율,
③ Consultations with management: 경영진과의 협의를 통한 영향력 행사 여부,
④ Other indicia of control: 기타의 지배의 증거로 i) 거래관계(business relationship) 및 ii) 구속적 계약(Covenants) 여부 등.
이에 비추어볼 때, 우리나라의 은행업감독규정 제17조 “해당 금융기관의 자산운용과 관련하여 특정 거래기업 등의 이익을 대변할 우려가 있는 자”는 미국 FRB 가이드라인의 ④기타지배의 증거 중 i)거래관계(business relationship)에만 해당하는 것이다. 그 외의 항목에 대해 우리나라 은행업감독규정이 구체적인 기준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 바로 김한 후보의 전북은행장 선임 논란을 가져온 것이다.

결론적으로, 미국 FRB의 가이드라인을 적용하면, 김한 후보는 전북은행장이 될 수 없다. 산업자본의 특수관계인이 은행장으로 선임되는 것은 당연히 지배의 증거로 판단해야 한다. 더구나, 전북은행의 정관에 따르면, 은행장과 이사회 의장이 분리되어 있지 않으며, 현재도 은행장이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고 있다. 따라서 김한 후보가 은행장에 선임되는 것은, 산업자본인 삼양사가 전북은행을 사실상 지배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금융당국은 전북은행장 후보에 대한 적격성 심사를 해야 하며, 당연히 승인 거부하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전북은행은 홈페이지에 버젓이 “은행장후보추천위원회가 은행법 등 관련 법규상 적격요건의 충족 여부 외에 일반 자격요건 및 세부적 자격조건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김한씨를 은행장 후보로 만장일치 선정하였”다고 공지하고 있는 것으로 볼 때, 은행법 제35조의4와 관련하여 삼양사가 은행장 선임 관련해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은 아닌지도 조사할 필요가 있다는 시각이다.

한편, 김 후보자는 지난 2008년부터 올해 2월까지 KB금융지주 사외이사로 활동해 왔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KB금융지주 사외이사 재직당시, KB금융지주 계열사인 국민은행과 본인이 회장으로 있던 유클릭(주) 간에 IT시스템 유지·보수 계약을 맺어 논란이 일자 임기를 1년 남긴 채 지난달 자진 사퇴하였고, KB금융지주에 대한 금융감독원 검사에서도 이 부분이 논란이 됐던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만약 김 후보자가 전북은행장으로 가게 된다면, KB금융지주 사외이사 시절과 같은 우를 범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또한 사외이사 시절 알게 된 KB금융지주 및 국민은행의 영업 비밀이 전북은행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있어 사외이사 모범규준 제15조(사외이사의 책임) 제3항의 위반까지도 우려된다는 것이다.

이번 삼양사의 전북은행장 선임을 통한 은행경영 참여는, 금융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명분으로 완화된 금산분리의 둑이 지반이 가장 취약한 지방은행에서부터 허물어질 조짐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만약 이것이 금융감독당국에 의해 허용된다면, 현재 또 다른 대기업들이 최대주주로 있는 부산은행(롯데그룹 14.11%)과 대구은행(삼성그룹 7.36%) 등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는 것이 시민단체들의 의견이다.

경제개혁연대는" 금융감독당국이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은산분리 규제의 원칙을 공고히 하는 결론을 내려야 할 것"이며 나아가, "차제에 산업자본의 은행경영 개입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설정하여 향후 이와 같은 논란이 재연되는 것을 미연에 예방하는 제도개선을 이루어야 할 것이다"고 촉구하고 있다.